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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치현 Kay Feb 19. 2021

중국어를 배우는 가장 빠른 방법   <1부>

중국어 하나도 못했던 중문과 3학년의 중국 탐험기

나는 중어중문학과 졸업생이다. 중문과 학생이 가장 많이 듣는 말이 뭔지 아는가? " 중국말 잘해요? 중국어로 자기소개 한번 해봐요."이다. 나는 정말 중국어의 "니하오"도 쓸 줄 모르는 형편없는 중문과 학생이었다. 원래는 중국어를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보다는 얼른 경영학과 복수전공을 해서 취업을 해야 지하는 생각을 많이 했었다. 하지만 어느 날 문득 '그래도 내가 명색이 중문과 학생인데 중국어는 할 줄 알아야 하지 않겠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중국 교환학생을 빠르게 신청하였고 시내 중국어 학원에서 HSK(중국어계의 토플?) 4급 준비반을 신청하여 수강했다.


그러나 나의 중국어 실력은 진짜 상상 이상으로 심각했다. 중국 교환학생 출국 일자가 2달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간단한 인사(니하오)나 화장실이 어디예요? 정도 물어볼 수 있는 수준이었다. 어쨌든 최소한의 중국어 실력은 맞춰가야지 1년간 최대의 효과를 누릴 수 있을 거란 생각에 두 달간 열심히 배우려고 했다. 그런데 그게 마음처럼 잘 안되었다. 3년간 안 했던 중국어 공부를 2달 만에 후다닥 하려고 하니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왔고, 어제 외웠던 단어는 오늘 기억 안 나기 일쑤였다. 그렇게 한 달의 시간이 내 휴가처럼 빨리 지나가버렸다. 나의 수준은 당연히 학원을 다니기 전과 큰 차이가 없었다. 서글펐다. 그러나 방법을 찾아야 했다.




골똘히 생각해보았다. 과연 한 달간 어떻게 하면 한 달 동안 중국어 실력을 가장 빨리 늘리지? 정답은 간단했다. 그냥 중국에 가는 것이었다. 여행으로 말이다. 중국어 못하면 어떤가 사전 찾아보고 바디 랭귀지 하면 한국에 있는 거 보단 훨씬 많이 배우지 않겠는가? 그렇게 나는 중국어를 하나도 못하는 상태에서 대담하게 28일간의 중국 여행을 떠났다. 목적지는 4군데였다. 베이징, 상하이, 텐진, 그리고 내가 교환학생 생활을 하게 될 칭다오.


2015년 2월 처음 칭다오 류팅 공항에 내렸을 때 느낌이 아직도 생생하다. 뭔가 한국보다 경직된 느낌과 내 귀로 들려오는 중국어가 상상 이상으로 생소하게 느껴졌다. 너무 무작정 떠난 여행이라 나는 유심칩 한 장도 안 사갔었다. 그래서 입국 수속을 하고 나와서 공항 안의 KFC에서 한참 동안 와이파이를 사용했다. 몇 번 버스를 타야지 친구를 만나기로 한 칭다오 대학교로 갈 수 있는지, 맛집은 어디인지, 오늘은 어디서 잘지? 그 정도로 급하게 떠난 여행이었다. 아무 대책 없이. 정말 나 자신스러운 결정과 행동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나의 중국어 '0' 여행기가 시작되었다. 칭다오-상하이-텐진-베이징으로 이어지는 한 달 간의 긴 여정이었다.


처음에는 내가 구사할 수 있는 문장은 한정적이었다. '화장실 어디예요?' , '당신의 이름은 무엇입니까?', '저는 한국 사람입니다.' 세 가지 기본적인 문장이었다. 그렇게 나는 화장실이 안 가고 싶을 때도 괜히 백화점 점원에게 '화장실이 어디예요?'라고 물었고, 남들이 묻지 않았는데도 붙잡고 나는 누구이고 한국사람이라고 계속 알려주었다. 그때 그 사람들은 정말 의아했을 거다. 웬 중국어도 제대로 못하는 외국인이 와서 쓸데없는 말을 지속적으로 내뱉는지 이해가 안 되었을 것이다.


이렇게 세 가지 문장을 수없이 반복하면서 나는 정말 중요한 외국어의 1번 원칙을 배웠다.


                  "똑같은 문장을 지속적으로 말하라. 그 문장들의 누적이 완벽함을 만든다."


위 법칙은 사실 내가 미국 교환학생 시절 어렴풋이 느끼고 있었던 것인데, 중국 여행을 통해 명확하게 깨달았다. 바로 그것이 외국어 학습의 본질이자 핵심이었다. 그렇게 나의 중국어는 조금씩 늘어갔다. 똑같은 문장을 말하고 또 말하고, 그리고 그것이 자연스러워지면 좀 더 복잡한 문장을 계속해서 말했다. 언어를 관장하는 우리의 뇌는 오로지 꾸준한 반복과 자극에 의해서 움직인다. 지속적으로 똑같은 단어를 발음하고 문장을 입 밖으로 내뱉으면 아주 작은 기억의 층이 우리 뇌에 저장되는 것 같다. 그 층을 더욱 견고히 하기 위해서는 반복에 또 반복을 하여 그 말을 내뱉아야 한다. 그렇게 되면 그 문장의 기억은 우리 뇌 안에 튼튼하게 쌓여 절대 사라지지 않는다.




그렇게 중국 네 개 도시에서 한 달의 시간이 흐르자 정말 놀라운 변화가 일어났다. 내가 어느새 중국인과 기본적인 의사소통이 가능하게 된 것이었다. 이것은 나에게 기적과 같은 일이었다. HSK 4급 반에서 눈앞이 캄캄하던 내가 아무 고민 없이 중국으로 날아가 혼자 한 달간 여행을 한 결과가 매우 흡족했다. 그렇게 나는 중국어 학습에 대한 자신감이 생겼다. 계속 연습하면 중국인처럼 유창하게 중국어를 구사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행복했다. 인생의 중요한 원리 혹은 진리를 하나 체득한 기분이었다.


그렇게 나는 귀국하여 일주일간 준비하여 다시 칭다오로 '본격' 출국을 하였다. 그리고 15년 3월부터 1년간 지속된 나의 칭다오 교환학생 생활은 정말 내 인생의 황금기였다. 나는 앞으로도 내 인생의 황금기가 자주 왔으면 좋겠다. 그런 의미에서 2015년도 1년간은 내 인생 황금기의 한 페이지를 완벽하게 차지하였다. 중국에서의 생활은 외국에 학습에 관심이 많은 내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성, 어떻게 하면 외국어 학습을 가장 짧은 시간 동안 가장 효율적으로 할 수 있을지를 알려주었다.


그리고 이때의 경험을 믿고 나는 35세 전에 5개 국어를 구사하겠다는 목표에 한걸음 가까워지고 있었다.

힘을 내자라는 말보다, 힘은 안내도 되니까 그냥 매일 조금조금씩 할 수 있는 약간의 지속적 에너지가 있으면 좋겠다. 그렇게 한걸음 한걸음 걷다 보면 어느새 내가 목표한 것에 닿아있겠지.


인생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니까 


< 2부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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