만두도 엄마는 처음이라
만두도 엄마가 처음이라
어김없이 새벽 2시쯤 기상해서 새벽 맘마를 야무지게 먹은 꼭꼭이를 재우기 위해서 백색소음을 켰다. 엇 뭔가 이상했다. 웅웅 울리는 것 같기도, 잘 안 들리는 것 같기도 한데 ‘아무래도 잠이 덜 깬 것 같네. 다시 자고 일어나면 괜찮아지겠지!’ 생각했다.
아침 7시쯤 꼭꼭이가 용쓰는 소리에 눈을 떴다. 이제 곧 일어나겠다는 선전포고 같은 거다. 거실로 나가 수유 채비를 하는데 어라? 이상하다. 오른쪽 귀가 한대 얻어맞은 후처럼 잘 안 들리고 웅웅 거리고 먹먹한 느낌이 계속되었다. 용용에게 이 사실을 알렸더니 오늘 운영하는 병원을 찾아주겠다고 했다. 아참 오늘은 전 세계인의 빨간 날, 크리스마스다! 그것도 몇 년 만에 찾아온 눈 오는 화이트 크리스마스!
다행히 지하철역 두 정거장 거리의 이비인후과가 오늘도 진료를 한다고 해서 눈을 뚫고 진료시작 시간에 딱 맞춰 도착했다. 그런데 웬걸 크리스마스에 아픈 사람이 이렇게나 많다니. 이 동네, 아니 S시 코로나, 감기 환자들은 다 여기로 온 것 같았다. 오마이갓 예수님 당신의 생신에 아픈 사람이 이렇게도 많습니다!
나는 열두 번째로 이름이 적혔다(이후 대기번호가 40번을 넘겼다). 여기저기서 기침소리가 들리고 마스크를 쓰지 않은 환자도 여럿 보였다. 병 고치려다 병에 걸리게 생겼다. 이거야말로 현실판 혹부리영감이라고 생각했다. 감기에 옮지 않기 위해서 한 계단 아래에서 롱패딩으로 얼굴을 완전히 가리고 기다렸다. 내가 감기에 걸렸다간 꼭꼭이가 위험해질 수 있다.
1시간을 기다려 코로나 선별검사 후 결과를 듣기 위해 대기하는 사람들을 뚫고 진료실로 들어갔는데 단호해 보이는 의사 선생님이 말하길, “보시다시피 직원이 없어서 청력검사가 안 됩니다. 평소에 비염 있는 건 알고 계시죠? 비염약 드릴 테니 드셔보시고 안 괜찮아지시면 이틀 후에 가까운 이비인후과에서 청력검사 하세요. “란다. 비염약이 만병통치약 같은 건가? 갑자기 비염약이 웬 말이지. 병원을 나서는데 꼭꼭이와 함께하는 첫 크리스마스의 오전을 이상하게 날려버린 것 같아 실소가 터져 나왔다.
집에 돌아오자마자 꼭꼭이 수유를 하고(나는 완모 중이다) 인터넷으로 이것저것 검색을 해봤다. 그런데 왠지 내 증상이 이름도 무시무시한 돌발성 난청과 비슷해 보였다. 출산 후에 돌발성 난청을 겪는 사람들이 많아 보였고 치료는 고용량 스테로이드를 사용하는 것이었다. 심한 경우에 5박 6일 정도 입원 치료를 하면서 고막에 스테로이드 주사를 바로 주입하기도 한다고 했다. 모두 다 나의 육아에 방해가 되는 것들이었다. 스테로이드제를 먹거나 맞으면 모유수유를 하지 못할 것이고, 입원을 하면 다른 누군가에게 꼭꼭이를 맡겨야 하는데 이제 막 수면교육이 잘 되어가고 있었는데 주양육자인 내가 입원을 해버리면 모두 어긋날 것만 같았다.
생각이 꼬리를 물다가 문득, 아니 지금 육아가 문제가 아니라 내가 이러다 못 듣게 되면 어떡하지?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 돌발성 난청은 골든타임이 있고 골든타임 내로 치료를 받지 못하면 청력이 소실될 수 있는 무시무시한 병이었다. 당장에 집 바로 옆 대학병원에 예약이 가능한지 확인했다. 아주 다행히 다음날 예약이 가능했는데 문제는 내가 100일도 안 된 아기를 데리고 병원에 갈 수 있는가였다. 용용이와 상의 끝에 4시 반 진료를 예약해서 용용이가 회사에서 반반차를 쓰고 집에 오면 내가 나가기로 했다.
꼭꼭이에게 나름의 크리스마스 코스튬(초록색 티셔츠와 빨간 줄무늬 바지, 그리고 루돌프가 그려진 빨간 턱받이)을 입히고 트리 앞에서 사진도 찍고 같이 행복하게 보내면서도 계속 걱정이 되었다. 그리고 또 서러웠다. 아파도 마음대로 병원도 가지 못하는 신세라니! 그리고 만약 돌발성 난청이 맞다면 약 때문에 모유수유를 못하게 될 텐데, 모유를 주지 못하는 게 왜 이렇게 미안한지. 이래서 엄마는 아파도 안 된다고 하는 거구나 싶었다. 손은 꼭꼭이의 첫 크리스마스를 기념하기 위해서 셔터를 계속 누르고 있고 머리로는 모유수유를 못하게 되었을 때부터 입원하게 되는 경우까지 플랜 A부터 D 정도까지를 생각했다.
막상 귀가 먹먹한 채로 다음날 오후 4시 반까지 기다리려니 불안한 맘이 파도처럼 밀려와 죽을 맛이었다. 어서 검사를 하고 결과를 받아보고 싶었다. 제발 플랜 A 정도만 실행할 수 있는 정도이길. 다시 한번 생각해도 건강이 최고다. 내가 건강해야 꼭꼭이도 잘 돌볼 수 있다. 아이가 없을 때는 나의 행복과 나의 아픔이 최우선 과제였는데 이 조그만 아이가 생겼다고 나의 아픔보다 아이의 불편함이 먼저 떠오르는 것은 참으로 신기한 일이다.
저녁이 되니 눈이 완전히 그쳤고 불안한 마음도 어느정도 사그라들었다. 내일 나는 어떤 결과를 받게 될까? 결과를 받기 전까지는 꼭꼭이와 별다를 것 없는 행복한 하루를 보내게 되겠지! 아이가 없을 때는 전혀 느끼지 못했던 미안함의 감정과 책임감이 솟구치는 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