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소개팅은 자만추를 빙자하여 주선자랑 셋이서 밥을 먹는 거라나 뭐라나..?
신랑이 남녀후배 소개팅을 주선하느라 주말 저녁에 혼자 외출하는 게 미안했는지 덧붙이네요. 뭐 언제는 젓가락처럼 세트로만 다녔수?
돌아와서 그날의 분위기가 나쁘지 않았다는 얘기를 듣곤 잊고 지냈는데 2주쯤 뒤에 여자 후배로부터 전화가 왔어요. 옆에서 듣자 하니 소개팅 상대에 대한 실망감을 하소연하는 듯하더라고요.
불만의 내용인즉슨, 따로 한 번 만났고 연락을 몇 번 주고받다가 '안읽씹' 당하고 끝났다는 겁니다.
톡을 열어보지도 않은 채 연락 자체를 무시하다니!
저도 아는 후배라 "○○씨, 너무 비신사적인 거 아냐?!" 했는데 이것도 취향의 차이일까요?
저나 그 소개팅녀는 마침표를 선호하는 타입, 소개팅남 후배는 흐릿한 블러나 디졸브식 전환(환승 소개팅?)을 선호하는 타입으로요..
제가 만나는 초등학교 3~4학년 학생들의 글에서 가장 눈에 걸리는 부분은 띄어쓰기와 마침표가 없다는 겁니다. 요즘 유독 많아요.
글씨를 괴발개발 쓰는 경우야 이전부터 많았으니 좀 단련이 되었는데 띄어쓰기와 마침표에는 면역이 생기지 않아서요. '요즘 애들은~ ' 하며 꼰꼰해집니다.
"띄어쓰기를 안 하니까 자기가 쓴 글인데도 발표할 때 버벅거리게 되죵?" (그럼 발표를 안 하면 안 되냐고? 크헙!)
"우리는 일본인도 아니고 중국인도 아니고 한국인이니까 띄어쓰기하세요~" 다행히 국뽕은 효과적!
"'다'로 끝나고 읽으면서 숨 쉬는 자리에 마침표도 찍으세요."
그랬더니 마침표 없이 글을 일단 다 써놓고 '다'만 찾아다니네요.
결국, '아침밥을 먹을 때마다. 동생은 혼난다.'는 식의 마침표 과잉..ㅜ
순간 뒷목을 잡았지만 '연필 바르게 쥐기' 같은 다른 습관에 비하면 빠르게 교정이 되는 부분이에요.
이렇게 마침표를 강조하는 저도 그렇지 않은 때가 있더라고요.
그 이름도 찬란한 멀티태스킹.
어느새 생활 전반에 스며들어 약간 강박 수준인 것 같아요.
뭘 들으면서 집안일하고
뭘 보면서 머리 말리고
족욕하면서 책 읽고
TV 보면서 밥 먹고
스포츠 중계 틀어놓곤 이것저것 검색하고..
하나를 온전히 끝낸 뒤 다른 일에 착수하지 못하고 뭐든 둘씩 짝지어야 직성이 풀리는 거죠.
시간을 효율적으로 잘 쓰는 거라 여겨왔는데 그야말로 도둑맞은 집중력.
집에서 혼자 영화를 보다가 몇 번을 멈췄는지 모릅니다.
'영화 보는 동안 그거 하면 되겠다!' 하면서 뭐 가지러 갔다 오고, '아, 맞다! 그거 해놔야 되는데...' 하면서 까먹기 전에 처리해 놓고 그러느라고요.
샤워할 때 문득 좋은 아이디어가 잘 떠오르곤 하는데 그때가 그나마 제가 내려놓고 멍 때리는 시간이더라고요.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에서 명상하라니까 나중에 명상실 인테리어를 어떻게 할지 생각하는 걸 보면서 웃었는데 남일이 아니에요.
시간을 쪼개가며 바쁘게 사는 데 익숙해져서 생각을 비우고 내면을 향하기가 참 어렵습니다.
끝이 좋으면 다 좋다.
꾸역꾸역 채우려 하지 말고 비워내고 덜어내면서 잘 마무리 짓고 잘 여며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