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생연분일세
"내 usb 어디 갔지?"
토끼가 일주일에 두세 번씩 하는 말이에요.
잔소리가 목구멍까지 올라온 돼지는 그냥 슬그머니 딴청을 부렸어요.
정작 토끼는 보물찾기 하듯 신바람 나게 usb를 찾고 있네요.
"아무래도 집엔 없나 봐, 사무실에 있을 거야!"
"그러다 진짜로 잃어버리기 전에 대책을 좀 세워 봐."
"안 잃어버리니까 걱정마셔. 있을 데가 뻔한데 뭘..."
토끼굴은 엉망진창이에요.
가끔 손님이 온다고 하면 정말로 말끔하게 싹 치우지만 그러고 나서 다음 손님이 올 때까진 슬금슬금 다시 지저분해지죠.
교환/환불하려고 챙겨둔 것도 아니면서 영수증 한 무더기랑 사탕 까먹은 껍데기가 책상 위를 이리저리 뒹굴어요. 펜은 서류 아래나 노트 사이에 껴 있기 일쑤고요. 한 번 입었지만 깨끗해서 아직 빨지 않아도 되는 옷들은 길쭉한 모양새로(다행히 꼬깃꼬깃하진 않답니다) 방바닥을 점령해 가고 있어요.
토끼가 보기엔 돼지도 썩 깔끔하진 않은데 왜 자기한테 만날 뭐라고 하는지 모르겠어요.
청소를 했다는데도 의자랑 가방 같은 것들이 꼼짝 않고 제자리인 걸요?
딱 보니 청소기로 돼지털만 슝슝 밀었구먼, 뭘~
(어느 주말, 함께 만들기를 하다 마무리 단계)
"돼지야, 거기 테이프 좀 줘."
"응? 다 쓴 거 아니야? 방금 갖다 놨는데?"
"난 마지막에 여기 이렇게 붙여서 끝내려고 했단 말이야. 아직 덜 썼는데 왜 맘대로 치우냐."
"난 그렇게 안 해서 몰랐지. 먼저 뒷정리하고 있었는데 운동 삼아 다시 가서 갖다 주지, 뭐. 대신 쓰고 나서 치워놓기다?"
다음 날, 돼지가 택배 상자를 여느라 가위를 찾는데 보이지 않아요.
'으이그, 토끼 녀석! 가위를 쓰고 또 어디다 둔 거야?'
토끼 탓을 했지만 알고 보니 이번 범인은 돼지 자신이었어요.
평소엔 다 쓴 물건을 제자리에 잘 치우지만 요 며칠 뜨개질을 하는 데 가위를 자주 써서 뜨개바구니에 두었거든요.
'휴, 토끼한테 뭐라고 안 하고 혼자 생각만 해서 다행이야.'
사용한 물건을 재깍재깍 치우고 늘 새 집처럼 말끔한 모습을 유지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청소에도 각자의 스타일이 있잖아요.
청결에 대한 기준도 사람마다 다르고요.
눈살 찌푸려지는 정도가 아니라면 아무렴 어때요.
자기 자신을 보살피는 마음, 그 정도의 정돈이면 충분하죠.
함께하는 사람을 살짝 배려한다면 금상첨화.
지금, 당신의 주변은 어떤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