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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경수 Dec 01. 2021

포스트 포스트 모더니즘(Post Post Modern)

다음 사조는 무엇인가?

 11월 17일 에스파스 루이 비통 서울에서 앤디 워홀(Andy Warhol, 1928~1987) 전시회 “앤디를 찾아서(Looking for Andy)”를 관람했다. 도슨트와 함께한 관람이라 작품에 더 몰입 할 수 있었다. 앤디 워홀은 팝아트의 거장이라 불리는 현대미술계에서 상업적으로, 대중적으로 그리고 예술적으로 성공한 아티스트이다. 앤디 워홀과 그의 작품을 잘 몰라도 그의 작품이 어떤 느낌인지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짐작 할 수 있을 정도로 앤디 워홀은 대중적으로 성공한 예술가이다.

에스파스 루이 비통 4층 전시관

 그의 여러 작품들을 내 눈앞에서 감상했다. 우선 큰 작품을 보자마자 크기에 압도되고, 자극적이고 강렬한 색채에 그저 아름답다는 생각만 들었다. 그러나 모두가 나처럼 받아들일까하는 의문이 들었다. 앤디워홀의 작품은 대부분 사진에 물감을 덧칠한 것이 많다. 그렇다면 예술에 대한 보수적인 편견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이 그림을 보고 예술이라 칭할까? 제작과정도 아주 쉽고 대량생산이 가능한 예술을 대중들은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미술은 글을 모르는 대중에게 성경을 쉽게 설명하기 위해서 벽에 그림을 그린 프레스코화(Fresco painting)에서 시작되었다. 종교적인 목적으로 미술이 탄생한 것이고 종교에 의해 융성하게 되었다. 투시법 이후 미술은 대상을 정확히 재현해야 한다는 믿음이 생겼고, 그래서 미술도 일종의 ‘진리’를 추구하게 되었다.

자크 루이 다비드(Jacques-Louis David,1748~1825)의 자화상과 그의 작품들

 자크 루이 다비드의 작품과 같은 고전주의 예술작품은 호불호와는 상관없이 대부분의 사람들이 예술이라 인정할 것이다. 섬세한 붓터치, 색감, 현실감 등이 화가가 얼마나 노력해서 이 작품을 탄생시켰는지 우리가 직관적으로 느낄 수도 있고, 이러한 작품들이 예술이라고 인식하는 경향이 우리 내면에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앤디 워홀, 데미안 허스트(Damien Hirst, 1965~), 조셉 코수스(Josehp Kosuth,1945~)와 같은 작가들의 현대미술작품은 사람들이 어떻게 느낄까?

왼쪽부터 데미안 허스트"살아있는 누군가의 마음속에서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죽음", 앤디 워홀 "그림자", 조셉 코수스 "하나이면서 세개인 의자"

 미술에 관심이 없는 사람에게 워홀의 작품은 그냥 사진을 빨갛게 포토샵 한 것 처럼 느껴질 것이고, 허스트의 작품은 그냥 상어 시체를 포르말린에 넣은 것이고, 코수스의 작품은 의자사진과 의자 그리고 글자가 써있는 액자 일 뿐일 것이다. 그래도 과연 이 작품들을 예술 작품으로 인식할까? 이처럼 현대미술은 보는 이가 누구냐에 따라 ‘거장의 작품’일 될 수도 있고, 아무것도 아닐 수도 있다. 다르게 말하면 관람자가 누구냐에 따라 예술이 될 수도 있고, 사기가 될 수도 있다. 예술 애호가라면 데미안 허스트 작품이니 몇백억 주고 살만하다 하겠지만, 일반인의 입장에선 시체를 몇백억에 파는 사기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고전주의 예술에서 포스트 모더니즘까지 오면서 예술의 장벽은 어떻게 낮아졌을까? 나는 그 계기를 종교의 그늘에서 벗어난 것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종교의 그늘 아래에서 예술은 종교에 통제되어 표현의 자유가 없었다. 그래서 신이나 지도자를 찬양하는 작품이 대다수였고, 그런 작품을 만드는 작가들이 주류에 속할 수 있었다. 종교에 종속되지 않아서 일까? 미술은 여러 변화들을 겪고 진보적으로 변화했다.


탈고전주의의 시작 : 모두가 예술을 누릴 수 있다.

클로드 모네(Claude Monet, 1840~1926)의 작품 “인상 : 해돋이(Impression : Sunrise)”

 과거에 여행은 부르주아나 귀족들만 즐길 수 있는 그들만의 특권이었다. 그래서 일반 서민들은 태어난 마을에서 한번도 벗어나지 못하는 경우도 많았다고 한다. 그러나 증기기관의 발명으로 교통이 편리해 지자 서민들도 여행을 누릴 수 있게 되었다.


 증기기관과 휴대가능한 튜브물감의 발명으로 18세기 이후에 화가들의 작업공간 또한 작업실로 한정되지 않고, 이동가능한 타지역까지 확장되었다. 그래서 화가들은 더 이상 작업실에만 있지 않고 기차를 타고 당일치기로 풍경화를 그려오곤 했다. 이는 인상주의(impressionism) 화파의 탄생시켰다. 인상주의라는 말은 일부 고전주의 예술가들이 비하려하는 비꼬듯이 그림이 인상적이라고 한 일에서 기원 되었다. 그들의 그림은 복잡한 의미 따위는 가지지 않는다. 그래서 대중들은 인상주의 그림을 이해하기 위해 공부를 할 필요가 없었고, 그냥 그림 그 자체의 아름다움을 느끼기만 하면 그것이 감상의 전부였다. 인상주의의 등장으로 대중들에게 미술의 장벽은 낮아지고, 미술이 더 친근한 예술이 된 것이다.

구스타프 클림트(Gustav Klimt, 1862~1918)의 작품 “키스(kiss)”

 모네와 같은 인상주의 화파만 탈고전주의를 지향한 것이 아니다. 오스트리아의 화가 클림트와 같은 ‘빈 분리파’ 또한 보수적인 예술을 타파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 당시 보수적이던 오스트리아 예술가들은 신고전주의만을 추구하며 변화보단 현상유지를 선택했다. 하지만 클림트는 새로운 예술을 계속 시도했고, 후배 예술가들에게도 아낌없는 지원을 해줬다. 클림트의 그림 또한 숨은 해석보단 그냥 아름다움 그 자체를 즐기면 된다. 그래서 클림트의 키스는 현재 대중에게도 익숙하고 인기있다.



정신분석학의 등장 : 난해해지는 미술

 오스트리아의 정신과 의자이자 심리학자인 ‘지그문트 프로이트(Sigmund Freud, 1856~1939)'는 무의식이라는 개념을 세상에 내놓는다. 이는 철학, 예술분야에 엄청난 변화를 주었다. 지금까지의 철학과 예술은 인간의 의식의 세계에서만 존재하는 것이었는데, 무의식이라는 새로운 범위가 추가된 것이다. 이때부터 예술가들과 철학자들은 인간의 무의식을 탐구하여 ‘초현실주의(surrealism)’가 탄생하였다.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 이후 ‘살바도르 달리(Salvador Dali, 1904~1989)’와 같은 초현실주의 화파들이 미술계에 출현하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미술이 굉장히 난해해졌다. 우리가 평소에 지각하지 못하는 무의식을 그렸는데 어떻게 우리가 이해하겠는가. 초현실주의 그림들은 말 그대로 현실을 초월한 그림이다.

살바도르 달리의 작품들



현대미술의 시작

 고전주의 이후의 인상주의와 아르누보부터 초현실주의까지 앞에서 보았다. ‘~주의’라고 불리는 사조들이 생기는 이유들에 대해 이해가 갔는가? 미술은 한 순간에 변화한 것이 아니다. 철학과 함께 변하며 그들의 변화로 세상이 변화했다. 현대미술은 작가의 완성에서 작품이 끝나지 않고 관람자의 참여나 감상까지 작품이 된다. 일부 작품들은 너무 난해해서 혹은 진짜 의미가 없어서 해석이 없는 경우도 많다. 그런 작품은 그냥 당신이 느끼는 감정이 답이다. 철학에 의해 해체되고 난해해진 현대미술을 관람한 일부 대중은 저런건 본인도 할 수 있다며 저런건 예술이 아니라고 한다.


 모더니즘 혹은 포스트 모더니즘 이래로 예술과 철학의 경계는 허물어지고 있다. 일부 예술을 제대로 감상하기 위해선 철학적으로 봐야하고(관람자의 감상까지 작품에 포함되기 때문) 예술을 창조하기 위해선 본인의 철학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니체식으로 표현하면, 예술이 디오니소스라면 철학은 아폴론이라고 말하고 싶다. 그 둘은 독립할 수 없는 상호적 관계를 가진다.

사진 찍는 사람들(요즘 사람들은 SNS에 올리기 위해서 전시회를 가기도 한다. 그것 또한 현대미술의 한 부분이 아닐까?)


현대 미술 다음은?

 예술과 철학의 사조가 변하기에 세상의 이데올로기도 그의 영향을 받는다. 다음은 어떤 세상이 열릴까? 우리는 다음 변화에서 어떻게 헤게모니를 잡을 것인지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포스트 모더니즘 다음 '포스트 포스트 모더니즘'은 무엇이며 다음 변화의 물결은 무엇일까? 혹시 우리가 너무 큰 파도를 타고 있어서 이것이 파도인지 모르는 것은 아닐까? 21세기의 앤디 워홀은 누가 될 것인가.

게르하르트 리히터(Gerhard Ritcher, 1932~)의 추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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