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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해 May 15. 2023

엄마보다 아빠가 좋다고?

엄마 아빠는 원팀이어야 합니다

  제목만 보고 내심 미소 짓는 아버지가 계시진 않았나 모르겠습니다만... 과연?


  한때 ‘맘충’이라는 단어가 뜨거운 감자였던 적이 있습니다. 내 새끼만 위하는 행태를 비꼬는 과한 표현이었죠. 극성스럽게 아이를 위하는 쪽은 대개 엄마로 인식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학원을 보내는 것도 비슷합니다. 엄마는 동네 ‘언니’들로부터 얻은 정보를 총동원하여 좋은 학원을 알아내고 우리 아이를 그 학원에 보내려고 총력을 기울이는 한편 아빠는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냐는 입장입니다. 그저 뜨뜻미지근한 반대라면 조용히 넘어가겠지만 작정하고 반기를 들면 시끄러워집니다. "뭘 알고 그런 소릴 하는 거냐, 관심이 없으면 모르는 척 입 다물고 있는 게 도와주는 거다, 나는 좋아서 이러는 줄 아냐, 나도 놀게 하고 싶은데 그러면 우리 아이만 바보 취급 당한다, 지금 따라잡지 않으면 차이가 점점 벌어진다" 등등... 어디선가 들어봄직한 레퍼토리 아닌가요? 애 때문에 싸울 일이 비단 학원 문제만은 아닐 겁니다.


  <불량한 자전거 여행>이라는 책으로 6학년 수업을 할 때였습니다. 주인공 호진이가 부모님의 이혼 위기에 가출을 해서 삼촌을 찾아갑니다. 삼촌은 자전거 국토순례 단장이었고 호진이는 자연스레 거기에 합류하게 되죠. 제가 이 책을 처음 읽었을 땐 자전거를 못 탈 때라 '나도 자전거 탈 줄 알면 자전거 순례에 참가하고 싶다'는 말을 하며 아이들의 의견을 물었죠. 그런데 아이들은 자전거 순례엔 전혀 관심이 없더군요. 덥고 힘들게 그런 걸 왜 하냐며 집에서 게임이나 하는 게 최고라는 겁니다. 아이들에게 도전 정신, 즐겁게 땀을 흘리는 가치 등에 대해 한 마디를 할까 말까 망설이고 있는데 한 여학생이 대뜸 엄마 아빠가 이혼한다고 하면 가출을 할 게 아니라 자긴 곧장 아빠를 따라갈 준비를 하겠다는 거예요. 아빤 자기를 혼내지 않는데 엄마는 자기를 너무 못 살게 해서 같이 살기 힘들다나요. 덩달아 다른 아이들도 동조하며 이야기가 딴 길로 새는 바람에 부부싸움을 할 때 아빠가 억울하게 당한 썰까지 들을 뻔했습니다. 댁의 아이가 이 모둠에 있었다면 어땠을까요?

  신혼 땐 부부가 서로를 우선순위 1번에 두죠. 자녀가 태어나면 자녀가 1번 자리를 차지합니다. 돌봄의 손길에 오롯이 의존해야 하는 신생아 시기를 거치느라 당연한 수순 같지만, 배우자(대개 남편)는 2번으로 밀려나 세월이 흐를수록 순위가 떨어지는 듯해요. 하지만 저는 자녀한테도 1번 자리를 양보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자녀를 행복하고 올바르게 키우고 싶다면 더욱요. 사소한 것까지 아이 중심에 놓고 집착하는 대신 엄마 아빠를 중심으로 한 가족의 일원으로서 더불어 살고, 결국에는 스스로 독립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자연스럽게 배려와 가풍을 익히는 것이 학원에서 배우는 공부보다 값질 겁니다. 아무리 모든 관심을 아이에게 맞춰놓더라도 부모가 크고 작은 일로 투닥대면 아이는 불안정함을 느껴요. 부담을 느껴 착한 아이 콤플렉스가 생기거나 반대로 자기중심적인 선택을 당연시하겠죠. 적극적으로 엄마와 아빠 중 자기에게 유리한 사람을 찾기만 한다면 일관성 있고 건강한 가치관을 배우기는 더 어려워지겠고요.


  이혼 뒤 주양육자가 아이로 하여금 다른 부모와의 면접교섭을 거부하게끔 하는 '부모 따돌림'이 심리적 아동 학대가 될 수도 있다고 하더군요. 같이 살기만 한다면 편 가르기가 문제 되지 않을까요?

  이효리 씨가 이상순 씨는 부모님이 부부싸움 하는 걸 한 번도 본 적이 없다더라고 하는 말을 들은 적 있어요. 굉장히 드문 일이지만 제 주변에도 그런 친구가 딱 한 명 있고요. 이상순 씨나 그 친구나 부처 마냥 차분하고 안정감 있어 보이는데 가정환경 덕이 아닐까 싶습니다.

  학생들 중에도 부모님의 사이가 유독 좋은 가정의 아이들은 작은 일에 욱하지 않고, 괜히 다른 사람에게 시비를 걸거나 놀리지도 않아요. 어떤 과제가 주어졌을 때 징징대는 모습을 보이는 경우도 없습니다.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라는 질문에 커서도 고민하는 아이의 모습도 이럴 겁니다. 전략적으로 품어주는 역할과 엄한 역할을 나누더라도 근본적으로 부모는 원팀이어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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