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14. 다섯 번째 방콕 day-3
오늘도 나 자신에게 늦잠을 허한다. 새벽에 눈이 떠졌지만 나는 ‘계획적으로’ 더 잤다. 8시 좀 넘어 일어나 씻고 준비를 했다. 딸아이는 조금 더 재우기로 하고 외출 준비를
한 후 아이까지 깨워 준비시키니 9시쯤 됐다.
오늘의 아침 메뉴는 쿤댕 꾸어이짭 유안(끈적 국수)이다. 호텔에서 6분 거리다. 9시 좀 넘어 나와 구글맵을 잡는데 어라? 9시 30분부터 영업이네? ㅋㅋ 그래서… 어제 보아둔 이탈리아 커피숍으로 향한다. 선커피 후국수!
아메리카노 한잔이 70밧인데 케이크 한 조각이 무려 235밧이고 레몬소다가 85밧~ ㅋㅋ 국수 먹기 전이라 못 먹게 하고 싶지만 또 애가 먹고 싶다는데 어쩌겠누… 국수도 먹어야 된다고 협박하며 사줬다. 아메리카노 그릇 보소~~ 나는 커피를 많~~~ 이 마신다고요~~ 그래도 맛은 있으니 괜춘…해…요…
9시 30분을 넘겨 1분 거리(?)의 국숫집으로 간다. 이 국숫집은 곽튜버가 갔던 곳이었는데 가보니 드라마 킹더랜드 촬영도 했네~ 준호와 윤아 사진이 똭!! 딸아이는 배가 부른 모양이지만 나는 메뉴판의 2번, 4번을 시켰다. 70밧, 80밧~
맛은 ….. 묽은 사리곰탕면? 나쁘진 않다. 해장 잘하고…. 어제 검색해 둔 현대 미술관으로 가기로 한다. 이제 여기서부터 나의 하루는 꼬인다. ㅋㅋㅋㅋ
국숫집 앞에서 그랩을 부르니 10분 넘게 기다리란다. 하노이에서 그랩을 3분 이상 안 기다리고 살아서 10분은 너무 길다. 캔슬~ 하고 어제 어디선가 버스가 무료라는 기사를 봤는데(방콕 대기 오염 대책이란다) 버스를 타볼까? 싶다. 시간도 많고 버스 타고 시티투어 기분이나 내자 싶어 구글맵으로 검색해서 정류장을 찾았다. 10분 정도 걸어갔는데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들 사이에 버스 회사 직원인지 유니폼을 입은 남자가 날더러 어디 가는지 묻는다. 나는 맵을 보여주고 버스 번호를 확인했다. 7분 있음 온다, 5분 있음 온다, 3분 있음 온다… 하더니 다시 5분 있음 온단다…. 뭐지? 한참 기다렸다. 안 온다. ㅜㅜ 미술관 가는 경로를 재탐색해서 다른 버스를 탔다. 전기 버스인가? 에어컨도 빵빵하다. 근데… 무료 아니다. 20밧~ 둘이 40밧! 심지어 차가 막히네.
지도를 열면서 생각도 열어본다. 그랩 탔음 벌써 도착했을 텐데.. 2시간이나 지나도록 아직 여기라면… 미술관은 담에 가고 계획을 바꾸자.
그리하여, 시암 디스커버리 근처에 내렸다. 지난여름 딸아이가 좋아했던 MBK 빌딩에 있는 애니메이션 굿즈샵을 가주기로 한다. 아이는 언제 지쳤냐는 듯 신나고~ 나는 스벅에서 아아 한잔~~ 아이는 파일 하나와 카드 하나를 사고 행복한 웃음을 보였다. 아무 쓸데없는 것을 그 돈 주고 사다니…라는 말이 목구멍에 차오르지만 돈으로 그 예쁜 웃음을 사지요~ 자본주의 만세!
지난번 방콕 왔을 때 가볼까 하다 동선이 안 맞아 패스했던 짐 톰슨 하우스가 가깝네. 그리로 가자.
가는 길에 환타 슬러시 하나 사고 접혔다 펴졌다 하는 대형 연꽃 사진도 찍고… 도착했는데~ ㅋㅋ 어른 200밧. 21세까지 100밧이란다. 그건 좋은데…. 투어를 해야 한다네~ 영어, 일어, 중국어, 불어 중 고르래~ 옴마야… 영어 선택하니 2:55 투어란다. 거의 1시간을 기다린다. 어쩔 수 없지. 노빠꾸입니다. ㅋㅋ
부자 아저씨가 예쁜 집을 짓고 각종 유물들과 예술품을 사들였군요. 사람은 찍지 말고 셀카도 찍지 말고 집은 찍어도 된다고? 뭔 그런.. ㅋㅋ 투어는 40분이 걸렸고 영어 가이드는 천천히 또박또박 말해서 영어 듣기 40분이 그리 힘들진 않았다. 짐 톰슨이 언제 태어나 언제 실종되었고 각종 유물들이 언제 만들어져서 어떻게 이곳에 왔는지, 집을 어떻게 지었는지, 누가 여기 다녀갔는지… 뭐 그런 얘기였는데 긴 기다림에 비해 그리 대단할 것은 없다. ㅡㅡ
이제 어디를 갈까.. 하다가 여기서 걸어 40여분 거리의 룸피니 공원에 걸어가기로 한다. 룸피니 공원 역시 구글
평점 4.5라…. 한번 가보고는 싶었다. 작년 이맘때 갔던 시드니 센트럴 파크 정도를 생각하며 여기저기 도시 구경도 할 겸 걷기로 했다. 여기저기 구경하며 걷다 보니 금세 도착.. 근데… 근데… 이건 뭐 동네 공원보다 못한데? ㅋㅋ 망했다. 어느 블로그에선가 여기서 러닝 한 것이 방콕 여행 중 최고였다길래 아주 멋진 트랙일 줄 알았다. ㅋㅋ 그냥.. 작은 동. 네. 공. 원… ㅋㅋ 요즘은 우리나라 아파트들이 웬만한 공원 하나씩은 끼고 있잖아요? ㅋㅋ 거기를 뛰시는 게… ㅎㅎㅎ믿지 말자 블로그 후기!
토요일이니 짜뚜짝 시장을 갈까 아님 렝쎕 먹으러 쨋 페어 야시장을 갈까 하다가 뭐 특별히 살 것도 없고… 저녁은 한식을 먹기로 해, 아니 먹여주기로 해 숙소 근처로 가기로 한다. 여기서 또 한 번 꼬이는데…. ㅋㅋ 룸피니 공원서 버스를 타고 카오산으로 오기로 해 구글이 알려주는 데로 갔는데… 버스 정류장에서 아무리 기다려도 버스가 안 온다. ㅋㅋㅋ 오기가 발동해 더 기다려보기로 했는데 애가 배고프다 하니 여지없이 무너지더라. 바로 그랩 불렀다. 나의 버려진 시간은 무엇으로 대체하리오. ㅜㅜ
카오산으로 와 일단 환전 200불 더 하고(MBK 슈퍼리치가 환율이 더 좋았네.. 안 풀리는 오늘 ㅋ) 한식당으로 go go! 불고기 2인분 시키면 찌개도 준다. 김치찌개 주세요~~ 싱하 비어 하나 시켜 폭풍 흡입하고… 숙소 가는 길에 맥주 한잔만 더 하기로~ 몇 번을 오가며 봐둔 펍에 앉았다. 딸아이는 딸기 소다 나는 창비어~
이렇게 버스 대란의 오늘이 머무네~ 낼 아침엔 일찍 기차를 타러 가야 한다.
방콕에서 버스는 좀 아닌 걸로~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