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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ff Jung Nov 08. 2022

1998.12.28 누군가에겐

FISHMANS 피시만즈


무언가 상징적인 숫자가 된다.


1998.12.28.

어느 날의 여느 날이 될 수도 있겠지만, 그 조밀한 숫자 조합에 또 다른 의미까지 부여하여 강력하게 마음에 간직하게 된다.

누군가에겐 크리스마스의 즐거움이 채 식지 않은 채로, 누군가는 다가오는 새해의 흥분과 지나간 시간의 회환을 교차시킨 채, 북적이는 망년회와 돌아가는 길의 명징한 별빛, 잔뜩 흥분을 토하고 있는 티비에선.

그리고 누구에겐 벅찬 기다림으로 푸른 공연장 앞에서 손 모아 기다리고 있었을. 그 때.


'Fishmans' 피시만즈를 얘기할 땐 나보다 수만 배 이상 눈에 빛을 발하며 이야기를 이어나갈 수많은 이들이 상상이 될 뿐이다. 그 많은 컬트 팬들이 존재하는 한 켠에서 이렇게 쉽게 끄적인다는 게 많이 미안하다. 많은 이들이 그랬을 것 같으나 나 역시도 당대의 현재 진행형이 아닌 어느 스쳐 지나간 날 과거에 박제된 형태로 그들의 음악을 듣게 되었고, 처음 접했던 이야기들이 무르익어 가면 갈수록 음악을 대했던 그들의 태도를 신뢰하게 되었다. 결국 그들의 음악은 과거에 머무르지만 청자는 충분히 현재 진행형이 된다.  

나아가 청자는 진행형을 더욱 발전시켜서 리더인 사토 신지가 빠진 나머지 멤버들의 새로운 음악을 들어 보기도 하고, 인터넷 영상들을 통해 그 당시의 공연을 지금인 양 접하기도 한다.

그들을 기억하고 추모하기 위한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는 음악협동조합, 서울 홍대의 카페 [공중캠프]을 직접 들러 보며 또 다른 색깔의 현재를 느껴 본다면 꽤 많이 나간 것일 터이다.

이제는 다시 볼 수 없는 신화가 된 이들에게 부여된 어느 정도의 프리미엄을 무조건 부정하지는 못하겠지만, 그 프리미엄은 그들의 음악을 평가하는데 아무런 상승작용을 주지는 못한다. 단지 누군가 한번 정도 더 호기심을 가지고 앨범을 접하게 되는 동력을 마련해 주는 정도.

결국 청자의 대열에 합류한 나의 음악 지도에서 한 켠을 자리 잡고 있고, 이렇게 기회가 되었을 때 때때로 불러 모아 글로 형상화하기에 이르렀다.


'Fishmans' 피쉬만스를 설명하기 위한 음악은 어떻게 선택하여야 할까. 감사함을 가지게 되는 나의 자유.

사토 신지의 유유자적하는 에너지, 부유하는 푸른빛을 즐기기에는 스튜디오 앨범보다는 그들의 마지막 유작 공연 앨범 [男達の別れ 98.12.28]을 전해 들고 싶다.

두 장의 CD에 빼곡히 채워진 그들의 이야기, 마지막의 41분짜리 long season까지, 이젠 역시 떠나가 버린 키보드 & 바이올리니스트 Honzi 혼지의 에너지까지 고스란히 전해 들을 수 있으니 그만한 선택이 없을 것 같다.


'Fishmans' 피쉬만즈를 떠올릴 때 항상 '부유하다'란 단어를 쓰고 싶어졌었다. 식상할 수도 있겠지만 그들을 관통하는 에너지를 그렇게 그려보고 싶었다. 더 나은 것을 생각하기도 싫은 게으름을 계속 부리고 있는 것이겠지만 부유하는 새벽의 공기를 푸르스름하게 기억하고 있는 이들이라면.

그리고 그 정점을 관통하는 곡으로 <頼りない天使>만 한 것이 없다. Fishmans의 베이스를 담당하는 카시와바라 유즈루는 부유하는 에너지를 절묘하게 담당한다. 굴렁굴렁 흘러가는 그의 베이스 flow에 몸을 맡기고 때때로 앞선을 살짝 긋는 베이스 라인을 듣고 있으면 그 당시 공연의 분위기가 눈앞에 푸르게 펼쳐진다.

그의 베이스는 뭐랄까 조금 아주 조금 느린 엇박이 있다. 고의적이라고 얘기하고 싶을 정도로 정말 살짝 느린 엇박이 있는데 이것이 도리어 그 부유하는 에너지를 극대화한다. 직접 측정해서 박자로 얘기한다기 보다는 그만의 정형성이 있다고 판단하고 싶다.


한껏 부유하는 음악을 따라가다 보면 또 다른 의미에서 선택하고 싶은 곡 <ひこうき>으로 넘어가게 된다. 그 에너지의 핵심 모테기 킨이치의 호쾌한 드럼을 시작으로, 사토 신지의 가는 선의 목소리와 기타 액션이 어우러진 행복한 음악 듣기가 흥겨운 레게 리듬에 실려 넘실거린다.

전혀 다른 분위기의 두 곡이지만, 전혀 동일한 형태의 'Fishmans' 곡들이다.


공교롭게도 오늘 얘기하고 싶은 두 곡이 이렇게 함께 붙어 있는 것은 그들이 1998년 말 셋 리스트를 짤 때 이미 가장 절묘한 마음을 가지고 있었을 테고 나는 기꺼이 오늘 반응했을지도 모르겠다.

누군가는 과거에, 그들의 음악은 현재에, 자발적인 또 다른 에너지는 미래에.

지속적인 재생산을 이루어 내고 있는 그들의 음악이 고맙고, 미래의 에너지를 견인해 내는 팬들이 멋지다.

..그리고 이 작은 글 속에서 나의 1998.12.28년이 뭐 어땠길래,

끄적이고 싶은 마음은 아래 음악으로 대신해 본다.


Fishmans  <頼りない天使>  [男達の別れ 98.12.28]

https://youtube.com/watch?v=aTxdzOvsAn8&feature=share


Fishmans  <ひこうき>  [男達の別れ 98.12.28]

https://youtu.be/lmJ29Jnoqz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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