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 놀러 왔어요. 5편 성형미인 남대문

by 안나

2008년, 2026년 남대문


박태환 선수가 우리나라 역사상 처음으로 수영에서 금메달을 딴 2008 베이징 올림픽이 열렸던 2008년 8월에 저는 중국으로 떠났어요. 그날, 베이징 올림픽 폐막식을 했어요.


중국 살면서 한국에 가족이 있으니 중간에 오고 가기는 했지만 한국에 대한 제 기억은 2008년에 세팅되어 있어요. 한국 들어갈 때마다 물건 값과 음식 값을 2008년 당시와 비교하며 늘 놀라고, 18년 동안 우리나라 여기저기 발전하고 새로 생긴 길, 건물, 시설, 제도가 신기하고 좋아요.


한국에 가면 며칠 머무르며 병원 투어도 해야 하고 여러 볼일 보느라 정신없어요. 특히 출국하는 날이면 밥 한 끼 못 먹고 공항 라운지에 와서야 밥 먹을 때도 많아요. 볼일 보느라 바쁘니 시내 쪽은 잘 안 나와요. 이번에 약속이 있어 18년 만에 남대문 쪽을 가게 되었어요. 사진 좀 찍는 사람들이라면 남대문 카메라 상가를 기웃거리지 않았으면 거짓말일 정도였어요. 스마트폰 보급으로 누구나 사진과 영상을 쉽게 찍고 저장, 공유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고 예전만큼 카메라 상가가 성황은 아니지만 그래도 여전한 카메라 상가들을 보니 반갑네요. 한때 Canon EOS 5D 카메라를 들고 중국 대륙 여행을 하던 뜨거운 열정도 있었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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숭례문이 눈에 들어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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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2월 10일 저녁 9시경, TV를 보던 모든 국민들은 눈을 의심했어요. 이게 사실인지 보면서도 다들 믿고 싶지 않았던 남대문 방화 사건.

소방관 360명에 중구에 있는 소방차를 다 동원할 정도로 모두 노력했지만 3시간도 안 돼 남대문이 불에 타 무너지는 것을 생중계로 지켜봐야 했어요. 우리나라 국보 1호, 조선 개국과 동시에 세워진 600년 넘은 대한민국의 상징이 허무하게 쓰러졌어요. 나라가 발칵 뒤집혔고 당시 문화재청장 유홍준 님은 마녀가 되었고, 범인은 10년형을 받았고, 몇몇 관련자 처벌이 이뤄졌지만 불에 탄 남대문을 다시 되돌릴 수는 없죠. 역사에 만약이 있다면 2008년 2월 10일 오후 9시 전으로 시간을 되돌리고 싶겠죠. 그 후 5년간 250억 원이라는 큰 금액을 들여 남대문을 다시 만들었어요. 여기서 남대문을 두 번 죽이는 사건이 있었죠. 정부에서 큰돈 들여 어렵게 구해다 준 금강송 좋은 목재를 담당 대목장이 소위 삥땅을 쳤어요. 진짜 금강송을 자기가 중간에 쓱싹하고 시베리아산 소나무로 남대문을 재건했죠. 화재와 재건, 그 어느 과정이 좋고 행복할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제대로 재건이라도 했으면 좋았을 텐데요.


같이 간 지인에게 저는 왜 남대문이 안 예쁠까요?

했어요. 화재로 사라지기 전 남대문 옛 모습을 기억하는 제게 지금 남대문은 성형미인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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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동안 한국을 찾는 외국인들이 정말 많이 늘었어요. 남대문에서 삼청동까지 가는 길에 한국에 여행 온 외국인들을 많이 볼 수 있어요. 패키지 관광객들이 줄 서서 가이드 따라 길을 건너는 것을 보니 저 또한 외국 나가서 저렇게 시티투어를 했던 모습이 생각나요. 같이 간 지인분이 우리에게 익숙한, 평범한 거리와 풍경이 다른 사람들에게는 새롭고 흥미롭겠지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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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로 여행 오는 외국분들이 고맙고 소중해요.


항상 우리나라는 볼 것 없다.

청동기 문화재 하나로 한 층을 채울 수 있는 엄청난 문화재, 한 대륙에 4계절을 다 가진 중국에 비해 자금성 넓이의 반도 안 되는 경복궁, 빈약한 문화재를 가진 우리나라에 뭐 볼 것 있어 오겠냐는 소리 많이 들었어요.

이제 세계에서 손꼽히는 규모의 국립중앙박물관도 있고, 전 세계 지도자들이 자기네 나라로 공연 좀 와달라고 줄 서는 BTS도 있고, 라면 하나로 매출 1조를 찍는 불닭면도 있고요.


18년 사이 키가 쑥 커버린 우리나라에 놀러 오니 좋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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