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사임당을 모른 채 10년

생일상 차리기는 아직도 어려워

by 현해

저는 글자를 스스로 깨쳤다고 합니다.
저는 기억나지 않지만요.
어느 날 갑자기 “어린 인선이는~” 하며 책을 읽 해요.
같은 책만 계속 읽어달라고 더니,
통글자 학습이라는 큰 그림을 그렸던 걸까요.
기억도 안 나는 어린 시절이 지금의 저보다 낫네요.
#반복독서의힘



인선이는 얼룩진 치마에 그럴싸한 포도 넝쿨을 그려 넣었습니다.
저는 입체감을 표현해도 철저히 평면으로 보이게 만드는 재주가 있죠.
#금손과곰손



인선이는 자라서 신사임당이 됩니다.
저는 자라서 “나의 신사임당이 되어줘.”라는 프러포즈를 받았습니다.
현모양처, 그런 걸 원하는 건가?
뭔지 모르겠지만 일단 알겠다고 했습니다.
그게 벌써 10년 전입니다.
아직도 모르겠습니다.
신사임당은... 어떻게 하면 되는 건가요?

율곡 이이는 없습니다.
#신사임당의정의



남편은 프러포즈와 함께 새 지갑을 선물했습니다.
2달러 대신 5만 원짜리 신권을 한 장 넣어서요.
아끼느라 서랍장에 넣어두기만 했더니 가죽이 상했습니다.
지갑은 버렸는데, 5만 원은 아직도 새것입니다.
#현금이최고



신사임당의 남편은 이원수였습니다.
제 남편은 원수가 아니라서 다행이지 뭐예요.
오늘은 그의 생일입니다.
어제 사촌동생 결혼식 때문에 내려왔다가 지금 집에 가는 중입니다.
저녁에라도 생일상을 차려줘야 할까요?
......
더 놀다가

한밤중에 가자고 할 걸 그랬습니다.
#생일축하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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