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 1년을 꽉 채운 저는 아직도 골프존 참새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똑같이 참새로 시작한 신랑은 까치와 학을 넘어, 매가 되었는데도 말이에요.
고작 3개월 먼저 시작해 놓곤 저렇게 앞서가다니?!
축구, 농구, 족구, 탁구 등을 합산한 인생 전체의 구력을 무시할 수 없네요.
맞아, 골프도 구기종목이지...
뭣도 모르는 주제에 골프가 재밌다, 재밌다 하다 슬럼프를 맞이했습니다.
드라이버 샷이 뽕- 떠서 코앞에 떨어지질 않나, 몇 번 아이언으로 치든 날아가는 거리가 고만고만하질 않나, 다른 시험과 달리 높은 점수가 좋은 게 아닌데도 점수를 착착 모아 '수'를 지나쳐 줄곧 100점을 훌쩍 넘기는 스코어까지.
그래도 꾸역꾸역 했습니다.
사람마다 레슨 추천 기간이 다르던데 저희 연습장엔 3년 이상 다니는 분들도 제법 계세요.
덩달아 저도 느긋한 마음이었습니다. '원래도 어려운 운동이라는데 이 정도면 잘하고 있는 거지, 꾸준히 2~3년 하다 보면 어느덧 실력이 늘어 있겠지.'
그런데 신랑은 이런 조금함 없는 태도가 다소 불량해 보였나 봐요.
마치 학원 간답시고 가방 달랑달랑 들고나가선 정작 편의점에서 간식 사 먹는 재미에 빠진 딸내미를 보는 듯한 눈빛이랄까...?
이 봐요, 난 그렇게 꾀부리는 게 아니라 평온한 꾸준함을 추구하고 있다구.
같이 스크린골프를 치다 신랑이 폭발한 적이 있습니다.
본인의 컨디션 때문에 스코어가 안 나오고 멘탈이 흔들려 결국 기분까지 상한 건데 (물론 당시엔 결코 인정하지 않았을뿐더러) 제 샷에 대해 입을 대더라고요.
라베까진 아니었어도 웬만큼 점수 관리가 되고 있다고 생각하던 저는 그만 자존심이 상해버렸습니다.
"나 이제 골프 안 쳐! 어차피 내 주변엔 하는 사람도 별로 없고 자기랑 같이 놀려고 길게 봐서 배우는 건데 이렇게 싸울 거면 뭣하러 하냐!!"
관둘 생각으로 스스로 돌이켜보니 제가 너무 안일했던 게 맞더군요.
늘상 스트레스받는다면서 정확히 무엇이, 왜 안 되는지 생각해 본 적 있나? 총체적 난국이라 차차 하나씩 고쳐나가려고 했지.
그럼 개선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지? 늘 하던 방식대로 좀 더 열심히.
스코어를 욕심내는 만큼 한 타 한 타 신중하게 쳤던가? 72타+a에 전부 그렇게 심혈을 기울였을 리가...
이대로 3년이 지난들 실력이 늘었을까요? 여전히 둔한 운동신경만 탓하고 있었을 테죠.
뭘 배우든 숲도 봤다가 나무도 봤다가 해야 하는데 저는 먼 산만 보고 있었던 게 아닌가 싶어요.
신랑이 뭐라고 할 땐 그저 억울함 뿐이었는데,
칼로 물 베기도 가끔 쓸모가 있습니다.
골프를 때려치는 대신, 다시금 채 무게를 느끼며 내려치기로...
참새이긴 해도 루키, 아마추어, 프로, G투어로 저도 나름 상향한 건 있어요.
스코어는 박스권 내에서 고만고만한 걸 보면 모드 간 차이가 별로 없는 건지, 나름 실력이 늘고 있는 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