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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주이 Apr 22. 2020

무례한 이들을 대하는 법

병원 이야기

어디에서든 무례하게 행동하는 사람들이 있다.
직장에서도 이런 사람들을 빈번하게 마주친다.

무례한 사람들이 바뀌면 좋겠지만 바뀌지 않는 경우가 많고, 일부가 바뀌어도 또 다른 무례한 사람들은  어디서나 계속 마주칠 수 있다.
이에 그런 사람들에게 상처 받지 않고 나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는 그런 사람들을 어떻게 대할지 생각해보아야 한다.


간호사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높아졌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간호사에 대해 잘못된 정보를 갖고 있거나 편견을 갖고 있다.

병원에 내원했을 때 이런 사람들의 태도는 크게 두 종류로 나뉜다.
쉽게 말해 바뀌는 자와 그렇지 않은 자이다.

첫 번째는 본인이 간호사에 대해 잘못 알고 있었던 것을 깨닫고,
바르게 재인식하며 그것을 표현하는 사람들로, 알 반적으로 이런 분들과는 소통함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

이런 분들은 보통 이런 반응을 보인다.

- 상급종합병원에 입원한 게 처음인데, 간호사 선생님들이 이렇게 많은 일을 하시는 줄 몰랐네요.

- 사실 전에는 간호사 선생님들이 이렇게 똑똑한 분들인지 몰랐어요.
편견이 있었어요. 간호학과에 석사 박사과정이 있는 줄도 몰랐습니다.

- 환자의 응급상황에서 간호사 선생님들이 빠르게 대처하는 걸 겪었어요. 아무래도 환자 곁을 계속 지키니까요. 그래서 의사 선생님뿐만 아니라 간호사 선생님에게도 환자의 상태를 잘 알리고 정보를 계속 주고받는 게 중요하다는 걸 알았죠.

물론 표현하지 않는 이들 중에도 병원에 내원하여 간호사들이 하는 업무들을 보면서 본인이 갖고 있는 간호사에 대한 편견과 잘못된 지식이 바뀐 경우가 많을 것이다.


두 번째 부류는 본인의 잘못된  관념을 지속적으로 고집하며 무례한 행동을 서슴지 않는 경우이다.
간호사의 지식수준을 낮게 평가하거나 전문직종으로 인정하지 않고 호칭도 제대로 쓰지 않는 경우인데,
나 역시 그런 환자를 만난 적이 있다.


그 환자는 툭하면 나를 아가씨라고 부르는가 하면 반말로 나에게 지시하듯이 말했고,
사소한 본인의 일들을 간호와 돌봄으로 포장해 나에게 시켰다.

'어이 아가씨 이거 밥상 좀 내다놔.'
'물 좀 떠다 줘.'
환자는 거동에 전혀 문제가 없었다.

부인도 마찬가지였다.
'언니 의사는 언제 와'

처음에는 저들의 무례함을 그냥 무시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그들이 시키는 일들이 못해줄 것도 아닌데 그냥 해주고 말아야겠다는 생각도 했다.

그런데 점점 마주할수록 이 사람들이 나를 전문직업군으로 대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본인이 해야 하는, 할 수 있는 일들도 나에게 심부름을 시키듯이 지시하고 있으며, 나를 인격적으로 존중해주지도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들을 마주하면서 현장에서 만나는 이런 한 사람 한 사람의 인식을 바꾸는 일도 내가 해야 하는 일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고, 이 사람들이 변하지 않으면 언젠가 내가 아닌 나의 동료도 똑같은 경우를 당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나는 이들에게 두 가지의 명확한 메시지를 줘야겠다고 생각했다.

1) 나는 당신에게 그런 대접을 받아야 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나는 전문적인 지식을 가지고 환자의 회복을 위해 노력하는 전문가입니다.
당신이 할 수 있는 일들을 심부름하는 존재가 아닙니다.

2) 당신의 무례한 행동이 나를 불쾌하게 하고 있습니다.
당신은 나에게 그럴 권리가 없습니다.


환자의 병실로 찾아갔다.
수술 전 교육을 하기 위해서였다.
역시나 환자는 나에게 반말을 하며, 지시를 하고, 내가 해줄 수 없는 것들을 요구했다.

- 아가씨 일단 병실 다인실로 바꿔주고, 이불 좀 하나 더 가지고 와
지금이 말할 때다고 느꼈다.

- 그런데 환자분 그리고 보호자분, 저는 환자분과 보호자분의 언니도 지나가는 이름 모를 아가씨도 아닙니다.
저는 전문적인 지식을 갖고 환자분을 간호하는 간호사이고, 병원에서는 저를 선생님이라고 부릅니다.
알맞은 호칭을 써주셨으면 합니다.

그리고 존칭을 써주세요.
저는 환자분의 지인도, 아랫사람도 아닙니다.
저는 환자분을 위해 최선을 다해 간호할 것입니다.
환자분도 저를 존중해주시고 예의를 다해주셨으면 합니다.


환자는 조금 당황한 듯했다.
그러고는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 그럽시다.


처음에는 어려웠다.
바른말을 하는 것도, 환자라는 이름으로 입원한 그들의 부탁을(그것이 비록 무례한 지시일 지라도) 거절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것을 참아내는 것은 친절도 보살핌도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나뿐만 아니라 많은 간호사들이 이런 무례한 대상자를 이미 만났을 것이고 앞으로도 만날 것이다.


내가  만나는 주변 사람들, 대상자들의 인식부터 바꾸어 나간다는 생각으로 단호하게 표현했으면 한다.


한 가지 오해하지 말았으면 하는 점은 단호함과 불친절은 다르다는 것이다.
화가 난다고 똑같이 무례하게 대하거나 무시하거나 불친절하게 하면 상황은 더 안 좋아진다.


전문적인 태도를 유지하면서 단호하게 그리고 똑똑하게 표현하라.

우리 모두는 무례함으로부터 스스로를 지키는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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