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을 감당하며 나아가는 것이 우리의 길이다.
모든 선택이 완벽할 수는 없지만, 그 선택을 감당하며 나아가는 것이 우리의 길이다.
신경외과에서 근무하면서 나는 수많은 환자들에게 스테로이드 제제를 투여했다. 이 약물은 뇌종양이나 뇌출혈과 같은 두개 내 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에게 두개 내 압력을 낮추고, 뇌부종을 완화시키는 필수적인 치료제였다. 나는 환자들에게 스테로이드를 투여하며 그 효과를 몸소 느꼈다. 하지만 그 강력한 효과 뒤에는 기대하지 않았던 약물의 부작용이 공존했다.
스테로이드를 사용하면 빠르게 뇌압을 낮출 수 있었고, 환자들의 상태를 급격하게 개선할 수 있었다. 우리 병동 환자들에게 가장 많이 처방되었던 스테로이드는 덱사메타손이었다. 이 약물은 단기간에 큰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었지만 고혈당, 위장출혈, 면역력 저하, 피부변화 등 환자들이 겪게 되는 부작용이 종종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심각하게 나타났다.
아빠가 진단받은 다발성골수종은 항암 치료 시 고용량의 스테로이드제를 사용했다.
내가 간호사로서 환자에게 덱사메타손을 경구로 1회 투여했던 최대양은 3mg이다. 아빠는 1회 덱사메타손을 40mg씩 투여받았다. 3mg 경구약은 알약으로 6알, 40mg은 80알이었다. 나는 이 용량을 사람이 먹을 수 있는 양인가 의심했다.
의사는 우리에게 고용량의 스테로이드가 처방됨을 설명했다. 이에 이 약은 아빠의 치료과정 중 피할 수 없는 선택지였다.
아버지는 기저질환으로 당뇨가 있었고, 덱사메타손을 복용하면서 혈당이 계속 불안정했다. 고혈당 쇼크가 발생하며 응급실에 실려가게 되었을 때, 나는 그 모든 치료가 아버지에게 너무 큰 부담이 된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치료를 계속해야 한다는 생각과, 치료가 아버지를 더 아프게 한다는 생각 사이에서 갈등했다. 내가 경험한 약물의 양면성, 그것은 단순히 치료의 효과와 부작용을 넘어서, 아버지의 삶을 어떻게 이끌어갈 것인가에 대한 깊은 고민을 불러일으켰다.
그렇게 우리는 항암 치료를 중단하기로 결정을 내렸다. 스테로이드 제제는 효과적이었지만, 그것이 가져온 고통은 너무 컸다. 치료를 멈추는 것이 아버지에게 더 나은 선택이라고 생각했지만, 그 선택이 맞았는지 확신할 수 없었다. "정말 이게 아빠에게 최선일까?"라는 질문이 내 마음속에서 끊임없이 떠올랐다. 치료를 멈추는 것이 아버지에게 더 나은 삶을 선물할 수 있을지, 아니면 그 치료의 끝을 알 수 없는 고통을 선택하는 것이었을지...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것이 너무 어려웠다.
모든 선택에는 그에 따른 결과가 따르고, 그 결과가 예상보다 더 큰 부담을 안겨줄 때도 있다. 하지만 그 부담을 지고 가야만 하는 때가 있다. 아빠의 치료과정에서, 나는 선택이란 단순히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 그 선택을 어떻게 감당해 나갈 것인가가 중요하다는 것을 배웠다. 치료의 부작용을 감수하면서도, 결국 그 선택이 아버지에게 더 나은 삶을 가져올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을 가져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우리는 언제나 더 나은 선택을 위해 애를 쓰지만, 그 선택이 가져오는 결과를 받아들이는 것, 그게 진정한 선택의 의미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