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사님과의 대화
올해는 우리 대학이 간호인증평가를 받는 해이다. 거기에 더해 내가 학교에서 책임을 맡고 있는 사업 마지막해이기도 하다. 그러니까 다시 말해 정신없이 대단히 바쁜 해이다.
코로나19의 재유행과 장염, 기타 여러가지 바이러스가 도는 요즈음, 우리 집도 바이러스의 공격을 피해가지 못했다. 엄마도 언니도 남편도 나도 아이들도 모두 아프다.
바쁘고 아프고 마음이 힘들다.
일을 좀 줄일수는 없니?
요즈음 왜이렇게 바쁘니?
또 야근이야?
가족들의 눈치가 보인다.
대단한 무언가를 하는것도 아닌데 왜이렇게 바쁘고 왜이렇게 일이 많을까?
내가 하는 일들로 가족을 제대로 돌보지 못하고 있나?
일을 줄여야 하나? 그만둬야 하나?
고민이 쌓인다.
이런저런 복잡한 마음에 출근길에 은사님께 전화를 드렸다.
"선생님."
"야! 잘못걸었냐?
"선생님 이른아침부터 죄송해요. 그래도 이해해주실것 같아서, 그리고 이렇게 안하면 또 이런저런 핑계들로 미룰것 같아서 용감하게 전화했어요."
나는 요즈음 나의 상황을 전하고 내가 잘하고 있는지 뭐를 더 해야 하는지 어떻게 나아가야 하는지 그리고 선생님이 40살로 돌아가면 무엇을 하실것인지, 이런저런 것들을 두서 없이 물었다.
"주이야. 너는 5년뒤즈음 너의 인생의 성적표를 받게 될 것이다. 그런데 그 성적표를 받으면 그 성적표에 만족하고 자신을 칭찬해주고 싶을까? 뿌듯하고? 기쁠까? 모두 후회해. 왜? 더 해볼걸. 더 좀 잘해볼걸. 그런생각이 들거야. 그러니 그냥 열심히 살아라. 네 마음 속에는 이미 답이 있다. 할 수 있는만큼 더해라. 그렇게 열심히 사는 엄마를 아이들도 안다. 함께 있을 때 늘 사랑을 주는 엄마를 아이들은 알아. 고등학교때 너의 성적표를 들고 왔을 때 만족해주지 못하고 더하라고 매몰차게 말했던 그때의 나와 지금의 나는 다르지 않다. 지금의 내가 보는 너는 그때의 내가 보는 너와 같다. 너는 너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많은 것들을, 더 대단한 일들을 할 수 있다. 너는 그런 사람이다. 그리고 난 40으로 돌아가면 공부할거다."
요즈음 마음이 힘든 나는, 꽤나 이성적으로 선생님과 통화하고 싶어서 늦은 저녁이 아닌 아주 상쾌한 아침에 전화드렸던 것인데....
그런데.... 그만 펑펑 울어버리고 말았다.
선생님은 이미 내 마음을 알고 계셨다. 그래 나는 더 잘해보고 싶다. 그리고 잘 할 수 있는 역량이 나에게 있다. 그냥 나를 믿고 단단하게 나아가자.
선생님
잊지 않을게요. 그 믿음.
선생님의 기대와 바라봐주심보다 저는 소박한 사람이지만 제가 소박한 저보다 조금 더 나아갈 수 있다면 그것은 당신의 믿음 덕분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