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수향 마을 끝판왕 우전 2편

비싼 입장료 본전 뽑아야죠.

by 안나

서책만 봐도 150위안, 동책은 110 위안, 동책까지 같이 보면 무려 190위안이에요.(한국 돈 4만원)

순간 멈칫하게 되는 가격이죠. 마치 고급 호텔 로비처럼 설계된 넓은 공간, 질서정연하게 늘어선 창구, 체크인을 기다리는 사람들까지 리조트 느낌에 가까워요.


우전 안에서 투숙하기 위해 체크인 절차를 기다리는 사람들도 많아요. 투숙 시설과 패키지 유형에 따라 입장료 할인이 있어요. 투숙객은 마을 밖을 나갔다 들어올 수 있어 안면등록을 해요. 본인이 아니면 재입장을 할 수 없는 철저한 관리, 투숙객이 아닌 경우 입장권을 소지하지 않으면 한 발짝도 안으로 들어갈 수 없어요. 아름다운 풍경과 물이 아니라 철저한 자본주의가 관리하는 수향마을이에요.

배를 타고 수로를 둘러볼 수도 있지만 저는 걸어서 보는 게 더 좋아요.

경항대운하 수계였던 우전

골목을 따라 천천히 걸어야 우전이 보여요.

물 위에 비친 처마선, 좁은 골목 끝에서 갑자기 열리는 작은 광장 같은 순간은 두 발로 걸을 때 더 잘 느껴져요.

우전대극원은 2013년에 세운 대형 극장이에요. 전통 수향마을 한복판에 현대식 공연장이 자리 잡고 있다는 사실이 이곳의 성격을 잘 보여줘요. 과거 위에 현재를 덧입힌 공간이에요.

들어가 보고 싶었던 무심미술관도 있어요. 입장료는 20위안이에요. 우전 출신 예술가 무심(木心)을 기리는 공간인데, 늦게 가는 바람에 관람을 못했어요. 다음 방문을 남겨두는 핑계가 하나 생겼어요.

염색공방도 있어요. 우전 일대는 쪽(인디고) 재배가 가능했고, 명·청대 면직물 생산과 경항대운하의 발달로 물류 유통이 활발했어요. 자연스럽게 염색 산업이 발달했어요. 남색 바탕에 흰 무늬를 넣는 프린팅, 이른바 蓝印花布는 강남 문인 문화가 선호하던 소박하고 세련된 색감과 잘 어울려 오랫동안 사랑받았어요.

굿즈샵도 다양해요. 늘 그렇듯 구경만 했어요. 관광지에서 보면 다 예쁘고 꼭 필요해 보이지만, 집에 가져오면 ‘예쁜 쓰레기’가 되는 경우가 많아서요.

체험 프로그램도 있어요. 물론 유료예요.

수향마을의 옛 골목, 시간의 흐름을 보여주는 벽 위로 자라난 나무줄기가 인상적이에요.

잘 정돈된 공간 안에서도 이런 자연스러운 균열이 있어야 숨이 트여요.


해가 지기 시작하면 조명이 하나둘 켜지기 시작해요.

낮에는 평범했던 수로가 밤이 되면 완전히 다른 표정을 보여줘요. 조명 설계가 치밀해서 세련된 야경을 즐길 수 있어요. 우전이 ‘사진 잘 나오는 수향’이라는 말을 듣는 이유를 알겠어요.

우전 출신의 중국 현대문학 거장 마오둔矛盾의 흔적도 곳곳에 남아 있어요.

수향의 낭만과 현실을 함께 담아낸 작가의 고향이라는 점이 우전에 또 하나의 서사를 더해줘요.


우전에서 가장 유명한 다리, 방생교 위에 서면 사람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아요. 그

아래로 고고한 블랙스완이 유유히 헤엄치고 있어요.

우체국도 있어요.

‘늦게 오는 우체통’이라는 게 있는데 1년, 2년, 3년 뒤에 받을 수 있도록 보낼 수 있어요.

심지어 15년 뒤에 받는 우체통도 있어요.

15년 뒤 저는 어디에서 살고 있을까요?

과거가 흐르는 수향마을에서 미래로 편지를 쓰네요.

차를 마시며 볼 수 있는 소극장도 있어요. 작은 공연도 하네요.

수극장은 면적만 22,000㎡, 무대 면적만 7,000㎡라고 해요.

숫자만 들어도 규모가 압도적이에요. 무엇을 하든 규모로는 따라갈 수 없는 중국이에요.


대형 젓가락이 눈을 사로잡아요.

젓가락 전문점이에요. 젓가락이라는 한자 ‘箸’를 전면에 내세운 진열대

성姓을 새겨주는 각인 서비스, 띠별로 고를 수 있는 젓가락까지 세분화된 상품 구성이 흥미로워요. 흔하디 흔한 젓가락도 관광 상품이 될 수 있어요.

줄 서서 먹는 샤오빙烧饼집도 있어요.

한 번 굽는 데 8분, 15개가 나오고 1인당 2개까지만 살 수 있어요. 굽는 시간이 오래 걸려서인지 늘 줄이 길어요.

기다림도 체험이죠.


안나의 추천 4.3점/5점

나는 바쁘다. 여기저기 볼 시간 없다. 수향마을은 봐야겠는데 무슨 수향마을은 왜 이리 많냐 고민한다면 당연 우전이고 일일투어버스를 이용하는게 시간,비용 효율이 제일 좋아요.

우전 안에서 투숙한다면 식사할 곳이 마땅치 않으니 배달서비스를 이용하거나 마을 밖 상가지역에 있는 식당에서 먹는 게 좋아요. 입 짧은 분은 아예 상하이에서부터 먹을 한식을 포장해서 가지고 가는 게 낫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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