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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니 Jan 04. 2023

마술 피리(The Magic Flute K.620)

매년 연말이 되면 여러 이벤트 공연들을 많이 합니다. 언제나 잘 나가는 트로트 공연, 인기 가수 콘서트 그리고 음악회나 뮤지컬들이 이어졌습니다. 저는 사촌누나네가 뮤지컬 감독과 배우라서 공연에 매번 갈 수는 없어도 연말이면 억지로라도 꽃다발을 들고 찾아갑니다. (뮤지컬 본다고 자랑이 아니고, 나름 힘듦을 표현한 거임^^;)

저는 영화나 드라마가 제 체질이지만, 가끔 어쩔 수 없이 보는 뮤지컬도 나름 신박하고 리얼한 현장감에 집중해서 볼 수밖에 없었는데요.(이내 눈꺼풀이...) 이런 저에게도 좋아하는 클래식이 몇 개 있습니다. 그중 하나인 모차르트의 생애 마지막 오페라 '마술 피리'를 소개해 드리려고 합니다.

이유는 모차르트의 마지막이면서도 유일한 '서민 친화력'과 '대중 보편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요즘으로 치면 작품성과 대중성을 동시에 가진 그 당시 최고의 흥행작이란 뜻입니다. 마술피리의 제작을 의뢰하러 온 사람을 모차르트는 죽음의 사신(저승사자)인 줄 착각할 정도로 병세는 이미 깊은 상태였다고 합니다. 그럼에도 기존과는 다른 성격의 명작이 나왔다는 사실이 놀라울 뿐입니다.


  

(이미지=네이버블로그)




1791년, 세상을 떠나기 몇 달 전에 모차르트는 오페라 공연이 주로 이루어졌던 '궁정극장'이 아니라 '민중극장'에서 공연할 계획으로 '마술피리'를 작곡하였습니다.


그 당시 오페라는 황족과 귀족들의 전유물 이였으나, 평민 대중들을 관객으로 생각하고 썼다는 뜻입니다.



모차르트 최고의 작품으로 거론되는 '피가로의 결혼', '돈 조반니', '코지 판 투테'는 모두 이탈리아어로 부르는 세련되고 화려한 정통 희극 오페라이지만, '마술피리'는 이탈리아어를 이해하지 못하는 '빈'의 서민들을 위한 소박한 징슈필(Singspiel, 연극처럼 중간에 대사가 들어있는 독일어 노래극)로 제작되었습니다. 



모차르트의 마지막 오페라인 '마술피리'는 화려한 정통 이탈리아 오페라와 대중적인 징슈필, 익살스러운 민요, 진지한 종교음악이 모두 섞여 있는 종합선물세트 성격의 버라이어티 작품이라 볼 수 있습니다. 



저는 디즈니 애니메이션 영화와 비슷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등장인물 중 타미노 왕자와 동행하는 익살스러운 '파파게노'라는 인물부터 선악의 대결 그리고 해피 엔딩까지 줄거리 뼈대가 비슷하다 느꼈는데요. 그럼 마술피리의 주요 등장인물을 통해 대충의 스토리를 살펴보겠습니다.




자라스트로(Sarastro, 베이스) - 파미나를 납치한 성직자...이나 실은 파미나를 보호하는 조력자. 밤의 여왕이 다스리는 거짓의 세계를 이성의 빛으로 밝히려고 한다. 모티브는 페르시아 역사상 최고의 종교학자인 조로아스터교의 창시자 자라투스트라.

타미노(Tamino, 테너) - 이 이야기의 주인공인 왕자 :  여러 시험을 통과한 뒤 파미나와 연인이 된다.

밤의 여왕(Königin der Nacht, 소프라노) - 별빛 세계의 여왕이자 파미나의 어머니. 무척 모진 성격의 막장 어머니로 딸 파미나를 이용해서 밤의 세계를 만들려고 하나 결말부에서 소멸한다. 과거 자라스트로와 대결을 했지만 이때 남편인 태양왕이 자라스트로에게 살해당해 자라스트로를 철천지 원수로 여기는 중.
대중들에게 이 오페라에서 가장 유명한 캐릭터지만 정작 2시간 반이 넘는 전체 오페라에서 15~20분 남짓밖에 나오지 않는다.

파미나(Pamina, 소프라노) - 밤의 여왕의 딸. 한없이 여린 마음의 처녀로 이후 타미노와 이어진다. - 나무위키-



마술피리하면 떠오르는 음악이 하나 있는데 밤의 여왕이 부르는 아리아입니다. 조수미 씨가 불러 유명한 곡입니다. 사실 이 노래를 완벽히 부르는 성악가는 3손가락을 꼽을 정도라고 합니다. 이 세명도 각자의 특색이 있다고 하는데요. 조수미 씨는 음정, 박자, 속도, 기교가 소름 끼치게 완벽하다고 합니다. 음정미스가 전혀 없다고 할 정도로 악보를 거의 목소리로 완벽히 재현하였다니 놀랍네요. 단지 단점을 굳이 뽑으라면 칼을 들고 분노에 몸을 떨며 딸내미를 씹어먹을 듯이 을러대는 다른 밤의 여왕들에 비하면 조수미는 약간 '흥칫뿡'하는 삐진 밤의 여왕 같다는 평 정도가 있다고 합니다. 

그럼 조수미 씨의 노래는 많이 들어봤으니까, 밤의 여왕이라는 악독한 캐릭터를 잘 표현한 성악가를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디아나 담라우(Diana Damrau)라는 분인데 빌런역을 잘 살렸는지 한번 들어보시죠.


 https://youtu.be/s7vJcUogrEI




# 이성과 감성

주인공 타미노 왕자는 시험을 통과할 때 파미나 공주의 아버지가 만든 '마술피리'로 이겨냅니다. 이는 합리적 이성의 상징인 '자라스트로'의 빛의 세계에 다가가기 위해서는 '마술피리'가 꼭 있어야 했습니다.

우리가 합리적이라 생각하는 '이성'이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없음을 의미하지 않을까요? 감성이 인간을 이성과 더불어 조화로운 세계로 이끈다고 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이성과 감성이 하모니를 이루는 것. 이것이 음악이 추구하는 궁극적 이상이라는 것을 모차르트가 '마술피리'에서 보여주고 싶은 진짜 이야기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에필로그)

클래식에 전혀 문외한인 제가 오페라에 관한 이야기를 적으려는 생각이 갑자기 나서 제 자신도 신기했습니다.  그래도 클래식하면 모차르트지 하는 아주 기초적인 생각에서 시작하였네요.ㅎ

모차르트는 '마술피리'를 마무리하는 시점에 '레퀴엠'의 의뢰를 받았다고 합니다. 결국 레퀴엠은 완성되지 못하고 모차르트는 죽고 말았습니다. 그래서 모차르트의 마지막을 함께 했던 완성곡 '마술피리'와 미완성곡 '레퀴엠'이 저에게는 특별히 다가왔나 봅니다. 

올해를 시작하는 시점에 마지막을 언급한 것은 올해 마지막의 날이 되었을 때 '올 한 해는 나에게 의미 있고, 감사한 날들이었어'라고 다들 특별히 다가왔으면 하는 바람이 있기 때문입니다. 모두들 좋은 기억과 추억을 많이 담을 수 있는 2023년 되시길~^^ 

(ps: 새해 인사는 구정까지 계속되는 거 맞죠? 하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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