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미국 방송계의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에미상 시상식이 있었습니다. 여기에서 한국 드라마 '오징어 게임'이 남우주연상과 감독상 등 총 6관왕을 달성하였습니다. k-드라마의 위상이 확인되는 순간이었습니다.
사실 코로나전 어쩌다 외국을 여행할 때 한류의 인기는 실로 놀라웠습니다. 가는 곳마다 k-pop과 k-드라마가 핫한 주제였습니다. 더불어 k-푸드, k-화장품, k-문화의 관심과 함께 한국어를 배우려는 젊은이를 쉽게 볼 수 있었습니다.
심지어 한국인이냐고 물어보고 같이 사진을 찍자는 현지인을 드물지 않게 볼 수 있었지요. 한국의 문화가 세계에서 통하고 인정받는 느낌이 들어서 마음 한편이 뿌듯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한국인이라는 이유로 받는 환대와 관심이 어리둥절하기까지 하였지만, 싫은 느낌은 아니였습니다.
위의 기사는 이탈리아 유명 시사 주간지 '일 베네르디'가 태극기를 표지 전면에 싣고 9면에 걸친 특집기사로 내놓은 내용을 조명하고 있습니다. 특히, 이번 에미상 수상을 예견이라도 한 듯 k-드라마의 내용을 심도 있게 분석하였더라고요. 분석한 기사 내용을 아래와 같이 한번 살펴보겠습니다.
한국 드라마는 주인공의 허약함이나 약점을 숨기지 않고 오히려 이를 소재로 활용한다고 분석했다.
'비밀의 숲'의 주인공 황시목은 어렸을 때 뇌 수술로 인해 감정을 잃은 검사이고, '사이코지만 괜찮아'에선 반사회적 인격 성향을 가진 아동문학 작가가 등장하고, 넷플릭스 차트 선두권인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천재 변호사의 활약상을 그린다며 이 드라마 시리즈의 공통점은 약점을 부정하지 않는 것에 있다고 지적했다.
더 나아가 한국 드라마와 영화가 한국 사회의 어둡고 불편한 현실을 깊이 있게 들여다보는 시도를 해왔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드라마 '오징어 게임'의 황동혁 감독이 2009년 쌍용차 공장 파업사태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밝혔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 매체는 '오징어 게임'이 가계 부채가 국내총생산(GDP)을 웃돌고, 청년 실업률 10%, 부동산 가격 폭등 등 한국 사회의 현실과 맞닿아 있다고 설명했다.
이 매체는 "드라마 '오징어 게임'과 영화 '기생충'을 포함한 한국의 많은 영화는 인간을 '호모 사피엔스(생각하는 인간)'가 아니라 '호모 에코노미쿠스(경제적 인간)'로 그린다"며 전 세계 대중은 한국 드라마와 영화를 통해 가상현실이 아니라 실제 우리의 현실을 보게 된다고 전했다. -연합뉴스 22.8.22 기사 중-
한국 드라마의 특징을 분석한 기사를 보니 뛰어난 현실성과 꾸밈없는 전달력이 남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비현실적인 완벽한 히어로나 현실과 다른 그들만의 세계가 아닌 현실상황을 기반으로 한 생동감 있는 드라마 이야기가 전 세계 사람들에게 호감을 느끼게 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만약 현실과 동떨어진 그들만의 이야기이거나 황당하고 지루한 비현실적 줄거리의 드라마 라면 아무리 일류 배우가 나오더라도 전달력이 떨어졌을 것입니다. 반대로 요즘 찬사를 받고 있는 한국 드라마처럼 세계적으로 알려진 배우가 없더라도 드라마 전개상 현실적 표현력과 특유의 유창한 전달력이 명확하다면 전 세계 시청자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을 것입니다. 결국, 성공의 유무 차이는 '딕션이 좋냐 안 좋냐'로 구분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딕션(diction): 정확성과 유창성을 두루 갖춘 발음. -네이버 국어사전-
사실 딕션이라는 단어는 일반적으로 배우나 가수에게 적용되는 말입니다. 한마디로 전달력이 좋으냐 나쁘냐로 구분되어질때 딕션이 좋으냐 나쁘냐로 표현되어집니다. 즉, 발음의 좋고 나쁨을 넘어 대사의 전달력이 우수하냐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개인적으로 딕션이 좋은 배우로는 한석규, 황정민, 곽도원, 송강호, 하정우, 이병헌, 김혜수, 오정세, 조정석, 박은빈 정도가 생각납니다. 특히,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주연 배우인 박은빈은 어릴 때부터 딕션과 관련된 조기교육이 화재가 되기도 하였죠.
딕션이 좋은 이들 배우의 특징은 외모가 출중한 배우라는 타이틀보다 연기력이 좋다는 평가를 받는 배우입니다. 즉, 대사 전달력과 연기의 자연스러움이 뛰어나다는 겁니다. 겉만 번지르한 것이 아닌 연기의 깊이와 표현이 남다르다는 뜻입니다. 대사 전달력이 좋으니 당연히 몰입을 하게 되고, 결국 드라마의 승패에 직접적 영향을 끼치게 됩니다.
# 글에서도 딕션이 필요하다.
그럼 브런치에서 글을 쓰는 우리에게도 이런 '딕션'이 필요할까요? 결론적으로는 아주 필요하다는 겁니다. 글을 적는다는 의미는 누군가 내가 적은 글을 읽는다는 것인데, 나만 알아보는 글을 쓰면 안 되겠죠. 당연히 글을 읽는 독자들을 생각하며 적어야 됩니다.
그러려면 딕션이 좋아야 잘 읽히게 됩니다. 즉, 글을 쓸 때 정확한 전달력과 나름의 진실함이 묻어나야 합니다. 언뜻 글을 봤을 때는 화려하고 유창하게 보이더라도, 찬찬히 읽기 시작하면서 글의 전달력이 떨어지면 쉽게 읽히지 못하게 되는 경우가 생깁니다.
# Show, Don’t tell
글의 딕션이 좋으려면 어떡해야 할까요? 당연히 글이 짧으면 됩니다. 그렇다고 무조건 글이 짧다고 전달력이 용이하지는 않습니다. 어휘와 전달 능력이 뛰어나야 합니다. 의견을 길게 이야기하는 것보다 큐레이션 (다른 사람이 만들어놓은 콘텐츠를 목적에 따라 분류하고 배포하는 일) 방식으로 표현하는 것도 한 가지 방법입니다. 또한 사진 한 장이나 도표 하나를 보여줌으로써 전달력을 쉽게 올릴 수 있습니다. 이밖에 더 자세한 내용은 아래 기사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 글 이전 인생 건강이 중요
저는 문장의 전달력이 뛰어나려면 기본적으로 글에 '진심'이 묻어나야 한다는 사실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나와는 다른 글을 쓴다면 아무리 여러 기술을 버무려 글을 쓴다고 해도 거짓으로 쓰기에 호감을 받을 수가 없습니다. 특히 '자가당착'적인 글을 쓴다면 그 글의 전달력을 논한다는 게 의미가 없어집니다.
자가당착(自家撞着): 스스로에게 부딪힌다는 뜻으로, 자신의 말이나 행동이 앞뒤가 모순되어 일치하지 않음을 이르는 말이다. -두산백과 두피디아-
글의 딕션, 즉 글의 전달력이 좋으려면 여러 가지 기술적인 노력이 필요하겠지만, 근본적으로 글 내용에 '호감'이 있어야 합니다. 글의 호감은 결국 저자의 '진심'에서 나온다 할 수 있습니다.
정보를 제공하는 글이라면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려는 진심이 있어야 하고, 시사적인 글에서는 '정의와 공정, 보편적인 상식에 기초한 관점'을 가지려는 진심이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산문적인 글에서는 '올바른 마음가짐'을 가지려는 진심이 있어야 할 것입니다.
또한 우리의 삶에서 '몸과 마음'이 건강하려는 진심이 결국은 글에서도 나타난다 할 것입니다. 행복과 고통은 우리 삶의 대부분을 차지합니다. 이런 행복과 고통을 오롯이 글로 나타내려면 우선 생각과 마음이 건강해야 할 것입니다. 생각과 마음이 건강하려면 몸의 건강 또한 중요하다 할 것입니다.
따라서 글의 전달력은 자신의 삶에 진심이고 건강하려고 노력해야 자연스럽게 높아질 거라 생각합니다. 호감 있는 인생을 사는 사람의 글 또한 호감도가 높지 않을까 싶습니다.
비록 행복만 가득 찬 인생이 아니더라도, 비록 어두운 고통이 깊게 있더라도 현재의 삶에 진심이고 심신이 건강하려고 무던한 노력을 한다면 그 인생 자체가 호감도 높고 전달력이 뛰어난 하나의 작품이라 생각합니다. 그 작품에서 한 문장의 글이 나온다면 그 글의 딕션은 매우 좋을 것입니다.
[ 에필로그 ]
이번에 이정재 배우가 에미상 시상식에서 남우주연상을 받을 때 같은 한국사람으로 매우 기쁘고 자랑스러웠습니다. 그러면서 한국어 드라마가 왜 이렇게 세계적으로 인기가 있는지 한번 생각해 보았습니다. 결국 드라마가 말하고자 하는 전달력이었습니다. 배우는 연기를 통해 전달합니다. 이 전달력이 요즘 한국 드라마가 매우 높음을 알 수 있습니다.
사실 이런 전달력은 우리 글 쓰는 이들에게 부러운 요소입니다. 글을 잘 쓴다는 것은 결국 독자들에게 쉽고 알차게 전달된다는 의미일 겁니다. 눈으로 읽지만 결국 머리와 마음에 와닿아야 합니다. 전달이 잘되어야 하는데 그 전달 방법에 대해 한번 생각해보는 오늘 글입니다.
결국은 진실된 진심이 글 쓰는 바탕에 있어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하였습니다. 새카만 마음에 글이 나온다면 까만 글이 나오는 건 당연한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저부터 우선 내 글의 딕션을 높이려면 나의 마음가짐을 살펴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