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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경수 Dec 01. 2021

지식과 양극화

빈익빈 부익부

미셸 푸코(Michel Foucault, 1926~1984)
지식과 권력은 맞물려있다.
- 미셸 푸코 -


지식은 권력을 만들고 권력은 지식을 만든다. 그리고 지식은 또 다시 권력을 만든다. 이 순환고리 과정이 권력의 벽을 더욱 견고하게 만들고 계층이동을 어렵게 만든다. 따라서 지식의 편중이 심해지면 계층간의 양극화는 더욱 심해진다. 이원화된 순환고리를 다원화해보면 권력이 이데올로기를 이데올로기가 에피스테메를 만든다. 그리고 에피스테메는 다시 권력을 만든다. 이원화를 하던 다원화를 하던 계층간의 양극화가 일어나는 건 어쩔 수 없다.

그렇다면 왜 이러한 순환이 권력을 보다 견고하게 만들까? 인간의 이기심도 하나의 원인이 아닐까? 법을 만드는 사람도 인간이고, 법과 권력이 인간의 존재를 규정하는데 당연히 법을 만들때 본인의 경향도 첨가되지 않을까? 누구나 법을 만드는 사람이 되면 내 재산을 많이 가져가는 법보단 내 재산을 지키는 법을 만들 것 같다. 인간은 자신보다 남을 위할 만큼 이타적인 존재가 아니라 자신만을 챙기는 이기적인 존재인데 어떻게 양극화가 이 사회에서 사라지겠는가. 이기심과 경쟁이 있었기에 우리는 양질의 물질을 누리고, 문명을 발전시켰는데 말이다.

인도의 한 도시가 사회의 양극화를 제대로 보여주고 있다. (출처 : 구글)


계층의 장벽

지식의 편중이 권력층을 만들고 ‘계층의 장벽’을 세운다. 그 벽은 너무 두껍고 높아서 아무나 넘을 수 없다. 그리고 계층의 장벽 안에서 태어나 많은 지식을 습득한 사람은 지식을 재료로 삼아 세상에서 권력을 쥐고 편안하게 살 것이고, 장벽 밖에서 권력층이 원하는 대로 살아온 혹은 ‘규정된’ 사람은 제한된 지식만 습득하고 권력을 행사하는 주제보다 권력의 객체가 되어 장벽 안에서 태어난 사람보다 더 힘들게 살 것이다.


사회가 발전할 수록 혹은 시간이 흐를 수록 계층의 장벽은 더 두꺼워지고 높아진다. 결국 지식의 편중이 가중되어 계층간의 초양극화를 초래한다. 장벽 안에서만 산 사람은 장벽 밖의 세상을 모르기에 이 장벽은 ‘무지의 장벽’의 역할도 한다. 초양극화로 인해 양쪽 계층은 서로의 삶에 대해 무지하기 때문이다.


선험적으로 서로 다른 두 사람

태어나서 죽을 때 까지 매일 호텔에 가서 식사를 하는 사람은 편의점 삼각김밥의 맛도 모르며 왜 사먹는지도 모를 것이고, 매일 편의점에서 라면으로 끼니를 떼우는 사람은 왜 그 돈으로 호텔에 가서 식사를 하는지 모를 것이다. 우리는 다르기에 서로를 모르고, 다른 사람중에 자신과 비슷한 세그먼트(Segment)의 사람과 어울려서 동질감을 느끼고 무리를 짓는다.

구룡마을에서 본 강남의 고층 아파트들 (구글 출처)

경험적으로 다른 두 사람

이 양극화를 본격적으로 느낄 수 있는 시기는 대학교 입학 이후부터다. 의무교육기간에는 성적이 1등이든 꼴등이든 같은 교실에서 같은 밥을 먹으며 같이 축구를 하지만, 대학교에 가서는 완전히 다르게 살게 된다. 1등만 하던 학생은 좋은 대학에서 멋진 과잠을 입고 전국에서 온 수재들과 수준 높은 대화를 하지만, 꼴등만 하던 학생은 지잡대에 가서 술만 마시며 놀다가 결국 회의를 느낄 것이다.(모두가 그렇진 않지만 일반적으로 그렇다.) 이 둘이 졸업하면 진정한 양극화는 시작된다.


모두가 같은 옷을 입고 같은 수업을 듣는 교실의 모습 (출처 : 구글)


1등하던 학생(이하 1등 학생)은 좋은 직장에 취업해서 대학에서 쌓은 인맥을 배경으로 사회 지도층이 될 것이고, 꼴등하던 학생(이하 꼴등 학생)은 1등학생 아래에서 적은 임금을 받으며 월급의 노예가 될 것이다. 그런데 꼴등학생이 과연 1등학생을 사회에서 따라 잡을 수 있을까?


비트코인과 같은 크립토자산, 부동산 혹은 주식에 투자해서 큰 돈을 벌거나 유튜버와 같은 크리에이터는 학력을 요구하지 않기에 1등학생과 꼴등학생 모두 성공을 이룰 수 있는 분야이다. 이처럼 꼴등학생이 공부 외에 다른 수단으로 1등학생을 따라 잡을 방법은 있다. 하지만 이 두 학생 모두 크리에이터가 되거나 투자를 하면 누가 더 성공할까?


1등학생이 성공할 가능이 더 높을 것이다. 그 이유는 이 두명의 결정적 순간의 차이 때문이다. 여기서 말하는 결정적 순간이란 우리 인생의 10~12년 정도이고, 결정적 순간을 지나고 나면 뇌의 하드웨어가 완성이 된다. 결정적 순간은 우리가 인지, 사고, 판단하는 데에 엄청난 영향을 준다. 내가 만약 그 결정적 순간을 미국 문화권에 살았으면 내게는 미국 문화가 너무 자연스러울 것이다. 반대로 결정적 순간을 한국에서 보내고, 내가 미국으로 이민을가겠다고 마음을 굳게 먹고 미국을 가면, 미국이 아무리 좋고 인프라가 좋더라도 난 한식이 그립고 한국에 가고 싶을 것이다. 이러한 감정, 후천적 DNA를 만드는게 결정적 순간이다. 1등학생은 결정적 순간에 열심히 공부해서 본인의 후천적 DNA을 형성했지만, 꼴등학생은 결정적 순간에 놀았기에 1등학생이 성공 가능성이 더 높다고 볼 수 있다.


1등학생은 결정적 순간에 어려운 수학문제들을 풀고, 어려운 단어가 많은 지문들을 읽으며 스스로 성취에 대한 만족감과 지적 성장이라는 결과를 얻었지만, 꼴등학생은 결정적 순간에 문제를 해결하는 법과 성취감, 그로인한 만족감 등을 얻지 못했다. 그 결과 1등학생은 살면서 어떤 문제가 닥치면 본인의 경험으로 이전과 같이 해결책을 찾겠지만, 꼴등학생은 문제를 해결하고 계획을 수립하는 과정을 모르니 금방 포기할 것이다. 그렇기에 이 둘의 양극화는 시간이 흐를 수록 더더욱 심해진다.


이촌향도

양극화는 도시와 농촌으로도 체감 할 수 있다. 도시는 계속 인구가 유입되고, 농촌은 인구가 계속 감소하며, 거주하는 구성원의 연령대도 도시에 비해 아주 높은 편이다. 사람이 계속 유입되는 도시는 더 많은 기업들이 생겨나고, 엄청난 양의 세금을 걷는다. 하지만 농촌은 사람이 적어 기업도 많이 생기지 않고, 재정자립도는 갈수록 하락한다.

지금도 교통이 편리한 강남은 교통망이 더 생기지만 청송은 전혀 개발호재가 없다. (네이버 부동산 출처)


도시는 수 많은 사람들이 출퇴근을 하기에 교통문제가 야기되어, 교통이 발달하고, 사람이 적은 농촌의 버스 배차간격은 시간이 흐를 수록 더 늘어난다. 그 결과 사람이 몰리는 도시는 계속 인프라가 형성되어 살기 좋아지고, 농촌은 도시에 비해 인프라가 많이 부족해진다. 그래서 농촌 사람들이 일자리 혹은 자녀교육을 위해서 도시로 이사를 가는데 이를 이촌향도라고 한다. 이촌향도야 말로 우리 사회의 양극화를 가시적으로 보여주는 사례가 아닐까?



용어정리(지식백과 참고)

권력 : 남을 복종시키거나 지배할 수 있는 공인된 권리와 힘. 특히 국가나 정부가 국민에 대하여 가지고 있는 강제력을 이른다.

지식 : 정신이 어떤 대상을 아는 작용 및 작용에 의해 알려진 내용.

이데올로기 : 사회 집단에 있어서 사상, 행동, 생활 방법을 근본적으로 제약하고 있는 관념이나 신조의 체계. 역사적ㆍ사회적 입장을 반영한 사상과 의식의 체계이다.

에피스테메 : 과학적 지식, 직업적 또는 전문적 지식, 지식 일반을 가리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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