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PN 이야기
새해가 되면 중국에서는 홍바오红包를 주고 우리나라는 세뱃돈을 주고받아요.
최근 홍바오에 대한 흥미로운 판결이 나왔어요. 홍바오로 준 것은 증여라 돌려줄 의무가 없다는 하네요. 빌린 돈을 돌려줄 때 홍바오로 주지 말고 은행 계좌 이체로 줘야 갚은 게 되는 거죠. 바꿔 말해서 내가 받은 홍바오는 돌려줄 의무가 없는 거예요.
중국에서 빨간 봉투에 담아 주기 때문에 홍바오로 불러요. 우리가 통상 주고받는 금액보다 훨씬 커요. 결혼식 축의금은 가족이면 한국 돈 몇 백만원 넘어요. 친구라 해도 한국 돈으로 몇 십만 원 이상 해야 해요. 좀 친하면 8,888위안 88,888위안 이런 식으로 숫자 맞춰 홍바오를 주기도 해요. 위챗에서도 홍바오를 줄 수 있는데 200위안으로 금액 상한선을 정해놨어요.
중국에 비하면 우리나라 세뱃돈은 검소한 편이라고 할까요.
어렸을 때 새해가 되면 어른들에게 세배하고 받은 세뱃돈은 엄마가 가지고 가셨어요. 나중에 크면 줄게 하시면서요. 그돈으로 주식 좀 사주시지.. 지금까지 엄마는 제게 그돈 안 돌려주셨어요. 이미 채권소멸했으니 변제의무 없으시네요. 채권 소멸 안 했어도 청구 안 할 테니 오래오래 계셔주세요.
이제 아무도 제게 세뱃돈을 주지 않아요. 오로지 줄 세뱃돈만 있죠. 해외에서 15년째 살다 보니 명절에 가족들을 만날 일이 점점 줄어 세뱃돈을 줄 일도 없는 제게 꼬박꼬박 새해가 되면 세뱃돈을 받아가는 고약한 녀석이 있어요.
2014년에 다음 카카오톡이 차단되었어요.
한국에서는 카카오톡이 국민메신저이지만 중국 사는 우리는 위챗을 국민메신저로 사용해야 했어요. 위챗으로 아쉬우나마 영상, 음성 통화가 가능하고 심지어 카카오톡보다 더 잘되어요. 한국에 있는 제 지인들도 울며 겨자 먹기로 위챗을 깔아야만 했어요. 위챗이 세계 최대의 온라인 메신저가 되는 데 한국 사람들도 기여했어요. 제 카카오톡은 1년 이상 사용 안 해 휴면이 되었어요. 카카오톡 사용중지로 한국 내 모든 네트워크는 끊어졌어요. 필요한 사람들은 위챗을 깔아서라도 연결이 되었네요. 카톡 강제 사용 중지로 인맥 다이어트 한번 제대로 했네요. 카톡에 이어 2019년에 다음 Daum 포털도 사용 중지되었어요.
2018년에 네이버 카페, 블로그 차단되었어요. 중국 내 대표적 맘카페 북키맘도 힘을 잃었어요. 각종 동호회 모임들은 카페에서 위챗 단체방으로 빠르게 옮겨갔어요.
2022년 5월 21일에 네이버 포탈 차단되었어요.
외국인으로 중국 살면서 꼭 필요한 것이 사전이에요. 네이버 사전을 쓰는데 네이버 사전도 안 열려요. VPN을 사용해야 사전을 이용할 수 있어요. 네이버, 다음 말고도 구글도 써야 하고 유튜브도 봐야 하니 VPN이 필요해요. VPN이 필요한 이유는 미세먼지보다 많아요.
저는 매년 1월마다 VPN을 갱신해요. 1월 1일만 되면 친절하게 VPN 며칠 남았고 갱신하려면 얼마 필요하다고 알람이 와요. 해외 살아 정작 가족과 지인들에게는 세뱃돈은 안 줘도 되는 데 중국 사는 대가로 매년 1월이 되면 꼬박꼬박 VPN에게 세뱃돈은 줘야 하네요. 저도 세뱃돈 받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