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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해 May 01. 2023

[타자를] 기록의 필요

나는 롯데 자이언츠의 팬이로소이다

  3956일(10년 10개월) 만에 7연승을 달성하더니, 우천 취소로 하루 쉬고는 13년(4705일) 만의 8연승. 동시에 리그 단독 1위. 롯데 자이언츠의 지난 주말 기록이에요. 봄데, 꼴데가 아닙니다. 올 시즌은 다르다니까요!

  야구는 기록의 스포츠라고 하죠. 저 정도는 기본이고 누가 언제 다 셌나 싶은 온갖 기록들의 대잔치. 그러고 보니 야구 기록 덕분에 빅데이터의 개념을 쉽게 이해했던 것 같아요.


  부산 가까이에 살아서, 자연스레 롯데 자이언츠 팬이 되어서, 마침 신랑도 야구를 좋아해서... <홈으로 슬라이딩>의 조엘처럼 "왜 여자는 야구를 하면 안 되나요? 저도 야구를 하고 싶다고요!"까지는 아닙니다만, 공은 그저 저를 공격하는 물건으로만 여겼던 제가 캐치볼을 해보면 재밌으려나 기웃기웃.

  초등학교(엄밀하게는 국민학교^^) 3학년 때였던가요? 야구에 대해 1도 몰라서 소수점 첫째, 둘째, 셋째 자리를 '할푼리'로 배우는 게 쉬운 예시가 아니라 오히려 더 어렵게 느껴졌더랬어요. 그땐 미처 몰랐죠. 제가 이렇게 야구 경기를, 하이라이트라도 꼬박꼬박 챙겨볼 줄이야! 여름휴가 때 고척구장으로 원정을 갈 줄이야!!

  (지금은 연락이 끊긴) 남사친과 사직구장에 가보고 직관의 재미를 알았는데, 울 신랑은 야구에 대한 제 관심이 오롯이 본인 덕인 줄 알고 뿌듯해합니다. 반은 맞고 반은 틀렸지만 그냥 입 다물고 있는 게 낫겠죠? 낫아웃, 보크, 퀄리티 스타트 등 듣고도 까먹어서 또 묻는 것에 대해 경기 중에도 열심히 설명해 주는 건 감사하니까요.


  작년엔 <최강야구>를 통해 류현인이 신인 드래프트에서 KT에 지명되는 걸 보며 울고, (매진이라 표를 구하지 못한) 이대호 은퇴식 생중계를 보며 또 울었어요. 올해는 가을야구에서 감동의 눈물을 찔끔 흘리면 안 될까요? V3(백신 아님)까진 바라지 않습니다. 그냥 선선한 날씨에 야구를 몇 경기 더 보고 싶을 뿐. 그러면서도 쫄보인 저는 롯데 자이언츠가 잘 나가는 이 순간을 만끽하지 못하고 있어요. 예나 지금이나 적당히 2, 3등이 좋다니...ㅉㅉ 크게 되긴 글렀습니다.

  직관 승률 100퍼센트였던 때도 있었는데 요즘은 제 운을 다른 데 쓰느라 거기에 쓸 운은 없나 봐요. 그러니까 연승이 깨지기 전엔 야구장에 가지 않겠습니다. 연승 행진을 쭉쭉 이어갔으면 좋겠지만 혹여나 내일 지더라도 실망하지는 않기로 해요.


  롯데는 최장 11연승, 16연패 기록이 있네요. 찾다가 발견한 건데 삼미의 18연패 기록은 아직도 깨지지 않았고요. 그나저나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의 저자는 저랑 동향이던데 어떤 계기로 그런 소설을 쓰셨는지 문득 궁금해집니다. 당연히 인천 분이 쓴 자전적 소설이겠거니 했거든요.

  휴대폰으로 찍은 사진들을 모아 그 해의 평범한 일상을 사진첩으로 만들기도 하고, 외장하드로 옮겨놓기도 하는데요. 당시엔 잘 나오지 않았다고 툴툴댔던 사진들도 몇 년 지나고 보면 풋풋하고 예뻐 보이더라고요. 그래서 오늘의 제 모습을, 제 생각을 열심히 남겨둬야겠습니다. 불편하고 지우고 싶은 기록도 추억이 되고, 새로운 도전의 발판이 되니까요.



덧글+ 신랑과 같은 이름을 가진 우리 2번 슈퍼 루키 파이팅!

해외로 진출한다면 모를까 국내에선 원 클럽 맨으로 남아주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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