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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해 Apr 19. 2023

[타자를] 좋은 글을 쓰고 싶어 아무것도 쓸 수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업작가가 되는 것이 목표는 아니다. 다만 읽다 보니 무언가를 쓰고 싶어졌을 뿐. 일기의 일종일 수도 있고, 내 글을 읽고 공감해 줄 누군가를 향한 호소일 수도 있고, 자식이 없는 내가 세상에 남기는 흔적 같은 것일 수도 있겠다. 아무도 시키지 않았고 누구와 약속한 것도 아닌데 쓰지 않는 기간이 길어지면서 괜히 마음이 무거워졌다. 이게 다 브런치스토리 때문.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은 하지 않는다. 보여주기식 행복, 끊임없는 비교, 과시적 소비에서 온전히 비켜설 자신이 없고 동참하기엔 시간이 아깝다. SNS를 통해 지인의 근황을 자연스럽게 아는 경우가 있더라만 불편하더라도 '내 사람'이라면 일일이 연락해서 챙기련다. 웹 3.0 시대를 대비하는 것과는 별개의 문제가 아닐까. SNS는 안 하면서 글은 쓰고 싶단 말이지. 암튼 난 쉬운 길 놔두고 굳이 어려운 길로 가는 재주가 있다. 문인 특유의 우울감은 싫지만 그저 가벼운 사람이 아니라 좀 더 나은 인간이 되고자 쓰고 싶은지도 모르겠다.

  쓰지 않을 이유는 차고 넘친다. 과거의 영글지 못한 나를 떠올리면 혼자 이불킥을 하거나 아예 이불속으로 꽁꽁 숨고 싶다. 미래의 어떤 순간엔 또 지금의 나를 후회하지 않을까? 그런데 굳이 지금의 나를 기록으로 박제할 필요가 있을까 말이다. 내 생각을 글로 펼치긴커녕 짧은 생각을 온전히 담기도 쉽지 않으니 시작도 못하고 머뭇머뭇, 주춤주춤.

  그리고 세상엔 재미난 게 너무 많다. 놀 줄 몰랐던 내가 갈수록 노는 재미를 알아가니 큰일이다. 똥손이면서도 조몰락거리며 끊임없이 뭘 만들고 있고, 가끔 만나는 친구는 반갑고, 봄이 되니 꽃놀이도 가야겠고, 꽃시장에 다녀와서 집에서도 꽃구경을 하게 되었고, 야구도 개막했고(올 시즌은 다르다!), 사서 고생한다는 생각을 매번 하면서도 다녀오면 다음 캠핑을 계획하고 있고, OTT에는 늘 볼거리가 넘쳐나고... 그에 반해 글쓰기는 어렵다. 단순하지 않아서 자꾸 고민하고 곱씹고 고쳐야 한다. 시간이 걸리고 힘이 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 쓰고 앉았다. 내가 실행력은 뛰어나니까. 아무것도 안 하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허지웅의 <최소한의 이웃>과 정희진의 <나를 알기 위해 쓴다> 한몫 단단히 했. 그들처럼 잘 쓸 자신은 없지만 이왕 쓰는 거 꾸준히라도 써보자, 좀.





공교롭게도 내 생일 다음 글을 남편 생일에 씀.

3분 미역국에서 여기까지 오는 데 8년 걸렸다. 여전히 손은 느려터졌지만 내가 기대한 맛과 모양을 흉내 낼 수는 있게 되었다. 글도 쓰다 보면 늘겠거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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