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징어게임의 대성공은 한류의 가능성과 그 수준이 세계적임을 확인하는 계기였다. 팬데믹이라는 암울하고 폐쇄적인 시기에 넷플릭스는 모두에게 세계를 보는 창이 되어주었다. 그것은 픽션이지만 현실을 기반으로 한 불편한 진실이 때론 섞여있어서 사람들에게 사유하는 순간을 선사했다. 꼭 팬데믹만이 이유가 아니라, 현대인들은 OTT를 언제 어디서든 즐길 수 있기에 그 구독과 시청은 음악 스트리밍처럼 생필품이 되어버렸다. 방영시각이 정해져 있지 않다는 점과 태블릿이나 스마트폰 혹은 노트북과 같이 평소에 생필품으로 지니고 다니는 기기로 스트리밍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넷플릭스나 왓챠와 같은 OTT의 성공은 어쩌면 뻔한 공식일지도 모른다.
크리스마스 다음날인 12월 26일 대망의 오징어게임 2가 공개되었다. 넷플릭스가 미국회사이기에 미국이 크리스마스인 날과 공개일을 맞추고 싶어서였을까? 아무튼 이 시즌2는 공휴일 다음날에 개봉되었다. 개인적으로 기대가 컸었다. 시즌1을 재미있게 보기도 했고, 전작의 성공으로 인해서 더 큰 투자를 받았는지 캐스팅 라인업도 상당했다. 1편에서는 이정재를 필두로 하고 보석 같은 배우들을 발견하는 재미가 있었다면, 2편은 대놓고 실력파 배우들을 캐스팅하여 대중의 기대를 한껏 올려놓았다. 어떻게 이정재, 이병헌, 강하늘, 이진욱, 양동근, 임시완, 전재준으로 알려진 박성훈, 공유, 빅뱅의 전 멤버 최승현이 한 작품에서 동시에 존재감을 드러낼까 하는 궁금증이 이 시리즈의 공개를 기대하게 만들었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배우 라인업이 너무 화려해서 문제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흔히들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고 하지 않는가. 항상 주연을 맡던 존재감이 강한 배우들이 한 작품에서 쇄도한다니. 오히려 작품의 몰입에 방해가 되지 않을까 싶기도 했다. 그런데 내 생각이 얼추 맞은 거 같다. 각각의 캐릭터가 너무 강해서 작품을 간단한 직렬 구조로 즐기기보단 너무나도 화려하고 복잡한 서사로 인해서 몰입이 어려웠다. 1편을 본사람이라면 성기훈(이정재 배우분)의 스토리는 알았을 것이고, 나머지 인물들은 새로 접했을 것이다. 너무나도 많은 주연급 배우들의 쇄도와 동시에 각기 다른 사회적 어두운 부분이 많이 섞여있었다. 1편의 경우는 자본주의의 어두움과 경쟁사회의 민낯을 보여주는 사회적인 메시지를 주었지만, 2편의 경우는 같은 메시지를 반복하면서 사회적인 이슈들을 너무 추가하는 데에만 주목했다. 코인 투자 실패, 미혼모, 도박 중독, 캥거루족, 트랜스젠더, 마약문제 등 너무나도 많은 사회의 어두운 면을 부각하는 데에만 집중했다. 오히려 1편에서 경쟁이라는 패러다임을 부각해서 시리즈의 정체성을 드러낸 것처럼, 2편에서도 여러 가지 주제들이 혼합되어 혼잡한 서사를 구성하기보단 하나의 키워드로 시리즈의 정체성을 형성하였다면 보다 정돈된 시리즈가 되지 않았을까 싶다.
개인적으로 2편에는 너무 많은 것을 넣으려 했다는 감상평이 든다. 너무나도 많은 주연급 배우와 캐릭터 설정 등 이러한 혼잡한 구조가 내러티브를 한 방향으로 이끌기보다는 여러 방향으로 팽창하는 것처럼 통일성이 없는 카오스를 형성한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왜 2편은 그렇게 끝내야만 했을까? 그렇게 해야 시즌3 홍보가 될 것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일까? 아무리 시즌3가 마무리고, 시즌2는 과도기라고 하더라도 굳이 그렇게 끝냈어야 했을까 싶다. 지금까지 던진 떡밥은 너무나도 많고, 풀리지 않은 의혹은 넘쳐나는데 과연 그게 하나의 시즌 안에서 모두 해결될 수 있을까? 시즌 1과 시즌 2가 각각 9편과 7편까지 있는데 시즌 3가 과연 몇 부작이어야 이 모든 것을 해결하고, 오징어게임을 명작의 반열에 올릴 수 있을까? 기존의 시즌을 보면 열 편 안에서 끝날 것으로 보이는데, 그렇다면 그 짧은 시즌 동안에 또 얼마나 많은 이야기를 압축해서 감상자들에게 전달해야 할까?
시즌1은 간결하게 사회적 상황을 보여주고, 공감을 얻음으로써 큰 성공을 이루었다. 그러나 시즌2는 무리한 확장과 압축으로 몰입을 어렵게 만들고, 똑같은 메시지를 반복함으로써 대중에게 진부하다는 감상평을 내놓게 만든다. 시즌3은 오징어게임을 완성하는 시즌이 될 텐데, 아마 오징어게임을 명작의 반열에 올릴 마지막 기회가 될 것이다. 과연 시즌3은 오징어게임 시즌2의 혹평과 모든 의혹들을 해소할 수 있는 작품이 될까? 아니면 역시 1편 못 이기는 후속작에 불과한 클리셰로 남게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