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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경수 Jan 05. 2022

[일기] 21년 1월 5일

나에게로 떠나는 여행 : 부산 2일 차

엘시티 전망대에서 본 광안대교와 마린시티

  어제 많이 걸은 것치곤 꽤 가볍게 아침을 시작했다. 체크아웃을 하고 나는 마린시티로 향했다. 버스나 택시를 타지 않고 내 발로 걸어갔다. 생각보다 걸어만 한 거리였다. 앨범 하나 들으니 해운대 아이파크에 도착하는 정도? 오늘도 마린시티는 웅장했다. 가까워질수록 더욱 체감할 수 있었다. 음악을 들으며 아무 생각 없이 걷다 보니 어느덧 마린시티에 도착했는데, 도착하자마자 부자 냄새가 나는 동네였다. 포르쉐나 벤틀리 같은 고급 승용차도 그런 느낌을 주는데 한몫했지만, 무엇보다 그곳 주민으로 보이는 사람들에게서 느껴지는 여유가 부자 냄새를 풍기는 것 같았다. 아무렇지 않게 명품을 휘감고, 뉴요커처럼 강아지를 산책시켰다. 강아지도 흔히 보이는 종이 아니라 외국 할리우드 배우들이 키우게 생긴 녀석들이었다. 서울에선 청담, 압구정에서 다른 계층의 기운을 느꼈다면, 부산에서는 마린시티에서 그 감정을 느꼈다.


  사람 구경에 동네 구경을 하며 걷다 보니 어느새 1시간을 넘게 걸어서 배가 고팠다. 11시쯤이었는데, 평소보다 이른 점심을 먹기로 했다. 마린시티에서 오늘 점심을 먹으려고 출발 전부터 생각했지만, 어느 식당에 갈지는 정하지 않아서 허겁지겁 지도 앱으로 맛집을 찾았다. 근데 혼자 가기 좀 그런 곳이거나 가격이 너무 센 곳 밖에 안보였다. 그래서 해운대 번화가로 발길을 돌리고 걷는데, 수제 버거 가게가 보였다. 어두워서 영업을 하지 않는 것처럼 보였는데, 너무 배가 고파서 그냥 들어갔다. 아주 다행히 영업을 했다. 가게가 펍? 같은 곳이라 좀 어두컴컴한 분위기였다. 주문을 하고 나는 가게를 둘러봤다. 뭔가 마린시티 인싸들의 힙플레이스 같은 느낌이 나는 가게였다. 가게 안 손님은 나 혼자였지만, 배달 주문은 쉴 틈 없이 계속 들어왔다. 그래서 맛집인가? 하고 기대를 많이 했다.

메뉴 이름은 기억이 잘 안나는데 ‘블랙 번 버거’였나? 그랬음.

  오 소스가 달달하니 맛있네. 사진에선 안 보이지만 감자 뒤에 할라피뇨가 있어서 같이 먹으면 아주 맛있었다. 그래서 하나도 안 남기고 다 먹었다. 배를 채우고 동백섬을 향해 다시 걸었다. 동백섬은 식당에서 10분 정도 거리여서 금방 갔다. 동백섬은 4년 전에 처음 부산에 왔을 때 온 적이 있어서 익숙한 곳이었다. 그렇지만 뭔가 달라진 느낌이 들었다. 내가 다른 루트로 돌았나?


  그래도 동백섬은 아름다웠다. 나무와 바다가 의외로 잘 어울리는 조합이었다. 4년 전에 왔을 때는 엘시티가 한창 공사 중이었는데, 이번 여행에서는 완공된 엘시티를 봤다. 멀리서 봐도 정말 높아 보였다. 서울에서는 35층도 높아 보이는데 부산에선 기본이 35층이 넘는 것처럼 보였다. 동백섬에서 다음 목적지는 엘시티로 정하고 다시 무작정 걸었다. 엘시티가 목표고 해운대 해수욕장은 그저 지나가는 길목이었지만, 해운대 해수욕장도 아름다웠다. 옛날엔 서해, 동해, 남해 다 그냥 똑같은 바다인 줄 알았는데, 요새 보니까 미묘한 차이가 있는 것 같다. (부산에 고층 건물이 많아서 그렇게 느꼈을 수도…?)

엘시티 전망대에서 찍은 사진들

  내가 살면서 가본 곳 중에서 제일 높은 곳이었다. 걸어오면서 본 마린시티마저 낮게 보이는 높이였다. 우리나라에서 두 번째로 가장 높은 건물이라고 하는데 아래를 쳐다보면 정말 아찔하다. 사람이 많을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여유로웠다. 대부분 가족끼리 혹은 친구들끼리 온 것 같았다. 나만 혼자 온 것 같았는데 괜찮았다. 2시간을 100층에서 보냈다. 경치 보며 사색에도 빠져보고, 책도 읽었다. 딴짓을 하려 해도 경치로 자꾸 눈이 가 할 수가 없었다.


  슬슬 지루해서 해운대 해수욕장으로 다시 내려왔다. 그리고 무얼 해야 하나 고민하다 맥도날드에 가서 아이스크림을 먹었다. 원래 단거 잘 안 먹으려 노력하는데, 이번 여행은 엄청 많이 걸었으니 괜찮다고 스스로 합리화했다. 맥도날드에서 시간을 때우다가 저녁을 먹으러 갔다. 오늘따라 초밥이 왜 그렇게 먹고 싶은지……. 숙소에서 가까운 회전초밥 집에 가서 저녁 식사를 했다. 밥을 먹고 나오니 시간이 애매했다. 6시에 체크인인데 5시 반이었다. 30분 동안 무얼 하나 고민하다가 다시 해운대 해수욕장을 걷기로 했다.

뭔가 낌새가 좋지 않더니 결국 비가 왔다.

  밤이 돼가니 엘시티는 더 멋있었다. 근데 문제가 하나 생겼다. 갑자기 비가 오기 시작했다. 아 우산 없는데. 우산을 사기도 애매할 정도로 어중간하게 비가 내렸다. 금방 그치겠지? 하고 그냥 걸었다. 걷고 또 걸어서 6시까지 시간을 보냈다. 드디어 방으로 갔다. 생각보다 방이 전망이 좋았다. 엘시티도 보이고 해운대 해수욕장도 보이는 오션뷰였다. 무엇보다 내일 부산역에 갈 버스를 타기에 아주 좋은 위치였다. 이번 여행은 2박 모두 오션뷰를 누렸다.


  방에서 좀 쉬고 나가고 싶었다. 그래서 창 밖에 사람들이 우산을 쓰나 봤는데, 10명 중에 3명 정도만 우산을 썼다. 그래서 별로 안 내리는 것 같길래 다시 내려가서 걸었다. 근데 비는 아까처럼 조금 왔다. 그래도 음악을 들으며 바다를 보며 마냥 걸었다. 걷다가 커피가 마시고 싶어서 다른 호텔에 있는 스타벅스도 갔다. 스타벅스에서 넷플릭스 좀 보여 시간을 때우고 난 다시 음악을 들으며 숙소로 향했다. 콜드플레이의 ‘fix you’를 들었는데 울뻔했다. 무슨 노래가 이리 감동적인지……. 거기다 부산 야경이 배경이 되니 벅참이 두배 이상이었다.


  야식으로 버거킹에서 버거 세트를 사서 다시 숙소로 왔다. 내일은 집으로 돌아가는 날이다.


  일기를 쓰며 오늘 하루를 회상하며 가장 인상적인 것은 부산의 도로 교통이었다. 모든 사람이 그러지만 않기에 일반화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여기에 와서 유난히 무단횡단을 많이 봤다. 심지어 차들도 노빠꾸(?)로 끼어들었다. 근데 내가 본 차량들과 사람들은 너무 당연하다는 듯이 그렇게 행동했다. 서울이나 경기도에선 무단횡단을 하거나 옆에 차가 갑자기 끼어들면 클랙슨을 울리는데, 여기는 그렇지 않았다.. 내가 이틀 동안 부산의 일부분만 보아서 그렇게 느끼는 걸 수도 있다. 내가 본 사람들은 겁이 없었나…? 부산은 재밌는 동네인 것 같다. 심지어 마린시티에선 굉장히 우아한 어르신들께서 차가 오는데도 우아하게(?) 무단횡단하는 것을 보았다… 평생 잊지 못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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