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라보는 일

그저 바라보는 일이 전부가 되는 순간도 있다.

by 김주이

그저 바라보는 일이 전부가 되는 순간도 있다.


돌봄은 때로 아무것도 하지 않는 데서 시작된다.
기척 없이 곁에 머물고, 말없이 지켜보는 일.
그 시간이 길어질수록 마음은 더 무겁고 간절해진다.

나는 오랜 시간 아빠를 바라보았다.
한없이 말라가는 팔, 앙상해진 손등, 점점 빠져나가는 얼굴의 표정들.
병원에서, 집에서, 창가에 누워 계신 아빠의 모습을 지켜보는 일이 어느새 나의 하루가 되었다.

아빠는 점점 말을 줄이셨고, 끝내는 거의 말씀을 하지 않으셨다.
무슨 생각을 하고 계신지, 지금 어디가 아프신지 물어보고 싶었지만, 대답 대신 돌아오는 건 조용한 눈빛뿐이었다.
그 눈빛을 읽는 일은 쉽지 않았다.
말보다 더 많은 것을 담고 있었기에, 오히려 더 어렵고 더 애틋했다.

나는 아빠를 바라보며 마음속으로 계속 묻곤 했다.
"괜찮으세요?"
"많이 힘드세요?"
"지금, 무엇이 필요하세요?"

하지만 아빠는 아무 말도 하지 않으셨다.
그래서 나는 더 오래 바라보아야 했다.
숨소리 하나에도 귀를 기울이고, 작은 손짓에도 마음을 쏟아야 했다.
바라보는 일은 그렇게 나를 더 예민하게, 더 조심스럽게 만들었다.


어느 날, 아빠는 내 쪽으로 고개를 천천히 돌리셨다.
그 눈빛 속에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마음이 담겨 있었다.
말 대신 눈으로 말하고 계신 듯한 그 순간, 나는 깨달았다.
우리는 서로의 마음을 오래도록 바라보다가 비로소 닿게 되는 것이구나.

바라보는 일은 단순한 관찰이 아니었다.
마음이 움직이고, 기억이 피어나고, 눈물이 맺히는 일이었다.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바라만 보는 것이 가장 무력하게 느껴졌지만,
그 시간은 아빠와 나 사이에 어떤 말보다 깊은 애정을 남겼다.


아빠가 잠든 얼굴을 바라보며 나는 혼자만의 기도를 자주 올렸다.
오늘 하루가 무사히 지나가기를.
통증이 덜했기를.
내일은 조금 더 나아지기를.

그 기도는 작고 조용했지만, 그 어느 때보다 간절했다.
나는 손끝으로 아빠의 이마를 매만지고, 눈을 감은 얼굴을 지켜보며
마음속으로 수많은 말을 반복했다.
사랑한다고.
고맙다고.
괜찮다고.
곁에 있다고.


돌봄은 무엇을 해주는 일일 수도 있지만,
어쩌면 끝내 아무것도 해줄 수 없는 상황에서
그저 바라보는 일이 전부가 되는 순간도 있다.

나는 그 순간을 살아냈다.
아빠의 딸로, 아빠의 간호사로, 아빠의 곁을 지키는 한 사람으로.
말없이 오래도록 아빠를 바라보며, 그 시간을 마음에 새겼다.
그것이 내가 할 수 있는 마지막 돌봄이었다.

이전 25화집으로 돌아온 돌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