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은 남에서 북으로 흘렀다-경항대운하 박물관
항저우를 대표하는 키워드가 서호와 용정이라면,
이 도시를 제대로 이해하는 키워드는 경항대운하입니다.
항저우에서 시작해 베이징 통저우까지 남에서 북으로 이어진 인류 최대의 인공수로, 경항대운하
이 거대한 물길은 항저우를 출발해 쑤저우–양저우–쉬저우–지닝–랴오청–더저우–톈진을 거쳐 약 1,800km에 걸쳐 이어진 위대한 인류 문화유산입니다.
대운하의 남쪽 종점이자 물류의 출발점 역할을 했던 공신교에 경항대운하박물관이 있어요.
항저우의 경항대운하 박물관과
양저우의 대운하 박물관은 성격이 꽤 다릅니다.
항저우 박물관은 운하를 이해하는 초급코스면,
양저우의 박물관은 ‘국가급’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규모와 자료 면에서 압도적입니다.
양저우 이야기는 따로 정리해보려 합니다.
이 박물관은 2009년에 개관했고,
2014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계기로 전시가 한층 보강되었습니다.
입구에 들어서면 대형 파사드에 펼쳐지는 대운하 영상이 먼저 시선을 압도합니다.
베이징에서 항저우까지 이어지는 전체 지도가
1,800km라는 스케일을 직관적으로 보여줍니다.
전시는 크게 흐름 중심으로 이어집니다.
먼저, ‘남북을 연결하다’라는 주제 아래
수나라 이전부터 존재했던 인공 수로의 흔적을 짚고,
이후 수 양제 시기의 대규모 연결 공사를 거쳐
원·명·청에 이르기까지 확장된 운하의 역사를 보여줍니다.
이어지는 전시에서는
선박 모형과 수문·갑문 등 수위 조절 기술,
그리고 수로를 유지하고 관리했던 방식이 소개됩니다.
또 다른 축은 도시와 상업입니다.
운하를 따라 형성된 도시들이 어떻게 성장했고,
그 물길이 어떻게 부를 만들어냈는지를 보여줍니다.
운하는 단순한 길이 아니라,
국가를 움직이던 하나의 ‘시스템’이었다는 것.
세금으로 거둔 곡물을 북쪽으로 운송하던 네트워크이자,
국가 재정을 유지하는 구조였고,
도시 경제를 서로 연결하는 핵심 인프라였습니다.
남에서 북으로 흐르던 이 거대한 물길이 없었다면,
오늘날의 중국 역시 지금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을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