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by Bike and Books


엄마는 늘 일을 하고 있었다.

기억에 없는 아기 때는 화장품 가게와 수예점을 했다고 했고, 집에는 엄마가 만든 손뜨개 생활용품들이 많았다.

옷은 물론이고 테이블보, 전화기 받침대와 덮개, 자동차 시트, 침대 커버, 심지어 언젠가는 코바늘로 커튼을 만들어서 달아두었다.


집에 아줌마들이 잔뜩 모여서 까만색 플라스틱 같은걸 가운데 쌓아놓고 톡톡 뭔가를 만드는 모습이 기억난다.


중간중간 전업주부로 지내던 시기도 있었지만, 내가 초등학교 4학년 때 꽃가게를 차린 이후로 34년째, 엄마는 쉬는 날이 없이 일을 하고 있다.


22년 동안 꽃가게를 했는데, 어느 날 갑자기 전화가 와서

‘식당을 하고 싶은데 해도 될까?’

물었다. 아빠가 못하게 할까봐 무섭다고 나한테 편을 들어달라고 했다. 뭐든 일단 반대하고 보는 아빠와 뭐든 일단 저지르고 보는 엄마.

‘엄마는 어차피 할거잖아. 편은 못 들어줘, 엄마 마음대로 해.’

엄마가 지어낸 거짓말을 아빠에게 전하기엔.. 뭐랄까. 아빠한테 배신 때리기 싫은 기분. 그리고 진짜로, 내가 편 들어주지 않아도 엄마는 하니까. 나한테 묻는 건, 확신을 위한 다짐이자 통보일 뿐이니까.


엄마를 보면, 실패를 하지 않는 사람이 있다는 생각이 든다. 돈을 못 벌 때도, 심지어 잃을 때도 엄마는 그 나름대로의 대안이 다 있고, 위기를 극복해내고야 만다. 실패도 성공이 된다. 크기는 작지만, 엄마는 늘 성공하는 사람이다. 70을 바라보는 지금도 우리 집에서 가장 많은 수입을 내고 있다.


내가 엄마를 좀 더 닮았으면 엄청난 사업가가 되었을지도 모르겠다. 기가 막힐 정도로 아빠를 빼다 박은 딸이라 그 나름대로의 강점이 있지만, 돈은 뭐… 휴휴


어지간해서는 쉬는 날을 만들지 않는 엄마가, 3년 전에 나를 만나러 왔다. 그때는 이미 국밥집을 한지 한참 되었을 때인데, 여전히 꽃 소녀인 엄마를 위해 가드닝 카페에 가서 꽃구경도 하고 차 마시며 수다를 떨었다.


엄마는 카페 마당의 커다란 식물에서 이파리 하나를 뜯었다.

‘이거 물에 넣어두면 뿌리 나. 그러면 화분에 심어. 엄청 예쁜 거야, 이거.’


꽃가게 할 때 화원 앞에, 골목길 주택 마당집 앞에 크고 작은 화분들을 내어 놓으면 휙 집어가는 사람들이 있다고 해서 신고를 하든 CCTV를 달든 하라고 했더니, 꽃도둑은 잡는거 아니라고 했었다. 얼마나 예뻤으면 그 꽃이 탐이 났겠냐고, 꽃이 좋아서 그러는 거라고. 미안하면 아마 하나쯤 사러 올 거라고도 했다. 그 순진함으로 돈도 떼이고 사람도 잃고 했으면서.


천진난만하게 이파리를 떼어서 나에게 건네는 엄마를 꽃도둑이라고 놀렸다. 사장님께 가서 말씀드렸더니 환하게 웃으며 몇 개 더 떼어가시라고 해서 마음이 놓였다. 엄마는 거봐, 하며 더 행복했다.


뭐든 살려내는 엄마를 닮지 못해 화분보다는 생화를 자주 샀는데. 엄마가 떼어 준 이파리는 일주일 만에 뿌리를 내고 새순을 틔워 3년 동안 이렇게나 쑥쑥 자라 버렸다. 빛이 잘 드는 곳에 놓아두고 3주에 한 번쯤 물만 흠뻑 줬을 뿐인데. 어지간한 나무 한그루마냥 늠름하다. 다육식물이라고 했던 것 같은데.

가끔 사진을 찍어서 보내고 엄마와 같이 웃는다.


기둥 부분에 복잡하게 달린 잎을 따서 큰 화분에 대충 던져 놓았는데, 거기서 또 뿌리가 자라 새 잎이 솔솔 나왔다. 미루고 미루는 동안 몇 잎이 거름이 되어버렸다. 어제 독일 토분을 사다가 심었다.


다 심어 나란히 놓고 보니 또 새롭다. 엄마의 생명력, 에너지, 순수함. 그런 것들. 엄마가 떼어준 잎이 이만큼 자라는 동안 엄마의 에너지가 내 집에 머무는 것 같아서 좋다.


이 화분을 받는 이에게 이야기를 들려주어야지.

울 엄마의 에너지가 함께 전해지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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