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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ff Jung Jun 21. 2024

그녀의 황야를 찾아가는 길에

Julia Holter [Have You in My Wilderness]

누군가는 아트 팝이라고도 한다. 무슨 의미일까?

팝에다가 아트라는 수식을 더했으니 대략 감이 올 것 같다. 팝과 같은 아름다운 선율이 함께 하지만 일반적이지 않고 좀 더 작가적인 시선으로 치우친다는 의미로도 들린다. 음악이 정형적인 문법을 따르지 않을 때 이를 감내해야 하는 것은 뮤지션의 몫이다. 신선함, 특별함이란 칭호는 난해함이란 카드 뒷면을 가지고 있다. 때로는 자의식에서 길어 올린 두레박 속이 뿌연 물처럼 흐릿하게 보일 때도 있고, 반대로 오장육부를 드러내듯이 적나라할 때도 있다. 그 개개의 경우에도 의미를 찾을 수는 있을 것이나 청자들과의 교감은 그 간극만큼 멀어지기도 한다. 너무 뻔하지도, 너무 어렵지도 않은 그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성공시키기란 얼마나 어려운 것인가. 그렇지만 이런 것을 달성하는 순간이 반드시 있다. 그리고 그때의 기쁨은 뮤지션에게도 청자에게도 이루 말할 수 없는 기쁨을 주리라. Julia Holter 줄리아 홀터의 네 번째 앨범을 들었을 때 느꼈던 탄성은 그런 감정이었다. 그 중간 어디메의 지점을 이다지도 절묘하게 찾아내어 줄다리기를 하고 있단 말인가.


기본적으로 그녀는 영리하다. 자신의 목소리가 어떻게 들리는지를 잘 알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목소리는 잘 길들인 붓과 같아서 얼마나 힘주어 긋는 게 필요한 지, 몇 번을 덧칠해야 하는지, 방점을 어디에 찍어야 하는지를 세세하게 조절한다. 배경을 순수함으로 치장해 줄 하프시코드 같은 고악기와 스트링 세션을 이용하는 것도 일반적인 방법론이 아니다. 짧은 탄성과 같은 단아한 코러스가 흐르고 실루엣 같은 현악기가 뒤에서 부드럽게 어루만지는 사이, 그녀의 본 목소리가 앞으로 천천히 나섰다 빠진다. 몇 겹을 싸고도는 그녀의 목소리는 할 말이 많은 결을 대변하듯 아우성친다. 이는 마치 전시회장의 회화 작품 같은 것이다. 정답을 주는 스타일을 추구하지 않고 있다. 명확하게 확 잡아끌지도 않지만, 전체적인 구성에 홀리고 끌리는 붓터치에 자리를 떠나지 못하게 된다. 결국 모든 작품을 돌아보고 나니 감동이 여운처럼 남는다. 대중성과 예술성이 동전 양면으로 구분되지 않음을 잘 보여주는 사례라고 힘주어 얘기할 수 있을 것이다.


음악은 팝인지라 사랑의 감정을 이야기하겠지만 그 아래 남겨진 잔상들이 더 큰 힘을 실어내고 있는 형태이다. 고립된 마음, 어디로 갈지 모르는 방황, 떠나버릴 불안함, 정답을 갈구하는 덧없음이 심미적인 사운드와 때론 밝은 리듬으로 손길을 내민다. 그래, 마음의 황야에서 나를 위해 무언가를 기원해 주는 이가 있다면 그만큼 행복한 게 있을까. 나는 그녀가 이 앨범을 만들며 자신의 마음을 위한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결국 예술이란 누군가에게 다다르기 이전에 자신의 황무지를 위한 선물일 것이다. 그리고 그런 자아를 감싸는 손길은 그대로 다른 이에게도 전해질 것이기에…. 그게 이 앨범이 가진 힘이 아닐까.


나는 싸구려 귀에다 소프트웨어에 집중하는 스타일이기 때문에 시스템을 신경 안 쓰지만, 좋은 하이파이에 물릴 때 이 앨범이 어떻게 들릴지 정도는 유추할 수 있다. 음악은 매우 세심한 손길로 겹겹이 바른 텍스쳐와 같아서 커다란 사운드로 집중해서 들을 때 여러 층위의 감동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집에 좋은 시스템이 있는 그대라면 꼭 볼륨 크게 하여 들어 보시기 바란다.

고민하다가 고혹적인 곡을 하나 선곡해 보았는데, 곡의 개성이 너무도 다 다르기 때문에 짐짓 선입견을 줄지도 모르겠다. 그녀는 모호하게 다가오기에 오히려 좋아하는 곡이라고 한다. 자기 자신만 알고 있는 무엇이려나? 하지만 괜찮다. 나는 으레이 이런 감정을 상상해 볼 수 있다. 그리고 그것이 정답인지 가까운 지는 중요하지 않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 비어 있는 공간이란 나만을 위해 남겨 놓은 감정일 테니까. 그리고 그 공간은 당신의 감정이기도 하다.

옛 것, 단아함을 관통하는 호소가 흐른다. 벳시라는 이에게 그녀의 목소리가 닿을 수 있을 것인가?


소리만을 통과하여 눈물이 흐를 뿐.



Julia Holter [Have You in My Wilderness] 2015년 <Betsy on the Roof>

https://youtu.be/Sr2GYsynCFg?si=NG9RHBUd6I2BrHQ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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