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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주이 Apr 21. 2020

좋은 간호사가 되려면 무엇을 준비해야 합니까?

병원 이야기

간호사로 근무하면서 본원에 입사하고자 하는 간호학과 후배들을 만날 때가 있다.

병원 리크루트(recruit) 목적으로 졸업학교를 찾아가 후배들을 만나거나, 내가 근무하는 병동으로 실습을 나온 학생들을 만나기도 한다.

앞으로 본인이 근무하게 될지도 모르는 직장에 대해 얼마나 궁금하겠는가.
만날 때마다 질문이 쏟아진다.

흔하게 받는 질문들은 이런 것 들이다.

- 연봉은 어느 정도 받나요?
- 삼성은 근무하기 좋나요? 일이 많은가요?
- 복지가 좋나요?
- 삼성을 선택한 것에 만족하시나요?
- 교육이나 자기 발전의 기회가 많나요?
- 합격하려면 무슨 준비를 해야 할까요?

많은 이들이 궁금해하는 부분이기에 어느 곳에서, 어떤 후배들을 만나도 늘 유사한 질문을 받는다.

병원에 대한 궁금증에서 나아가 병원 합격을 위한 조건들을 묻는 질문도 수도 없이 많이 받았다.

- 학부성적이 중요한가요?
- 학벌을 어느 정도 보겠지요?
- 영어를 잘하면 유리한가요?
- 당일은 어떤 머리스타일과 옷차림을 해야 할까요?


이런 질문들 사이에서 나조차도 많은 시간 고민해서 답변하게 한 참신하고 무게 있는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

- 좋은 간호사가 되고 싶은데, 선생님은 어떤 역량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세요.
그러니까 간호학은 과학이자 예술이라고 하잖아요. 현장에는 똑똑하지만 차가운, 따뜻하지만 지식이 부족한 많은 사람들이 있을 텐데 선생님이 생각하시는 좋은 간호사가 갖추어야 할 조건이 궁금합니다.

병원 입사를 넘어 향후 자신이 갖게 될 직업에 대한 본질적인 의문을 담고 있었다.


나의 생각은 이렇다.


- 제가 생각하는 좋은 간호사의 조건은 이렇습니다.

1) 정직
좋은 간호사는 정직해야 합니다.
임상현장은 수 없이 많은 일들이 일어나고 사건사고도 많습니다.
선배는 무섭고, 처음의 나는 어설프고, 잘 모르고, 모든 게 어렵기만 합니다. 작아지고 실수도 많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정직을 지키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 어떤 상황에서도 정직해야 합니다. 그것이 결국 스스로를 지키고 발전하게 합니다.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말하여 도움을 요청하고, 자신이 잘못한 행동은 빠르게 보고하여 문제를  바로 잡아야 합니다.
생각보다 작은 나의 잘못이 비극적인 상황을 초래할 수 있는 곳이 병원입니다.
정직하십시오.

2) 높은 자존감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이 되세요.
제가 생각할 때, 간호학은 인간을 사랑하는 마음에서 시작되는 학문입니다. 질병의 치료를 넘어 인간의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 영적 건강을 위해 끊임없이 고민하니까요. 사람을 사랑하는 마음 없이 할 수 있는 학문이 아닙니다.

자신을 자랑하는 사람만이 타인을 사랑할 수 있습니다.

제가 말하는 자존감은 자존심과는 다릅니다. 자기 연민이나 이기심과도 다르고요.

앞의 이야기와 이어 말씀드리면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은 정직할 수밖에 없습니다. 나의 높은 자아가 거짓을 말하지 않거든요. 스스로 잘못된 걸 알면 고치려 합니다.

나아가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은 발전할 수밖에 없습니다. 더 나은 나를 위해 노력하죠.
자신이 부족한 부분을 고민하고 채워나갑니다.
부족한 임상적 지식이 있다면 공부를 할 것이고, 소통의 기술이 부족하다면 자신을 돌아보고 변하려 애쓸 것입니다.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들은 쉬이 상처 받지 않습니다.
임상에서 마주하는 수많은 무례한 사람들 속에서 자신을 지킬 수 있습니다.
이들은 알고 있습니다. 그 상황에서 잘못한 사람은 자신이 아니라 무례한 행동을 한 사람이라는 것을요.

3) 이타심, 궁휼히 여기는 마음
이어서 말씀드리면 사람을 사랑하는 마음이 꼭 필요합니다.
간호는 인간을 대상으로 하는 실천 학문입니다. 사랑하는 마음 없이 좋은 간호를 하기 어렵습니다.
환자와 보호자를 공감하는 마음이 필요합니다.
타인을 이롭게 하려는 마음이 필요합니다.


세 가지 다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못할 것도 없는 것들이죠.
좀 추상적으로 들려서 당장 내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 거리감이 있게 느껴진다면 구체적으로 이런 것들을 추천드리고 싶습니다.


내 주위에 있는 모든 사람에게 호의를 베푸세요.
누가 열심히 공부하고 정리한 내 노트를 빌려달라면 빌려주세요.
과제를 하는 방법을 알려달라면 알려주세요.

사람들과 대화를 많이 하세요.
비판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토론을 즐기세요.
자존심을 내세워 이기려 하지 마세요.
그 사람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주세요.

사소한 일이라도 목표를 세운 것을 이뤄나가 보세요. 매일 운동을 한다던지, 하루 한 문장 영어를 외운다던지, 자기 전 기도를 한다던지 등이요.
큰 목표를 세우고 이뤄나가도 좋습니다.
본인이 할 수 있다는 성취감을 꾸준히 느껴보세요.

본인이 좋아하는 즐거운 활동을 찾으세요.
독서, 영화보기, 쇼핑... 무엇이든 괜찮습니다.
단, 단순히 나의 시간을 보내기 위해서 하는 게 아니라 즐거워하는 일을 잘해보세요. 책을 읽고 간략히 서평을 쓴다든지, 영화를 보고 일기를 쓴다든지, 쇼핑을 하고 보다 더 좋은 물건을 찾으면 친구에게 공유해준다든지 좋아하는 일을 더 열정적으로 할 수 있는 방법들을 찾으세요.

인생을 즐겁게 사세요.
오늘이 행복하지 않은 사람이 내일이 갑자기 행복해지지 않습니다.
오늘 행복할 수 있는 일들을 찾으세요.


이런 게 무슨 상관이 있냐고요?

작은 일이라도 좋은 성취의 경험을 많이 쌓으면 자신을 믿고 나아갈 수 있습니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기지요.
이는 위기의 상황에서 자신을 단단하게 만듭니다. 자신을 믿고 사랑하게 되죠.

또한 자신을 사랑하려면 인생을 즐겁게 살아야 합니다. 인생이 즐거운 사람이 긍정적인 기운을 낼 수 있습니다. 긍정적인 기운을 내는 사람이 타인에게 좋은 영향을 줍니다. 그리고 타인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사람만이 타인을 이해하고 도울 수 있습니다.

그리고 호의를 베풀어본 사람만이 그것이 긍정적인 영향으로 결국 자신에게 돌아오는지를 알고 마음에서 우러난 친절을 베풀 수 있습니다.

소위 사회에서 말하는 좋은 학교를 나오면 유리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성적이 좋으면, 영어를 잘하면 입사에 도움이 될지도 모릅니다.
(오해하실까 봐 말씀드리면 우리 병원 간호사는 다양한 학교의 졸업생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저는 학부 성적이 좋지 않고 영어도 못합니다.)

하지만 10여 년간 근무하면서 저는 좋은 학교에 성적도 좋고, 영어도 잘하는 간호사들을 많이 봐왔지만 그게 꼭 좋은 간호사와 연결되지는 않았습니다.

회사는 여러분을 합격시켜 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어떤 간호사가 될 것인가는 온전히 여러분의 몫입니다.

고민해보세요.
어떤 간호사가 될 것인지,
그리고 나아가 어떻게 살 것인지에 대해서요.

아주 어렵지만 꼭 해야 할 중요한 숙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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