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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주이 Jul 20. 2022

보고 싶었어요.

간호학을 공부하는 그대들에게

#

학생이 대면 면담을 신청했다.

학생과 만나 2학기 생활은 잘하고 있는지 어려움은 없는지 물었다.

그리고


- 오늘 저에게 면담 신청을 했는데, 혹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었을까요?

- 그냥 교수님을 뵙고 싶었어요.

  지난 학기 교수님 뵌 이후에 제가 많이 밝아졌어요.

  한 번 더 교수님이 뵙고 싶었어요.



#

학교에 학생들이 없다.

COVID-19로 인해 텅 빈 교정의 모습만 보아 온 나에게는 학생들이 가득 찬 학교가 잘 상상이 되지 않는다.

물론 학교 일정 및 행사로 학생들은 꾸준히 학교를 찾지만

과거 어느 시점에 비해 운동장은 늘 비어 있고, 강의 실에서 강의를 하는 일은 극히 적다.

잔디밭에 모여 앉아 다 같이 짜장면을 먹던 시절이 있었다고 하면 학생들은 나를 이상한 사람으로 볼까?

그럴지도 모르겠다.

팬데믹 이후 뉴 노멀의 시대를 그들은 학생으로서 나는 교수로서 살아가며 서로가 학교에 대한 다른 풍경을 받아들이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온라인 강의가 너무도 익숙해진 지금, 학생들의 강의방식 선호도는 대면 수업에 비해 온라인 강의가 압도적으로 높다.

그래도 나름 MZ세대의 M 세대에 끼는 나 역시, 대면 모임보다는 온라인 강의, 웨비나를 선호한다.

이동에 대한 시간과 제한을 혁신적으로 줄여주는 이 방법을 우리가 왜 전에는 사용하지 않았을까 싶을 만큼 뉴 노멀로 인한 변화는 많은 부분에서 나를 굉장히 편하게 해 준다.

자꾸 라테가 젊은 세대에 끼려는 것도 같지만 그래도 나 역시 인강을 보던 세대다. 내 세대에도 인강이 있었으니 어찌 생각해보면 과거부터 이러한 노력과 변화는 꾸준히 있어왔던 것도 같다. 다만 자의가 아닌 외부 변화에 의해 익숙해질 수밖에 없는 환경에 노출되었고 이에 과거보다 현재는 비대면 프레임이 매우 보편화되었다.


그것이 많은 부분 편리함을 주었어도 대면소통의 부재에서 오는 아쉬움을 부인할 수 없다.


같은 공간, 동일한 공기를 마시며, 서로의 눈빛을 보며 대화하는 일

강의에 즉각적으로 반응하는 학생들의 모습

(그것이 때로는 하품과 졸음일지라도)

교정 곳곳에서 왁자지껄 떠드는 생기

함께 차 한잔 마실 수 있는 여유


이 모든 평범한 일상이 현재는 매우 어려운 일상이 되었다.



#

그런 현재에 '보고 싶었다.'는 학생의 표현이 괜스레 뭉클하게 다가왔다.

내가 강의하지 않는 학년의 학생은 지도 학생이어도 볼 기회가 거의 없다.

학교를 찾아와도 누가 교수를 보고 가겠는가. 친구를 볼 시간도 적은데...


지난 학기 한번 나와 마주한 학생이 그 15분 남짓한 시간을 기억해주고 '보고 싶었다.'는 이유로 나와 만나기 위해 직접 면담을 신청한 사실이 따뜻하게 느껴지면서도 새삼 새로운 시대에 평범했던 무언가가 대단히 중요한 가치가 되었음을 깨닫는다.



#

- 이제 집에 가나요?

- 친구들과 점심 먹기로 했어요.

- 빨리 가요. 다들 기다리겠네.


학생이 좋아하는 사람과 점심을 먹는 소중한 일을 하도록 학생과의 면담을 마무리했다.

오늘 뵈어서 좋았다는 말을 남긴 채 학생은 나의 연구실을 떠났다.


책상 위 내려놓은 커피가 아직도 따뜻하다.

이 짧은 시간이 누군가에게 참으로 소중하고 오래 기억될 수 있는 일임에 감사하면서 매 순간을 귀하게 생각하며 최선을 다해야겠다.


새삼 사소해 보이는 일상이 참으로 소중하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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