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by 현해

남편 친구의 여지친구 차에서 귀에 꽂히는 노래를 들었다.

아파트 아파트 아파트 아파트..

그게 벌써 2주 전이니 트렌디한 예비신부 덕에 핫한 거 일찍 접했다야.



에피트.

최근 본 광고 중에 기억에 남았다.

오래된 생각을 지우고 생각의 방향을 바꾸고 새로운 생각을 세우겠다는 뜻은 좋다만 그래도 아파트를 아예 에피트 부르자는 건 무리수 아닌가?


한때 '롯데캐슬'이라는 이름 좋아했었다. 소리 [떼]에서 거친소리 [캐]로 이어지는 발음이 마음에 들어서. 지극히 개인적 취향으로 좋아했다가 싫은 사람이 거기로 이사 갔다는 지독한 이유로 과거형이 돼버렸는데 왠지 아쉽네.

에일린이 누군지는 모르지만 요즘은 '에일린의 뜰'이 좀 마음에 든다. '에뜰'이라고 줄여 부르는 것도 귀엽다.

'풍경채'도 예쁘고.

공교롭게 다 된소리나 거친소리가 하나씩은 들어가구만.


그러고 보면 아파트명은 왜 점점 더 길고 어려워지는지 설마 아직도 꼬부랑 말이 좀 들어가 줘야 세련돼 보인다는 건 아니겠지.

'미소지움'은 히 스타디움 할 때의 '-UM'을 붙여서는 '미소 짓다'가 아니라 '미소를 지우다'로 만들었을까?

'푸르지오'가 왜 영어로는 PRUGIO, '프루지오'지?

이제 두 단어 이상의 조합도 흔해빠졌다. 심지어 '두산 위브 더' 뒤에는 스테이트, 제니스, 센트럴, 파크, 테라스, 아티움, 퍼스트.. 다양하기도 하다. 치나 하이엔드 등급에 따라 저 이름들을 구분해 붙인다가?

고급져 보이는 이름과 집값 말고 꼼꼼, 조용, 안전, 쾌적한 걸로 경쟁했으면 좋겠다. 아파트 층간에서 인분이 나온다거나 내장재 부실이 들통나 입주가 미뤄진다는 뉴스는 거북하다 정말.




소싯적 H.O.T랑 god는 다섯 명, 젝스키스랑 신화는 여섯 명. 멤버들 이름도 줄줄 꿰던 게 무색하게 지금은 멤버 숫자나 이름은 고사하고 그룹명조차 모르겠다.

최신 유행을 놓치지 않는 척 일부러 애쓰지도 않는다.

덕분에 '비오'를 좋아한다는 학생한테 네가 어떻게 '비'를 좋아하게 됐냐고 물은 적도 있었지.

아, 그래도 블랙핑크가 여성 4인조라는 건 안다. 아이돌 사진을 늘어놓은 데서 로제 얼굴을 딱 찾아낼 자신은 없지만.


"머리부터 발끝까지~" 뒤에 이어질 노래는?

사랑스러워 / 오로나민 C / 핫이슈

뭘 떠올리느냐로 연령대를 구분했던 때가 있었다.

그건 좀 억울한 감이 있었는데 아파트의 시대는 이제 빼박 윤수일과 로제로 나뉘겠군.


추억의 노래에 어디서 주워들은 최신곡을 하나씩 얹어 듣곤 하는데 로제의 신곡은 플레이리스트에 넣을 엄두가 안 난다.

지금도 또 흥얼흥얼, 종일 이러고 있겠구나...




#그깟 #단어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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