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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상하이디즈니랜드?맘모니즘랜드?

12월25일 디즈니랜드에서 보낸 크리스마스

by 안나

지난해 크리스마스는 산타할아버지 대신 코로나바이러스와 함께 보냈어요.

올해 크리스마스는 중국에 는 안 오는 산타할아버지를 기다리는 대신 찾아가기로 했어요. 디즈니랜드가 상하이에 문 연지 벌써 7년이 지났네요. 2016년에 개장했어요.


남들이 상하이 디즈니랜드 가려고 비자받고 비행기 타고 오는데 지하철 타고 갈 수 있는 제가 안 가보는 것은 직무유기죠. 언젠가 가봐야지 생각했어요. 언제든지 갈 수 있으면 끝까지 안 가게 되죠. 상하이 디즈니랜드는 항상 언제 가든 사람이 많아요. 주말에는 더 많아 평일에 가야죠.


12월 25일, 월요일에 휴가 내고 갔어요. 크리스마스날이니까 조금 더 특별한 행사가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도 있어요. 아침 열심히 챙겨 먹고 지하철 타고 도착하니 9시 넘었네요. 남들 다 한다는 오프런은 안 했어요. 놀이기구는 포기하고 분위기를 즐기자는 생각예요. 지하철역에 내리면서 디즈니역 다운 분위기를 기대했는데 미키 인형 2개만 있네요.

지하철역 편의점은 여기 산 음식은 디즈니랜드 안에서 먹을 수 있다고 안내문을 붙여놨어요. 디즈니랜드 안 음식이 비싸고 맛없다는 이야기는 개장할 때서부터 들었어요. 다들 편의점 안에서 뭔가 바리바리 사네요. 지하철 역 앞에서 상인들이 디즈니랜즈 안에서 파는 모자와 인형을 팔아요. 머리띠는 25위안인데 들어가면 100위안 넘는다고 열심히 권유하네요. 디즈니랜드 안에서 파는 굿즈는 어차피 타오바오에서 언제든지 살 수 있는 안나는 쳐다보지도 않고 열심히 걸어갔어요.


지하철역에서 보안검색하는 곳까지 거리는 펜스를 꼬불꼬불 만들어 놨어요. 달팽이도 아닌 데 꼬불꼬불 대기줄 따라 걸어가요. 느낌 상 1 km는 걸어간 듯해요.


보안체크하고 입장하면서 신분증등록하면서 표를 받네요. 지하철에 내려 입장권 받는 데까지 1시간도 더 걸렸나 봐요. 입장하기 전부터 힘빠져요. 오픈런은 포기했으니 분위기를 즐겨야죠.

12월 25일, 진짜 예수님이 오신 날일지 아닐지는 몰라도 365일 중 어느 한 날에는 오신 게 분명하니까 즐겨야죠. 캐리비안 해적을 탔어요. 오전이라 비교적 줄이 짧아 30분 줄섰어요. 캐리비안 해적 보고 연극 보러 갔어요. 이건 대기 시간없이 바로 들어갈 수 있어 봤어요.


디즈니랜드에는 라떼 파는 곳이 없답니다. 그 흔한 아메리카노도 안 팔아요. 카페인 부족이에요. 인기 있다는 <Soaring Over the Horizon>을 탔어요. 대기 시간 75분이라고 했는데 진짜로 75분 더 기다리네요. 1시간 반을 기다려 5분 탔어요. 인기 있는 어트랙션이긴 한데 생각보다 화면 질이 안 좋았고 시각 효과도 약했어요. 전 세계 명소를 하늘에서 보는 것인데 실제 내려갔다 올라오는 듯한 기분은 좋네요.


2시에 있는 퍼레이드를 봐야죠. 퍼레이드가 잘 보이는 곳은 이미 열성팬들이 줄 서 있어요. 이럴 때 키 좀 컸으면 좋겠어요. 까치발로 퍼레이드 봤어요. 디즈니 캐릭터를 구현한 배우들의 열연은 좋았지만 우리나라 롯데월드 퍼레이드보다는 좀 약하다는 느낌이에요. 신데렐라 , 엘사 , 피오나 공주 영화 속, 동화 속 인물들은 상상이 아닌 현실에 진짜가 아닐지라도 보고 느낄 수 있다는 것은 좋아요. 우리가 사는 곳이 꿈이고 영화와 동화가 현실일 수도 있잖아요.

식당마다 비건메뉴가 하나씩 있네요.

이런 보기 드문 배려.. 식물성단백질로 만든 완자가 들어있는 짜장소스 비빔면이었는데 기대감 없이 먹어 생각보다 나쁘지 않았어요.


1982년에 개봉했다는 <트론>이라는 영화는 오늘 디즈니랜드에 와 처음 알게 되었어요. 40년 전 영화 속에 나온 트론 타겠다고 105분을 기다렸어요. 엎드려 오토바이처럼 타는 방식이에요. 위아래 회전 기본이죠. 상승과 하강하는 빠른 속도에 눈 감고 탔어요. 1분을 위해 105분 기다려서 탔는데 눈 꼭 감고 있던 저는 바보 맞죠. 퍼레이드 한번 더 보고 불꽃놀이를 기다리기 위해 다시 식당으로 갔어요.


식당 주문 방식은 무조건 스캔해 앱에서 주문하는 방식이에요. 부부가 왔는데 2인 세트 말고 어린이 세트를 더 주문하길래 주문을 받는 직원이 `두 분인데 3인분을 주문하셨네요` 말했대요. 부부는 `우리 아이가 여기서 이 어린이 세트를 맛있게 먹었어요.` 하면서 죽은 아이와의 추억을 말한 고객, 직원이 어린이 세트와 어린이 의자를 가지고 오면서 죄송합니다. `제가 어린이 의자를 늦게 가지고 왔습니다` 라고 말했다는 디즈니랜드의 감동스토리는 어디 갔을까요.


외국인이건 문맹인이건 무조건 스캔해서 주문하라는 강압적 주문 방식.. 하루 종일 찾아 헤매던 라떼는 없고 아메리카노가 있네요. 자리 값을 하기 위해 츄러스와 커피를 주문했어요., 저 너무 양심적이었나 봐요. 그냥 자리만 차지하고 있는 사람들도 있는데…. 앱에서 주문하고 화면에 번호 뜨면 받으러 가는 방식이에요. 눅눅한 츄러스와 텁텁한 커피.. 제가 뭘 기대한 거죠.


하루종일 줄 서면서 패스트패스에 대해 유심히 봤어요. 전 한국 떠난 지도 너무 오래되었고 그동안 놀이공원에 안 가서 패스트패스를 경험한 적이 없어요. 제가 LA 디즈니랜드 하고 동경 디즈니랜드에 갔을 때는 패스트패스가 없었거든요. 디즈니랜드에 입장하고 나서도 앱에서 패스트패스를 1회, 3회로 추가로 살 수 있어요. 하루 추가하려면 한국 돈으로 13만 원 정도 하고 1회 추가도 3만 원 넘어요. 여행자로 와서 하루만 디즈니랜드에서 보낸다면 패스트패스 사야 해요. 저같이 상하이에서 거주하는 사람들은 연간회원권을 사는 게 맞고요.


전 70분,105분 이렇게 서있을 동안 패스트패스를 산 사람들은 바로 들어갔어요. 2023년 12월 21일에 오픈한 주토피아는 대기시간 180분…아예 엄두를 낼 수 있는 시간이 아니에요. 180분, 3시간을 180위안(32,000)원을 주고 사든지 서서 기다리든지 돈이 있냐 없냐가 결정하네요. 전 어차피 상하이에 사는 사람이니 연간회원권 사서 나중에 또 오자 생각하고 <주토피아>는 포기했어요.


7시 반쯤 불꽃놀이를 위해 디즈니 성쪽으로 갔어요. 근처에 가니 펜스가 쳐있네요. 질서 유지를 위한 줄인가 했는데 제가 너무 순진했네요. 불꽃놀이가 잘 보이는 자리에 펜스를 쳐 놓고 돈을 낸 사람들만 그 안에 들어갈 수 있네요. 스크루지가 환생할 줄.. 마지막 불꽃놀이 즐기고 예약한 호텔로 돌아가려고 했는데요.


놀이공원에서 불꽃놀이와 퍼레이드는 다 같이 즐기는 공공재 아닌가요. 오늘 하루는 현실을 잊고 꿈과 환상의 나라에서 즐기라면서요. 꿈과 환상보다는 돈이 우선이고 최선인 디즈니랜드네요. 누구나 보고 함께 하는 불꽃놀이마저 잘 보이는 자리는 돈 받는 디즈니랜드, 스크루지가 환생할 줄..


유모차,휠체어 같은 약자와 이동 불편한 사람들을 위한 기본 편의재마저 90위안이라는 돈을 받고 빌려주는 것도 이해하기 힘들었어요.

어트랙션 타는 것은 정말 부지런하게 오픈런 하거나 아예 늦게까지 문 닫기 직전까지 버텨서 탈 수 있어요. 누구나 함께 보고 즐기는 불꽃놀이를 잘 볼 수 있는 자리는 아무리 일찍 가서 자리 잡아도 안되어요. 249위안(45,000원 정도)을 낸 사람만 그 자리에 있을 수 있어요. 불꽃놀이나 퍼레이드는 놀이공원에 들어온 사람이면 다 같이 누려야 하는 즐거움 아닌가요.

산업혁명 시대, 희미해져가는 크리스마스의 의미를 오늘 날 이웃들과 나누면서 함께 하는 따듯한 크리스마스로 만든 것은 찰스 디킨스의 소설<스크루지> 였어요. 스크루지가 과거,현재,미래의 자기를 보고 반성하면서 현실로 돌아와 자기가 돌보지 않았고 무시했던 사람들을 챙기기 시작했다는 소설 한 편에 잊혀져가던 사랑과 나눔의 크리스마스가 다시 부활했어요.


12월 25일에 전 스크루지보다 더 잔혹한 배금주의 얼굴을 봤어요.

1928년, 월트 디즈니가 그린 귀여운 생쥐 미키마우스는 미국 주식 시장 시가 총액 163,428백만 달러짜리 기업이 되었어요. 원 소스 멀티 유즈 One source multi use 전략과 철저한 지적재산권 관리로 엄청난 매출을 올리죠.


상하이 디즈니랜드는 상하이시가 99년 무상으로 토지 임대해 줬고 오픈 후 1년 만에 투자 비용 다 회수했어요.2023년, 상하이 디즈니랜드 방문객은 약 2천만 명이에요. 1인당 평균 10만 원 정도 소비한다고 하면 연간 매출 2조원이 넘어요. 자본주의 사회에서 사기업이 이윤을 추구한다는데 어떻게 말려요.

그렇다고 맘모니즘 Mamonism(배금주의,황금만능중의)의 날카로운 발톱으로 우리 마음 너무 할퀴지 마세요. 당신들이 버는 돈, 우리들 꿈에서 나오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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