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경수 Jan 08. 2022

타자를 위한 곳은 없다.

방역패스 : 미접종자를 타자화시키는 정책?

미셸 푸코(Michel Foucault, 1926~1984)와 그의 저서 "광기의 역사(1961)"

  푸코는 그의 박사논문 '광기의 역사(혹은 광기와 비이성)'에서 지금의 광인이 왜 광인으로 분류되는지 그 이유를 계보학적으로 추적한다. 그는 이 책에서 중세부터 근대까지 광인으로 분류하는 규정과 광인에게 취하는 조치 사례들을 구체적으로 말해준다. 


  중세시대에 광기는 자연스러운 본성으로써 사회가 제재를 가하지 않았다. 그러나 시간이 흘러 르네상스 시대에 이르자 광기를 가진 사람들을 한 배에 모아서 '광인들의 배(Das Narrenschiff)'라고 부르며 마을에서 추방시켰다. 르네상스 이후 고전주의 시대에는 '로피탈 제네랄(L'hopital general)'이라는 수용소에 광인들을 감금시켰다.


  그리고 근대에는 광기를 질병으로 분류하여 정신병으로 취급했고, 정신병원에서 치료를 받아야할 대상으로 규정했다. 중세시대부터 근대시대까지 광기의 의미가 시대마다 다르고 광기를 대하는 이성의 태도도 달랐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푸코가 중세시대에서 주목했던 사건은 나병(한센병) 환자들의 수용이었다. 당시 중세시대는 나병의 전염과 확산이 큰 사회적 문제였는데, 이에 프랑스에서는 로피탈 제네랄이라는 수용 시설을 만들어 나병 환자들을 격리 조치한다. 사회의 안보에 해를 끼치는 사람들을 정상인들의 사회에서 배제시키기 위함이었다. 전염병이 있는 사람들을 사회로 부터 격리시키니 사회는 점차 안정화되었다. 이를 계기로 중세인들은 '비정상인'들을 사회에서 배제시킴으로써 사회 질서가 유지됨을 깨달았다. 시간이 흘러 이 깨달음은 사회에 해가되는 누구든 수용할 수 있다는 의식적 바탕으로 작용된다. 하지만 중세 시대에 광기는 인간의 자연스러운 본성이라 여겨졌다. 다만, 조금은 신비스럽고 영험한 힘으로 여겨졌다. 오늘날의 무속인처럼 이성으로 접할 수 없는 신적 세계를 계시하는 사람들로 취급되었다.


  르네상스 시대에 광기에 대한 인식은 '우주적 경험'과 '비판적 경험'으로 나뉘었다. 전자는 우주적 질서를 직관할 수있는 신비한 힘으로서의 광기를 의미하고. 후자는 인간의 이성이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명확하게 설명된 광기를 말한다. 푸코는 중세 시대까지만 해도 이 두 가지 인식이 나름의 조화를 이루었다고 한다. 다만, 우주적 경험으로 인식되는 광인은 두려운 존재로 여겨져 '광인들의 배'에 실려 추방당하기도 했지만 그 존재 자체를 부정당하지 않았다. 비판적 경험으로 인식되는 광인은 영적 세계의 메세지를 전해주는 현자처럼 여겨졌다.


  그런데 고전주의 시대에 와서 그 균형이 무너졌다고 푸코는 말한다. 광기에 대한 우주적 경험은 부정당하고 비판적 경험만이 살아남았다. 그 결정적인 원인으로 푸코는 르네 데카르트의 저서 '성찰'과 '대감금 시대'를 제시했다. '성찰'에서 데카르트는 이성과 비이성을 분리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이것을 분리하는 기준은 그 유명한 "Cogitio ergo sum(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이다. 데카르트의 이 명제로 인해 인간의 존재 기반은 생각할 수 있는 능력 그 자체가 되었다. 다른 말로, 이성만이 인간의 존재 근거이며, 광기에 휩싸인 사람들은 이성적인 사고를 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인간의 범주 바깥의 존재가 되어버렸다. 


  이러한 변화는 이전 시대들과 비교할때 더욱 확연한 대조를 이룬다. 중세시대의 광기는 르네상스 시대에 이르러 우주적 경험과 비판적 경험으로 양분되었는데, 고전주의 시대에 이르러서는 르네상스 시대의 비판적 경험 이성으로 분류되었고, 우주적 경험은 광기로 분류 되었다. 그래서 푸코는 데카르트에 의해 광기의 범위가 비이성으로 축소되었고, 광기는 이성적일 수 없다고 말했다.


  1656년 파리 시민들을 대규모로 감금한 사건이 있었다. 당시 대감금이 행해진 이유는 무든 무질서의 원천으로서의 구걸과 무위도식을 막기 위해서 였다. 따라서, 매매춘 여성, 부랑자, 사기꾼, 무신론자, 광인과 같은 자들이 감금되었다. 즉, 대감금은 노동 활동에 열심히 임하지 않는 사람들을 국가적 범위에서 처벌한 것이다. 노동하지 않는 자들을 교정하기 위해서 감금이 이루어진 것이다. 푸코는 이 사건에서 주목한 점은 국가가 시민들의 도덕을 행정적으로 관리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쉽게 말해서 국가의 관점으로 노동하지 않는 자들을 죄인으로 취급하고 그들을 감금시켜 교화시켰다.


  푸코의 광기의 역사의 일부 줄거리를 통해 광인이 왜 광인으로 규정되었는지, 그들을 어떻게 처리했는지 보았다. 광기는 이성의 관점에서 '타자'이다. 따라서 이 책은 인간이 광인이라는자들을 어떻게 타자화시켰는지와 타자화의 근거를 보여주기도 한다. 


  방역패스가 말이 많은 지금 이 시기에, 이 정책은 국민들을 백신접종 유무로 이성과 비이성을 나누듯이 양분한다. 방역패스가 유효한 사람들은 기존처럼 생활이 가능하지만 미접종자는 불가능하다. 백신접종이 중요하고, 방역의 기본이지만, 우리에게는 백신접종을 선택 할 권한이 있다. 정부는 백신접종만이 답이라며 3차 접종까지 권하고 있지만, 일부는 백신 부작용의 사례들로 인해 쉽게 동참하지 못할 수도 있다. 


  결국 이 정책은 미접종자를 타자화 시키고 아무곳도 가지 못하게 한다. 과거 광인들에겐 광인들의 배와 로피탈 제네랄이 있었지만, 미접종자에겐 갈 수 있는 곳이 없다. 기본권마져 침해하는 이 제도가 과연 제대로 이루어지고, 방역에 큰 효과를 줄까?


네이버 블로그로 보기



작가의 이전글 [일기] 21년 1월 6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