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의 끝에 남는 것

by 김주이

간병을 한다는 것은 하루 종일 긴장을 품고 살아가는 일이다.
하루의 시작도 끝도 우리가 정할 수 없었다.
아빠가 눈을 뜨면 그제야 우리의 하루가 시작되었고, 아빠가 눈을 감고 숨을 고르면 그제야 비로소 우리의 하루가 끝났다.

하루 동안 얼마나 많은 것을 챙겼는지 돌아볼 틈도 없었다.
식사 시간에 맞춰 약을 챙기고, 체위 변경을 하고, 양치와 세수를 도와드리고,
간호의 흐름을 따라 움직이면서도 늘 마음 한편에는
“내가 지금 잘하고 있는 걸까” 하는 불안이 자리를 지우지 않았다.

아빠가 힘들어 보이면 마음이 덜컥했고,
표정이 잠깐만 굳어져도 혹시 아픈 건 아닐까 불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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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이 되면, 하루의 긴장이 느슨해지는 듯하면서도, 오히려 더 예민해졌다.
아빠가 주무시는 동안 뒤척이진 않는지, 기침 소리는 괜찮은지,
아빠가 누워서 잠드신 뒤에도 우리의 귀는 깨어 있었다.

그렇게 간병이 끝났다고 생각한 시간에도,
우리는 여전히 아빠를 돌보고 있었다.
생각 속에서, 기억 속에서, 불안과 사랑 사이에서.

하루의 끝에, 남는 것은 피곤함만이 아니었다.
후회, 안도, 슬픔, 감사… 그리고 말하지 못한 마음들이 조용히 고개를 들었다.

“오늘 하루는 잘 해냈을까.”
“아빠는 나를 어떻게 느끼셨을까.”
“내가 조금 더 따뜻하게 대할 수 있었을 텐데.”
“내일은 더 잘하고 싶다.”

"왜 불필요한 모진 말들을 했을까."

하루의 끝은,
그런 질문들이 하나씩 떠오르는 조용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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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를 위해 한 일들보다,
그 일을 하며 내가 느낀 감정들이 나를 더 깊게 흔들었다.
하루의 끝에 남는 그 잔잔하고도 복잡한 마음들이
내가 돌보고 있다는 걸,
그리고 사랑하고 있다는 걸, 조용히 알려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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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봄은 끝나지 않았다.
불이 꺼지고 방이 고요해져도,
마음은 여전히 누군가를 향해 깨어 있었다.
피곤하지만 자리에 눕기 아까운 밤, 그 밤에만 느껴지는 감정들이 있었다.

그것은 무력함이기도 했고, 사랑이기도 했다.
하루를 다 쏟아내고 남은 건,
지쳐 있는 나였고, 그래도 지키고 싶은 마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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