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경수 Jan 06. 2022

[일기] 21년 1월 6일

나에게로 떠나는 여행 : 부산 마지막 날

호텔에서 본 해운대 해수욕장

  오늘은 2박 3일의 여행을 끝내고 집에 돌아가는 날이다. 이틀 동안 많이 걷고, 많이 구경했다. 맛있는 것도 많이 먹었다. 무엇보다 생각을 제일 많이 했다. 고민이 많아서 떠나온 여행이었는데, 목적은 달성한 것 같다. 바다를 보며 마냥 걸은 것만으로도 나에게 치유가 되었다. 99층에서 마신 커피도 잊지 못할 추억일 것이다.


  누가 뭐 라건 내 인생의 주인은 나인데, 나는 왜 그동안 남의 눈치를 보며 살았을까? 음악을 하다가 공학을 할 수도 있는 거고, 공학을 하다가 인문학으로 넘어가는 게 잘못된 것이 아닌데 난 왜 선뜻 결정을 내리지 못했을까? 틀렸어도 내가 살고 싶은 대로 사는 것이 맞는 인생 아닐까? 네가 말한 대로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려고 결심했어. 항상 너로 인해 내가 무언가를 도전하는 것 같아. 네가 아니었다면 나는 지금처럼 새로운 것을 하며 살 수 있었을까? 너라는 존재가 나에게 디오니소스적인 존재인 줄만 알았는데, 나에게 아폴론이기도 한 것 같아. 맨날 내가 외치는 ‘Amor fati’도 과거를 뒤돌아 보면 실천하지 못한 것 같다. 남들에게 현실을 사랑하라 말하면서 나는 나를 사랑하지 못하는 내로남불이 아니었나 싶기도 하다.


  하지만 너에게 많은 것을 배우고 깨달았다. 우리가 아무리 사회라는 거대한 구조 속의 객체일지도, 우리에겐 자유를 누릴 권리가 있다. 미셸 푸코가 스스로를 구조주의자가 아닌 계몽주의자라 말하는 것도 이러한 이유가 아닐까?


  해외여행은 안 가봐서 모르지만 국내여행도 갈만한 곳이 많은 것 같다. 팬데믹이라는 이유로 국내만 여행이 가능하지만, 반대로 생각해보면 지금처럼 국내여행에 열정적일 수가 있을까? 남들은 해외여행을 못 가서 명품을 사거나 차를 사는데, 나는 한적한 해운대 바다를 누리는 것이 더 좋다. 물질은 언젠가 질리고, 물질적 쾌락은 더 큰 역치의 자극을 요구하는데, 국내여행은 그렇지 않다. 이 좁은 대한민국에서 도시화 정도만 다르지, 솔직히 다 사람 사는 곳이 아닌가? 이번엔 부산 사투리를 들었으니, 다음엔 전라도 사투리를 들으러 여수에 가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다음이 언제가 될지 모르겠다. 나는 이제 4학년이라 사실상 이번 방학이 마지막 방학이다. 내년엔 취직을 하거나, 대학원에 진학하겠지. 그때도 이번처럼 여행할 수 있을까? 아무튼 이번 여행은 나에게 큰 치유가 되었다. 나에 대해 더 생각하고, 나를 더욱 아끼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작가의 이전글 [일기] 21년 1월 5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