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미니 Oct 04. 2022

향수하면 떠오르는 곳, 그라스(Grasse)

여러분은 어떤 향수를 쓰시나요? 혹시 향수를 쓰지 않는 분은 그래도 평소에 좋아하는 비누나 샴푸, 린스 혹은 바디워시에서의 향은 기억하고 있으리라 생각이 드는데요. 오늘은 그 향수에 대해 이야기하려고 합니다. 

   

향수(perfume)의 어원은 ‘통해서(through)’라는 의미의 라틴어 ‘퍼(per)’와 ‘연기(smoke)’를 의미하는 ‘푸무스(fumus)’에서 유래된 단어이다. -네이버 지식백과-   


향수라는 단어의 어원을 통해 알 수 있듯이, 원래의 향수 사용목적은 연기를 피워 올리는 종교적 제사의식과 관련되어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시체 방부와 목욕, 고약한 채취 방지, 이성의 유혹 등 이후 여러 가지 목적으로 사용되어집니다.

그럼, 여러분은 향수하면 어느 나라가 떠올려 집니까? 저는 프랑스가 떠올려지는데요. 사실 파리에서 세계 최초의 향수 가게가 열렸다고 합니다. 그만큼 프랑스에서 향수의 대중화가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는데요. 프랑스에서도 아주 중요한 '향수의 수도'라 불리는 도시가 있다고 합니다. 그 도시 이름은 그라스(Grasse)입니다.


그라스(Grasse): 
프랑스의 그라스는 프랑스 남동부에 위치한 도시로 칸과 니스 주변에 자리 잡고 있다. 알프스 산맥 아래 해발 330~380m의 경사면에 위치하고 있으며, 여름과 겨울에 모두 방문하는 휴양지다. 그라스는 향수 산업과 식품 제조업자들을 위한 향료 생산에서 세계적인 선두주자다. 국제 향수 박물관이 유명하다.


[네이버 지식백과] 그라스 [Grasse] (유럽지명사전 : 프랑스)


그라스는 사실 가죽 공예로 유명한 도시였다고 합니다. 그러나 가죽 제품의 약점이 하나 있었는데, 나쁜 냄새가 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그라스 마을 내에 꽃을 많이 심고 꽃을 포마드로 만들어 가죽에 바르기 시작하였습니다. 이후 부두질 기술자인 갈리마르(Galimard)가 그 유명한 이탈리아 메디치 가문에 향기 나는 가죽 장갑을 선물하게 된 것이 히트를 치게 되었죠.

이후 그라스는 니스와의 경쟁에서 가죽제품은 쇠퇴하게 되었고, 결국 향수 산업이 주산업으로 자리하게 되었습니다. 더 자세한 이야기는 아래 프랑스 관광청 홈페이지에 있는 그라스에 관한 글을 참고하시면 되겠습니다.
            





여러분은 향수하면 어떤 제품이 먼저 떠 오르시나요? 저는 '샤넬 넘버 5'라는 제품이 먼저 떠오릅니다. '마릴린 먼로'가 샤넬 넘버 5 향수를 잠옷 대신 사용한다는 1960년 마리 끌레르 잡지와의 인터뷰 덕분에 넘버 5는 향수 아이콘으로 떠오르게 되었습니다. 



샤넬 넘버 5 향수는 그라스의 장미와 재스민만을 사용한다고 하는데, 이 향수의 탄생 배경이 재미있어서 아래와 같이 소개해 드립니다. 



1921년 유명 디자이너 코코 샤넬은 조향사 에르네스트 보(Ernest Beaux)를 만나 "여성미가 느껴지는 향수"를 만들어 달라고 주문했다. "그러면 이 향수의 이름을 무엇으로 할까요?"라는 질문에 코코 샤넬은 다섯 번째 향수 샘플을 맡아본 후에 "향수 컬렉션을 5월 5일에 출시해야겠어요. 이 향수는 샘플 이름 그대로 넘버5라 부를게요, 숫자 5가 행운을 가져다 줄거예요."라고 대답해 N°5라고 불리게 됐다. -프랑스 관광청 홈페이지 그라스 도시 설명글 중-


그라스 도시에 들어가면 멀리서부터 향기가 난다고 합니다. 도시내 거리, 광장, 골목길에서 향기가 계속 진하게 난다니 도시 전체가 향수의 도시로 불리기에 부족함이 없을 듯합니다. 전 세계 조향사의 성지인 그라스의 조향이 2018년 유네스코에서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하였다고 합니다.


(라벤더 / 픽사베이)




# 향기의 추억



저는 향수의 기억으로 추억을 떠올리기도 합니다. 그 사람의 향기로 그를 기억하고, 이후 비슷한 향기를 맡으면 그 사람이 떠오르곤 합니다. 그리고 어쩌다 외국에 나가서 어떤 호텔에 가면 그 호텔의 특이한 향기가 나기도 했습니다. 기분 좋은 향내가 납니다. 그 와중에 그 향기를 기억한다는 게 저 자신도 신기합니다.



여하튼, 호텔 로비에서 나는 그 향기는 호텔에서 제공하는 어메니티의 샴푸나 바디 워시의 향과 비슷한 경우가 많았습니다. 혹시나 이후 그와 비슷한 향기를 맡으면 그 호텔과 함께 여행의 추억이 새록새록 나기도 하였습니다.



그만큼 향기는 매우 자극적인 기억으로 남기도 합니다. 저 같은 경우 기억이 오래가더라고요.




# 마음의 향기



그럼 사람의 마음에도 향기가 날 수 있을까요? 무슨 이야기냐고 하실 수 있겠지만, 사람마다 느껴지는 고유한 느낌이 있습니다. 따뜻한, 차가운, 재미있는, 포근한, 매정한, 정 많은, 이상한, 고마운, 똑똑한, 매력 있는, 어두운, 밝은 그리고 같이 있고 싶은 사람이 주변에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럼 그런 분에게는 어떤 느낌이 드나요? 저는 향수에 특유한 향기가 나듯이 내 주위에 있는 사람들에게도 그들만의 특유한 향내가 나는 것 같습니다.



좀 자세히 이야기하자면, 향수에도 베이스-미들-탑의 향내가 다 다릅니다. 처음 향수를 맡았을 때 탑의 향내가 나고, 조금 후 미들 향이 같이 나오게 됩니다. 그 이후 많은 시간이 흐르면 베이스 향이 잔향으로 남게 되지요.



사람도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첫인상과도 같은 탑의 향내가 그 사람의 호감도를 결정하게 되지요. 그 이후 만남을 지속하면 미들 향이 같이 나면서 결국은 베이스 향을 느끼게 됩니다. 모든 향이 중요하지만 결국 베이스 향이 가장 기본이듯이 사람도 오래 만나다 보면 그 진가를 알 수 있습니다. 처음에는 다 맞추어 줄 것 같고 다 좋아 보이지만, 만남을 이어갈수록 좋던 나쁘던 그 사람의 진면목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마음의 베이스 향을 맡을 수 있다면 그 사람의 진면목을 볼 수 있는 것과 같다고 생각합니다. 바탕이 되는 마음을 본심이라고 하죠. 그 본심은 처음에는 감출 수 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서서히 나타나게 됩니다. 그래서 결국은 그 본심이 향내가 나는지, 악취가 나는지 알 수 있죠. 그런 향내를 맡을 수 있는 지혜가 저와 모두에게 있기를 바래봅니다. 또한 저와 더불어 모두들 본심의 향내가 좋기를 바래도 봅니다.




# 그럼 브런치에서 나의 향내는?



나는 브런치에서 어떤 향내를 내고 있을까 궁금해집니다. 우리는 브런치라는 가상공간에서 글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서로를 만나고 있습니다. 그럼 글을 통해 나를 나타내는 것인데요. 과연 나의 글에는 어떤 향내가 날까요? 서툰 향이 날까요 아님 세련된 향이 날까요?




시트러스

(오렌지, 레몬, 라임향 계열)같이 상큼하고 상쾌한 향이 나는 건 어떨까요? 시원하게 사회현상을 해석하고 분석하는 글에서도 이런 향이 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오늘 있었던 나의 이야기를 경쾌하게 적은 글에서도 날 수 있을 것 같아요. 마음이 밝은 날에 글을 적으면 이런 향이 날 것 같습니다. 



플로럴

(꽃향 계열)같이 우아하고 고급스러운 향내가 나는 건 어떨까요? 시적 표현의 글이나 전문적인 글을 올리는 글에서 느껴질 수도 있겠네요. 그리고 어려운 이야기를 쉽게 풀어쓴 글에서도 이런 느낌이 의외로 날 수도 있겠다 싶습니다. 브런치 작가분중에 여성분들이 이 플로럴 향내가 나는 글을 쓰고 싶은 분이 많을 듯 예상합니다. 인기 있는 향내이죠. 혹시 글에다가 꽃 사진을 붙이면 이런 향이 날까요?^^



오리엔탈

(동물성 향료 계열)같이 특이하면서 섹시한 느낌이 나는 향내는 어떨까요? 호불호가 나뉘는 향기로 스파이시한 향내와 묵직하고 달콤한 향내가 납니다. 개인 취향적인 시를 쓰거나 노래를 올리는 글에서 이런 향이 날 수 있겠네요. 그리고 독특한 관점에서 사회현상을 바라보는 글도 이런 향이 날 것 같아요. 



우디

(숲, 나무향 계열)같이 남성적이고 편안함과 중후함을 나타내는 향은 어떨까요? 남성적(중성적 포함)인 향내가 나는 글이라면 미사여구 없이 솔직 담백하게 담담히 적는 글이 이에 해당할 것 같습니다. 또한 과학적인 글이나 경제 관련 글이 이런 향내가 나지 않을까 싶어요. 그리고 어떤 문제에 대해 분석적인 글도 이런 향내가 날 것 같습니다. 의외로 편한 글에서 이런 향이 날 것 같은데 개인적으로 집에서 이런 향이 나면 좋을 것 같습니다. 



 머스크

(사향노루 계열)같이 묵직하고 달달한 느낌이 나는 향은 어떨까요?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향인데 멀리서도 단번에 알 수 있는 개성이 있는 향입니다. 이 말은 글을 적으면 누가 봐도 나의 글임을 알 수 있는 나만의 색깔이 있는 글은 이 향내가 날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이렇게 5가지 향기로 나누어 보았는데, 브런치 글에서는 꼭 한 가지의 향기만 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여러 향기가 글에서 나타날 수 있을 것 같아요. 



중요한 사실은 모든 향이 마찬가지이지만 '인공적'인 향내보다 '자연'스러운 향내가 편하고 좋듯이 이런 향내들은 바로 평소 자신의 모습에서 나타난다 할 것입니다. 자연스러운 모습에서 자신만의 향내가 나는 게 어떤 향일지 저부터 궁금합니다. 




꽃에 향기가 있듯이 사람에게는 품격이 있다. 그러나 신선하지 못한 향기가 있듯 사람도 그 마음이 밝지 못하면 자신의 품격을 지키기 어렵다. 썩은 백합꽃은 잡초보다 그 냄새가 고약한 법이다. -월리엄 셰익스피어-

 

아무리 번듯하게 보이고, 인기 있어 보여도 자신의 '품격'을 지키기가 만만치는 않죠. '성품'은 향기입니다. 브런치 내의 글에서 좋은 향내가 나고 싶은 분들은 어디를 먼저 봐야 할지 알 것 같습니다. 혹시 글에다가 코를 대고 냄새를 맡고 있지는 않나요^^ 



(픽사베이)





[ 에필로그 ]

저도 프랑스의 '그라스'라는 곳을 이번 글을 적으면서 처음 알았습니다. 지중해 근처의 마을 특징이 아랍권처럼 골목길이 미로처럼 되어 있다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그 골목길마다 향이 나는 곳이 그라스라는 마을이라고 합니다. 그냥 향으로 가득 찬 곳 같아요.

우리 브런치라는 마을도 이런 향으로 가득 찬 곳이길 바랍니다. 같은 향이 아닌 각자 나름의 개성 있는 향이 나는 곳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브런치에서 사회를 바라보는 시선이 다양해서 서로 개성 있고 의미 있는 다름이 많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다름은 틀림이 아닌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나와 다른 향이 난다고 해서 틀린 것이 아니란 뜻입니다. 각자의 향을 존중하고 이해하는 분위기의 발전적인 장소가 되기를 바라봅니다. 또한 글에서 서툰 향이 나더라도 우리는 포근한 향내로 덮어 줄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브런치도 프랑스의 그라스라는 곳처럼 2000종류의 향내가 서로 잘 어울릴 수 있는 곳이 되길 바라 봅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K-전래 동화의 가능성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