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에 있었던 일이니 벌써 넉 달 전이네요.
몇 번 인사를 나눈 적 있는 17층 아저씨와 엘리베이터에서 또 마주쳤습니다.
"요새 무슨 운동하능교?"
팔뚝을 드러낸 민소매 운동복 차림이라 그러시나?
얼떨결에 "아, 네.. 그냥 조금요^^" 했습니다.
"피부가 새~카맣네!"

'옝? 저 끽해야 실내에서 좀 깔짝거렸을 뿐인데요?'
'산으로도 바다로도 쫓아다니지 않아서 올핸 별로 안 탔다고 생각하고 있었다구요!'
'원래 까무잡잡한 제 피부입니다만...ㅠ'
야속하지만 해명할 새 없이 1층에 도착해 버렸습니다.
물론 시간이 충분히 있었더라도 별다른 대꾸를 못했겠지만요.
신랑한테 얘기했더니 "아저씨가 너무하셨네!" 합니다.
흠.. 근데 왜 위로하는 것 같지 않고 놀리는 것 같을까?
나 꼬여버린 건가......?
나이 들며 좋다고 느끼는 점 중 하나는 '내려놓음'입니다.
난 왜 우윳빛깔 절세미녀가 아닐까 슬퍼하고 아쉬워하던 시기는 다 지난 줄 알았는데 아직도 멀었네요^^
서향 베란다에서 해 질 녘 직사광선 실컷 쬐고 나날이 뽀얘지는 컵라면 용기...
살다 살다 내가 너를 부러워하는 날이 올 줄 누가 알았겠니?
컵라면 용기의 빨간 자국과 달리 까만 피부는 나쁜 게 아닌 줄 알면서도 왜 나는 하양에 집착하는가!
국물 흔적 지워서 분리배출을 하는 게 과연 소용이 있을까 싶지만 그래도 일단 해봅니다.
그리고
선크림은 잘 바르되 비타민 D도 충분히 흡수하기로, 까맣다는 말 따위에 흔들리지 않기로 마음을 여밉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