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일선물 ㄷㅅㅍㅈ 고오맙다
신랑이 어젯밤부터 챗GPT랑 쑥덕쑥덕하더니 이행시를 담은 카드를 만들어 주었어요.
신랑은 다른 사람의 생일을 잘 챙기는 편이에요.
덕분에 저도 지인들의 생일 선물을 고르는 데 좀 더 심혈을 기울이게 되었고, 주민등록 시작 번호 정도로만 여겨지던 생일이 결혼 후에는 1년 중 나만을 위한 하루로 격상되었어요.
0시 땡 하자마자 한 번,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또 한 번, 눈 마주칠 때마다 계속.. 8배속으로 장난스럽게 부르는 생일 축하 노래를 끊임없이 듣는 건 덤이고요.
서프라이즈와는 거리가 멀게도 3월이 되자마자 선물을 고민하는 모습은 애처가가 따로 없었네요.
오늘이 지나면 신데렐라의 호박 마차처럼 펑!
생: 생의 의미를 묻지 않던 어린 날을 지나
일: 일부러라도 의미를 찾아야 하는 나이가 되었다
신랑으로부터 선택받지 못한 건데 창작의 영역을 심히 위협하네요.
유병재 긴장해-
오늘 오전엔 CT를 찍고 왔습니다.
지난주에 날 풀린 게 반가워서 갑자기 운동을 너무 열심히 했나 봐요.
목요일쯤 되니 왼쪽 허리가 뻐근. 토요일부턴 몸을 관통하여 왼쪽 방광 쪽까지 뻐근.
3일 연속 자다 깰 정도로 불편하길래 병원에 갔죠.
허리보다 몸 안 쪽이 더 신경 쓰이는데 지난달에 부인과 검진을 받았으니 비뇨기과로 결정.
결석은 산통에 버금가는 통증이라는데 그에 비하면 턱없는 수준이지만 가족력이 있으니 혹시 몰라서 체외충격파 시술 가능한 상급 병원에 갔어요.
초음파 검사 정도 생각하고 갔는데 무슨 엑스레이 권하듯 CT를 찍어보자고..
보험 청구하면 되지, 하면서도 드라마에서나 보던 병원 적자 해소의 희생양이 된 건가, CT면 돈 백 훌쩍 넘을 텐데 지금 이걸 찍는 게 맞나? 오만 가지 생각으로 없던 병도 얻어올 뻔했네요.
결론적으로, 금식하고 찍는 암 검사용과 달리 간단한 버전으로 찍는 것도 있나 봐요. 컴퓨터로 찍는 단층 촬영이라 말 그대로 CT(Computed Tomography).
진료비는 59,800원이 나왔는데 신장, 방광, 난소 다 깨끗하다는 말을 들으니 속 시원.
장이 약간 부풀어 보인다곤 하는데.. 그럼 저는 왜 자다 깰 정도로 아팠던 거예요???
나이를 탓하긴 싫지만 건강 관리를 한다고 하는데도 작년에 제법 아팠거든요.
여름 감기 한 달 앓고, 왼쪽 팔꿈치에 이어 오른쪽 어깨까지 한두 달을 참고 버티다 결국 한의원 일주일씩 다니고..
이번엔 선제적으로 나섰는데 왠지 꾀병쟁이가 된 느낌.
그래도 주말 내내 마음이 묵직했는데 별 것 아니라는 얘기를 듣고 나선 남은 생일을 가벼운 마음으로 보내는 중입니다.
말로만 하는 건강염려증 말고, 자세를 꼿꼿하게 펴는 것부터 시작해 저를 좀 더 다듬고 아껴줘야겠어요.
비단 생일인 오늘뿐만 아니라, 생일인 오늘부터 앞으로도 쭉-
제게 반드시 오고야 말 행복을 타인에게까지 전염시키기.
오늘 제가 찾은 생의 의미입니다.
이틀 뒤 덧붙이는 글.
그날 밤(월요일)에 발진을 발견했는데 파스 부작용인가 대수롭지 않게 여겼어요.
저녁약을 못 먹고 잤다가 새벽에 또 깼지만 화요일은 약기운으로 별 탈 없이 하루를 보냈고요. 그런데 밤에 씻고 보니 어제의 발진이 허리를 가로질러 한 바퀴 돌 기세네요?
여전히 아프지도, 간지럽지도 않지만 상당히 심상찮은 발진과 작은 수포들...
미역국이랑 같이 먹은 꼬막비빔밥을 괜히 한 번 의심했지만 통증이 심하지 않다는 것만 빼면 어째 증상이 딱..
검색해 보니 동네에 신경과가 있었네요.
수요일 오전 한 시간을 대기해 겨우 진료실에 들어갔는데 1분 만에 진단이 내려졌어요. 대상포진!
바늘로 찌르는 듯한, 칼로 베는 듯한 고통을 수반하지 않는 경우도 있군요.
오늘 찾은 새로운 생의 의미.
기존의 틀에 나를 욱여넣지 말고 나만의 답을 찾을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