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도시탈출 2-3
2025.6.29.
간밤에 잠을 설쳤다. 분명 히터 틀고 따뜻하게 잠들었는데 … 숙면 모드였는데… 깨보니 새벽 1시 20분~ ㅜㅜ 4시까지 못 잤다. 이것저것 생각도 하고 빗소리 들으며 유튜브도 보고…
4시에 잠들어 7시쯤 깼다. 밖은 여전히 곰탕이네~ 안개비가 가로로 세로로 날린다. 자고 있는 딸아이 얼굴 한번 쓰다듬고 조식 먹고 둘러볼 뷰 포인트를 찾아본다. 맘에 드는 카페 하나 픽! 체크아웃 전 후딱 갔다 올 수 있겠다. 호텔서 15분 거리~
이 호텔은 타운에서 거리가 있어 조식포함 예약했다. 이 호텔은 비싼 편이라 환불불가로 날린 돈이 13만 원쯤 된다. 룸 하나만 쓸 테니 룸 업글이나 서비스를 달라하니 겨우 저녁 식사 50프로 할인해 준다고 할 뿐이었다. 어제저녁을 호텔에서 안 먹었으니 아무 혜택이 없었다. 치사 빤스야. ㅡㅡ 밥이나 많이 먹어야지.
조식이라도 제대로 챙겨 먹자 싶어 8시쯤 나갔다. 쌀국수와 샐러드 조금, 오믈렛 하나.. 종류가 많지 않다. 그래도 최선을(?) 다해 먹었다. ㅋㅋ
이때 또 예기치 못한 일이 생긴다. 룸 키가 카드키가 아니고 돌려서 여는 열쇠였는데 식당 갈 때 들고 간 것 같은데 안 보인다. 식당에도 없고 오는 길에 떨어진 것도 아니고 이해가 안 되는 상황이다. 룸 키가 방 안에 있나 싶어 식당 전화로 리셉션 전화해서 문 열어달라 했다. 청소하시는 분이 문 열어줬는데 오마나!! 키가 읎다~~ ㅜㅜ
어딘가에 흘렸거나 식당에 둔 게다. 일단 씻고 짐 정리도 해야 하니 딸아이를 식당으로 보냈다. 안에 사람이 없으면 문이 잠겨 못 여니 가서 열쇠를 찾아보라고 했다. 분명 식당에 있을 것이다. 그 사이 나는 씻고 준비를 하고 있는데 딸아이가 그냥 왔다. 없단다. 직원에게 물어봤냐니까 아니란다. 뭔 소리지? 그냥 혼자 찾다 안 보여서 돌아온 거다. 아이고 맙소사!!!! 직원에게 물어보고 같이 찾아봐달라고 해야지~ 라며 다시 보냈더니 열쇠 찾아왔다.
그 소란 중에 나는 딸아이에게 화를 내고 말았다. 중 2나 돼서 왜 말을 못 하냐고, 답답하다고 퍼부었다. 아침도 먹는 둥 마는 둥 하고 폰만 보는 게 짜증 났었나? 결국 딸아이 눈에 눈물을 뽑은 나다. 못났다 증말.
날씨도 예측이 안되고 가방까지 메고 뷰포인트 들르는 계획은 무리인 듯싶다. 오토바이도 10시에 반납하기로 해 시간이 어중간하다. 그래서 체크아웃하고 타운으로 가 오토바이부터 반납하고 아메리카노 마시기로. 호텔씨는 우리가 마신 음료값도 다 받네. 서비스 없음!! 야박하네~ 평점 테러??
사파 스테이션 바로 뒷길에 오토바이 샵이 있어 반납하고 스타벅스로 갔다. 일단 커피 한잔 하며 2시간을 어떻게 보낼지 생각하기로~
커피 마시니 시간이 훌쩍~ 수베니어샵 들러 선배에게 줄 술 한병 사고 대추 좋아하는 친구 줄 대추 한봉 사서 버스 타는 곳까지 걸어갔다. 20분 정도~~
사파 호수 지나 시장 초입에 사오비엣 오피스가 있다. 앱으로 예약하면 직원이 친절하게 확인 전화도 준다. 영어 가능~
티켓 받고 시간이 좀 남아 근처 패스트푸드점 가서 반미 콤보와 아보카도 스무디 하나 시켰다. 6시간 가야 하는데 딸아이가 먹은 게 영 시원찮아서다. 근데 ㅋㅋ 맛이 없다. 빵만 뜯어먹고 나왔다. 버스 타기 직전에 바로 앞 시장에서 작은 사이즈로 낱개 포장 된 차 10봉을 샀다. 하나 5000동~ 집 가서 끓여줄게.
이렇게 2박 3일 사파 여행을 마치고 지금은 하노이행 버스 안이다.
도시탈출-도시복귀-도시탈출-도시복귀…
부메랑처럼 살아가고 있구나.
이번 여행은 별 기대도 준비도 하지 않았지만 숙소 날린 게 아까워서(선배가 기꺼이 다 지불해 줬지만) 신경이 쓰였고, 치아 이벤트가 너무 컸고 오토바이 기름, 룸 키 변수도 만만치 않았다.
어제 아침 오토바이 빌리러 가는 길에 바람막이 점퍼를 살까 했는데 그냥 간 선택, 기름을 넣고 갈까 하다 그냥 간 선택( 계기판 정보에 의거 3시간은 문제없을 것으로 판단.. 고장 난 줄 모르고 ㅋㅋ) 출발하면서 우비를 살까 하다 그냥 간 선택은 후회로 남았다.
오토바이가 섰을 때 민가에 가서 기름을 구한 것, 특히 아주머니와의 소통 문제에 포기하고 걸어갔으면 큰일 났을 뻔(1킬로 거리에 아무것도 없었고 완전 오르막 ㅋㅋ)했는데 끝까지 매달린 선택, 첫날 호텔에 밑져야 본전이니 다시 한번 환불 요청하다 서비스받은 선택, 프리 마사지 안 받고 그냥 갈까 하다 받기로 한 선택, 저녁 먹으러 갈 때 오토바이를 타고 간 선택은 다행이었다.
버스 타러 걸어가는 데 안경 안으로 벌레가 들어와 눈에 들어갈 뻔했을 때 나는 말했다. “되는 일이 없어.”라고~ 그리고 2주 후로 다가온 동유럽 한 달 여행에 자신이 없다고, 엄마가 이제 늙어서 깜빡깜빡하고 변수 처리 능력이 떨어진다고 하소연했다. 이제 여행력이 떨어지고 있고 그럼 여행을 가면 안 될 것 같다고, 한국 귀임하면 삶의 방식을 바꿔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아이는 “엄마는 부정적인 말을 반복해서 해. “라고 했다. 나는 그건 그냥 소화시키는 거야. 배설.. 그니까 감정의 똥 싸는 거 같은 거..라고 했는데 글쎄 맞받아 말하길 ”누가 다른 사람 보는데서 똥을 싸? 문 닫고 혼자 싸야지. “라는 게 아닌가! 그 말인즉슨 자기 앞에서 짜증 내지 말란 말~ 그러면서 불운이 와도 즐기란다…
두어 번 휴게소에 언제 들리냐길래 잘 모르겠다고 했는데 좀 전에 휴게소에 내리며 “엄마 나 2시간 참았어”라며
활짝 웃는다. 나 같았음 짜증 폭발이었을 텐데… ㅜㅜ
딸아이를 험하게 키워서 단단한 건 좋은데 주변에, 타인에 무심하다고 늘 생각해 왔던 나다. 근데 이 아이는 무심한 게 아니라 자기만의 방식으로 모든 걸 즐기는 중이었나 보다.
아…. 나는 정말 늙었다. 감지 능력이 떨어진다. 해석 능력도 떨어진다. 삶의 반경을 줄여야 할지 모르겠다.
이 와중에 바깥은 푸르다. 너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