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지금 그대로의 우리일까?
오셀로
고함(고전 함께 읽기)이라는 온라인 독서모임을 하고 있어요. 어렸을 때, 읽었던 책을 다시 읽으니 좋아요. 추억놀이하는 것 같고 읽어야 한다는 의무감에 글자만 읽었는데 이제 글자 속과 간격이 보이네요.
1막에서 4막까지는 이야기 전개되는 평면 구도였다면 5막부터는 모든 캐릭터들이 일어나 각자 움직이는 절규하는 입체 구도였어요.
3막 3장
오셀로: 디아나 안색처럼 깨끗했던 내 이름이
이제는 더러워져 시커멓게 되었다.
내 얼굴처럼 말이다.
-흑인이라는 바꿀 수 없는 피부색 대신 명성이라도 온전하게 지키고 싶었던 오셀로의 절실함
5막 1장
오셀로
그래도 그녀는 죽어야 해, 안 그러면
더 많은 남자를 배신할 테니까
-데스데모나의 의견, 입장 따위는 모르겠고 자신 생각으로 아내를 판단하고 처분을 정하는 오셀로
5막 2장
오셀로:치사한 화냥년
-화낭년은 우리나라에만 있는 단어라 찾아보니 Villainous whore 라네요. 선택이 적합했는지 아리송해요.
오셀로를 읽으며 최근 방영된 드라마 <자백의 대가>가 생각났어요. 남편이 죽은 여자는 어때야 한다는 사회적 통념에 부합하지 않았던 주인공 최수연(전도연 연기)은 오히려 남편을 죽인 피의자가 되어요. 아무도 피의자인 최수연의 말을 들으려 하지 않죠. 그렇게 사회의 고정관념, 어떤 사람은 어떠하다는 통념이 얼마나 무서운지 잘 느끼게 합니다.
오셀로는 무어인에 흑인에 그래서 백인보다 열등할 거라는(아니 열등해야 한다는) 편견과 통념에 갇힙니다. 이방인에 대해 너그럽지 못한 사회도 오셀로를 보이지 않는 틀에 가두었고 오셀로도 스스로 사회가 만들어준 고정으로 갇힙니다. 400여 년 전, 당시 세계의 도시였던 베네치아 공화국 장군이라는 높은 위치와 데스데모나라는 아내, 다 가진 것 같은 오셀로는 부관의 계략에 아내와 카시오의 불륜을 의심하고 스스로 멸망을 선택합니다.
지금 2026년, 우리가 사는 사회는 그때 사회와 뭐가 다를까요?
서로에게 어때야 한다는 고정관념과 질투와 오판은 식욕, 수면욕과 같은 인간 본성 같고, 이제 우리나라 인구의 5%가 넘어간다는 이주국민에 대한 편견과 무시는 여전하네요. 이야고의 거짓말은 지금 우리를 둘러싼 흥건한 가짜 뉴스와 다를 바 없고, 주류 사회에서 인정받고 싶어 했던 오셀로의 갈망은 지금 인스타 인증샷을 위한 이끌거리는 욕망이고, 데스데모나의 손수건에 대한 진실은 알려고 하지도 않고 그저 그 손수건이 카시오에게 있었다는 결괏값만 의미 있는 지금 이 시대가 우리가 사는 시간입니다.
이아고의 대사:저는 있는 그대로의 제가 아닙니다. I am not what I am
우리는 있는 그대로의 우리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