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을 오해하고, 나를 이해하게 된 순간
"5*** 차주님! 차 좀 빼주세요!!"
이삿날, 빌라 전체에 소리를 지르게 될 줄 누가 알았을까요?
주인은 끝내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집을 보러 왔을 때도, 청소를 하러 두어 번 들렀을 때도
주차장엔 늘 여유가 있었고 건물은 조용했습니다.
누가 살긴 사나 싶을 정도로요.
심지어 이삿날, 저희가 먼저 도착했을 때만 해도
주차장은 텅 비어 있었죠.
그런데
사다리차가 도착하자마자
건물 한가운데에 차 한 대가 떡하니 서 있었습니다.
전화번호도 없고요.
1층 이웃분은 그 차를 두고
“여기 사는 좀 이상한 사람 차예요”라고 했습니다.
정확한 호수는 모른다고 하셔서
결국 건물을 한 바퀴 돌 수밖에 없었습니다.
오후 2시.
좀 시끄러워도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는데,
이상하게도 누구 하나 문을 열고 나오질 않더라고요.
정말로, 아무도요.
누가 살긴 사는 거지?
떡이라도 돌릴까 했던 생각은 싹 사라졌습니다.
아슬아슬하게 사다리차를 댄 채 짐을 옮길 수밖에 없었고요.
그리고 다음 날,
그 차의 주인이 누구인지 알게 됐습니다.
옆집이었습니다.
괜히 긴장부터 했습니다.
‘아, 빌런이다...!’
그런데 그 이후로는,
다시 이 건물이 원래 그랬던 것처럼 조용해졌습니다.
2주쯤 지난 어느 날,
남편이 "옆집 이사 가나?" 하더라고요.
테이프 북북 뜯어 박스에 붙이는 소리가 몇 시간 들리긴 했습니다.
하루 이틀 뒤에도 테이프 소리가 몇 번 들렸지만 그뿐이었습니다.
그러고 며칠 뒤부터 옆집에 택배가 쌓이기 시작했습니다.
저래서 현관문을 어떻게 열고 들어가나 싶을 만큼요.
하루는 저희 택배 상자에 뜯긴 흔적이 있었습니다.
그것도 겉상자만이 아니라
안쪽 상자까지요.
아마 두 집 사이 애매한 위치에 놓여있었겠지요.
친구들이 돈 모아 사준 생일선물이라, 괜히 더 기분이 상했습니다.
'실수로 열었으면 메모라도 하나 남겨 놓지...'
다시 며칠 뒤,
옆집에 이삿짐이 들어왔습니다.
빌런이는 언제 이사를 나갔는지도 모르겠고,
새로운 이웃이 들어왔습니다.
주차 문제로 새 이웃과 남편이 먼저 인사할 기회가 생겼습니다.
그 자리에서 택배 이야기를 먼저 꺼내셨다고 합니다.
실수로 열어봤는데 필기도구가 없어 아무것도 남기지 못했다고,
죄송하다고요.
아, 그럴 수 있지.
제2의 빌런이로 오해할 뻔했네요.
우리는 그렇게, 너무 쉽게 누군가를 ‘빌런’으로 만들기도 하니까요.
잊혀가던 일을 떠올리게 만든 작품들이 있습니다.
영화 '윗집 사람들'의 이웃은 이상합니다.
엄청난 층간 소음은 거슬렸고,
집에 초대하는 건 어색했고,
희한한 제안은 황당했고,
얼른 돌아가지 않는 것도 짜증 났습니다.
보는 내내 유쾌함과 불편함 사이에서 아슬아슬 줄타기를 했어요.
그런데 그 윗집 사람들과의 시간 덕분에
아래층 부부는 자신들의 문제를 직면하고, 해결하죠.
소설 <안녕이라 그랬어>의 '좋은 이웃'은 얄밉습니다.
의도하지 않았지만 곧 전셋집을 비워줘야 하는 주인공의 속을 긁습니다.
집에서 수업을 하는 시간에는 큰 소음을 피해달라고 부탁했건만
공사 업자는 못 들었다, 이웃은 전달했다, 서로 다른 말을 합니다.
선물의 값어치를 따지고,
엘리베이터에 붙여놓은 안내문을 더럽히는 장면에서
주인공의 쪼그라든 마음이 보였습니다.
이웃과의 관계 속에서 저는 무엇을 깨닫게 될까요?
귀신도 계단과 현관을 이용하는 게 아니라면,
이 건물에 빈집은 없습니다.
하지만 이사 온 지 3개월이 지난 지금도
1층과 옆집 외엔 누가 사는지 모릅니다.
이 고요도 나쁘지 않은데
아,
저희가 세탁기를 돌릴 때마다
옆집에 이상한 소리가 들린답니다.
이른 아침, 늦은 저녁은 피하지만
이제 주말 빨래도 눈치가 보이네요...
여러분은
이웃과 잘 지내고 계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