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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주이 Jul 20. 2022

매력적인 그 무엇

임상으로 나아가는 그대들에게

#

지도학생과 면담을 했다.

학과 생활은 어떤지, 고민은 없는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학생이 말했다.


- 교수님 저는 임상이 두려워요. 제가 그곳에서 잘할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3교대도 두렵고, 다들 너무 힘들다고 하니까 걱정이 많이 되더라고요.



#

학생의 이야기를 들으며 어떤 마음일까 생각해 보았다.

나 역시 겪어 보기 전 막연히 두려워했던 시기가 있었던 것 같다.


그때의 마음을 생각하며, 그리고 지나온 자의 경험을 더해

나는 학생에게 이야기했다.



#

그래. 맞아. 힘들어. 어려워.

거짓으로 포장하지 않을게. 다 좋다고 말하지 않을게.

임상은 정말 힘들어. 3교대도 힘들고, 사람들과의 소통도 어렵고, 새로운 사람과의 사귐도 어색하고, 조직에는 나를 힘들게 하는 사람도 있고, 일은 많고, 긴박한 상황에서 늘 긴장되고, 아픈 사람을 대하는 일도 어렵고, 그 가족의 예민함을 받아 주는 것도 쉽지 않아.

맞아. 그곳은 정말 힘들어.


그런데 나는 그곳에서 15년을 일했거든.

사실 돌아보면 매일매일이 힘들었는데, 나는 많은 날들이 오히려 즐거웠다고 기억하고 있어.

돌아보면 그 힘든 상황들을 즐겁게 지내게 해 준 많은 요소들이 그곳에 있었어.

임상 현장의 업무와 상황들은 99%가 힘든데 그 99%를 잊게 해주는 1%가 있었던 거야.

나의 1%는 이런 것들이었어.


내게는 정말 좋은 동료들이 있었어.

나를 포함해 6명의 동기가 있었는데 늘 근무가 끝나면 수다를 떨고, 맛난 것을 먹으러 다니고, 힘들었던 일들을 나누며 위로받았어.

그러면 다음날 출근하는 발걸음이 마냥 무겁지만은 않았어. 동기들과 같이 일하는 날은 '아! 오늘 빨리 끝나겠다. 일이 많으면 서로 도우며 일할 수 있겠다.' 생각했지


좋은 선배들이 있었어. 미숙하고 어설픈 내가 잔업을 많이 남긴 날 나를 도와주는 선배들이 있었지.


사랑스러운 후배들이 있었어. 부족한 것 투성이인데, 마냥 나를 좋아해 주고 롤모델로 삼아주는 후배들이 있었지.


병원이 늘 차가운 곳인 줄 알았는데 따뜻함이 있는 곳이었어. 힘든 일이 생기면 모두가 함께 돕고 아픈 일이 생기면 모두 달려와 위로해 주는 그런 곳이더라.


아픈 환자도 그 가족들도 함께 시간을 두고 지내다 보면 다 정이 들더라. 그래서 내가 하는 간호라는 행위가 누군가에게 힘이 되고 치유가 되고 회복이 될 때 내가 하는 일이 정말 좋은 일이구나 생각하게 되더라.


간호학이라는 학문에 대해 조금 더 공부하고 싶어 졌어. 공부를 하려면 임상의 경험이 있어야겠더라고. 그래서 힘든 순간도 참아내며 일했어. 근데 그 과정이 마냥 괴롭지만은 않았어. 성취하는 기쁨이 있었어.


그리고 현실적으로 말이야. 매달 들어오는 월급이 적지 않더라.



각자가 느끼는 매력적인 1%는 다 다를 거야.  너 역시 그 1%를 찾게 될 거야. 그 1%가 결국 너를 그곳에 있게 할 거야.

그 1%를 찾지 못했으면 그곳을 나와도 괜찮아.

하지만 지레 겁먹을 필요는 없어. 늘 힘들기만 한 곳은 아니야.


세상은 살아 보니 그렇더라.

힘들고 고된 순간에도 나를 그곳에서 버틸 수 있게 해주는 많은 긍정적이고 아름다운 것들이 곳곳에 있더라고.


그곳에 간다면 잘 찾아내길 바랄게.

네가 그곳을 매력적이고 아름답게 볼 수 있게 해 줄 무언가를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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