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 한 곡을 위해 악보집을 사고
레슨용 소장용 따로 제본하고
지금은 사라진 명동 대한음악사
버스 타고 기차 타고 지하철 타고 가서
몇 시간 동안 눈으로 음악을 들었다.
얇은 종이 악보들이 가득한 공간의 냄새가 아직도 선하다.
오래된 서점 냄새와는 다른
음악의 냄새, 내음, 향기
필요하지만 가기 전부터 없을 줄 알았던 악보 대신
필요 없지만 사고 싶었던 총보와 가곡집을 담았다.
집으로 돌아오는 내내
시디플레이어에서 나오는 음악과 손에 쥔 악보를 맞춰보며
위대한 영혼들이 만들어낸 창조물에 감동했다.
지금보다 훨씬 어렸으면서
어른인 척 깊이 이해하는 척
사뭇 진지하게 음악에 빠져있던 그 시절이
이 악보들에 담겨 있다.
나의 한 시절, 음악, 악보.
성악을 배우기 시작했다는 말이 반갑고 기특해서
이참에 창고 깊숙이 꽂아둔 악보들을 다 줘야지 호기롭게 꺼냈다가
도저히 안 되겠다 몇 권 다시 넣어두고
가만히 노려보다 몇 권 다시 추려내고
악보를 넘기다가 한 권 다시 그러쥐고
지나간 꿈을 떠올려보고 싶을 때
그때처럼 한 음 한 음 깊이 음악을 느껴보고 싶을 때
그런 때에 필요할 것 같아서.
음…
구차한 변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