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렸던 너, 잊어버렸던 나.

by Bike and Books


2015년 여름, 6살 꼬맹이일 때.


후시미이나리라는 교토의 신사에서

아들을 잃어버렸다.



낯선 나라에서.

만 개가 넘는 도리이가 끝없이 이어지는 길,

전 세계 사람들이 앞뒤로 간격을 맞춰가며 걷는 그 복잡한 길에서.


신사 초입에서 사진 찍고 놀고 했던 기억,

아들을 다시 찾은 순간의 기억 선명한데

그 사이 기억이 거의 없다.


아들은 신사 초입의 계단에 앉아 있었고

내가 호들갑을 떠는 게 무색할 만큼

'여기가 처음에 같이 쉬었던 곳이라서 기다리면 엄마가 이쪽으로 오겠지 생각하고 앉아 있었어.'

라고, 태연하게 말했다.


태연함 속에 무서움과 두려움이 있겠지.

엄마를 찾아 오르던 길을 내려오는 시간이 길고도 길었겠지.


아이가 드러내지 않는 감정을 느꼈지만

아이가 드러내는 용맹함, 자신의 생각이 맞았다는 그 당당함에 맞장구를 쳐주었다.




여행을 잘 마치고 돌아왔지만 가끔 아들을 잃어버리는 꿈을 꾸었다.

꿈에서는 찾기도 하고, 못 찾고 깨기도 하고 그랬다.



10년 만에, 16살이 된 아들과 신사를 찾았다.

아들이 흐릿한 기억에 살을 붙여 풀어놓는 모험담을 들으며

엄마가 얼마나 겁에 질려 미친 여자처럼 그 신사를 뛰어다녔는지 털어놓으며

후시미이나리 신사에서 둘만의 추억을 다시 만들었다.

시원한 빙수도 먹고, 오르막 내리막 걷기도 하고, 서로 멋진 사진 찍는다며 구도도 잡고.




10년 사이 우리는 참 많이 달라졌는데

여전히 함께 여행하고 이야기하고

같은 것을 보고 같은 감정을 느낄 수 있어서 다행이다.



이제 아들 잃어버리는 꿈은 꾸지 않을 것 같다.

잃어버렸던 너를 찾았고

잊어버렸던 나를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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