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잃는 것

사람 보는 눈이 없는 걸까요, 다들 이러고 사는 건가요?

by 현해

물건을 잘 버립니다.

중고 거래는 하지 않습니다.

큰돈을 쓸 때보다 푼돈을 쓸 때 더 여러 번 고민합니다.

꼭 필요한 것을 사고, 산 것은 유용하게 씁니다.


사람은 안 버리고 싶습니다.

손뼉도 마주쳐야 소리가 난다는데 나만 좋은 관계를 꿈꾼 거였는지 뒤통수가 얼얼합니다.

쓸모를 따져 사귄 게 아닌데도 시간이 지나면 자꾸 잃습니다.


물건에는 한껏 마음을 줘도 괜찮습니다.

마음이 깊어질수록 내가 잘 골랐구나 뿌듯합니다.

수명이 남았지만 우리 집에선 공간만 차지할 뿐인 물건은 깨끗이 닦아 아름다운 가게에 보냅니다.


별로 친하지 않아서 서로 별 기대가 없는, 적당히 선을 지키는 관계가 오히려 좋습니다.

이렇게 어른이 되었음을 실감합니다.

인연이 끊기면 당장은 마음이 허합니다만 오히려 거절을 안 해도 되니 편하기도 합니다.

딱히 아쉬울 것 없어 외려 그게 좀 슬픕니다.




산책을 갔다가 공원 화장실에 들렀는데 문에 명심보감 글귀가 붙어 있더군요.

열매를 맺지 않는 과일나무는 심을 필요가 없고, 의리가 없는 벗은 사귈 필요가 없다.


2500년 전 소크라테스도 '요즘 애들은' 어쩌고 세대차이를 언급했대서 웃고 말았었는데 예나 지금이나 사람 사는 건 다 똑같나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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