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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해 Jul 18. 2024

5. 조문 예절 따위는 좀 틀려도 되지만

하나 혹은 3개의 향을 들고, 옆에 있는 초에서 불을 붙입니다. 입으로 불지 않고 손으로 살짝 흔들거나 반대 손으로 부채질을 불꽃을 죽입니다. 하지만 향에 불이 붙어서 문제지, 횃불처럼 활활 타오르는 경우는 없었습니다.

향로에 향을 꽂습니다.

(꽃이 있다면 꽃봉오리가 영정사진을 향하도록 놓습니다.)

(술을 올린다면 채워져 있던 술잔을 옆에 놓인 퇴주그릇에 비우고 상주나 동행자로부터 술을 받아 반시계방향으로 두어 번 돌린 뒤 놓습니다.)

영정을 향해 두 번 절한 뒤 반절합니다. 절을 할 때 남성은 오른손이 위에, 여성은 왼손이 위에 오도록 합니다.

몸을 돌려 상주와 한 번 맞절한 뒤 반절합니다.

상주에게 위로의 인사를 전하고 나가기 전에 조의금 봉투를 함에 넣습니다. 잊고 나갔다가 다시 들어오시는 경우가 의외로 많았습니다.




장례식장 입구에 조문 에절이 적힌 배너가 있었지만 우리가 마주치는 모든 글을 읽진 않으니 놓치기 십상.

틀리면 어떨까마는 자주 참석하는 자리가 아닌데다 진행자가 따로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들어오면서부터 멋쩍어하시는 조문객이 많았습니다.

슬픔에 겨워 가슴은 뜨겁지만 이걸 신경 쓰느라 머리는 차갑게 식어버리는 것 같달까...


은 정장을 입지 않은 분들이 태반이었습니다.

어두운 색 운동복 차림이나 흰 양말을 신은 분들도 많았습니다.

미처 네일아트를 제거하지 못해 알록달록 반짝거리는 손톱으로 온 분들도 있었습니다.

그런 건 크게 신경 쓰이지 않았습니다.

맨발이나 속살이 드러날 정도로 눈살 찌푸려지는 차림은 없었거든요.


망자가 젊은 여성이었기 때문에 어르신들 중엔 절을 하지 않는 분들도 계셨습니다.

개인적 신념에 따라 영정을 향해서는 깊은 목례만 하고 상주와만 절을 하는 분들도 계셨습니다.

그런 것도 별로 신경 쓰이지 않았습니다.


다만 오랜만에 만나는 지인들과 술자리를 즐기러 온 듯한 몇몇 분들껜 솔직히 좀 서운했습니다.

'짠'만 하지 않을 뿐, 웃고 떠들고 취한 모습에선 고인에 대한 애도나 상주에 대한 위로가 보이지 않더라고요.


일찍부터 자리를 지키고 앉아있다가 필요할 때 슬쩍 일어나 일손을 보태주시는 분들껜 매우 감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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