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저성 편향과 죄수의 딜레마가 만들어 낸 비극

순수했던 검색엔진을 기억하며

by 날개

요즘에는 검색엔진 이외에도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어서 '포털'(portal)이라고 개명한, 인터넷 세상으로 통하는 관문에 관한 이야기이다. 독일의 토마스 회프너가 CPI에 기고한 짧은 논문을 통하여, '게이트키퍼'(gatekeeper)가 되어버린 검색엔진에 대한 규제의 필요성과 그에 관한 방안을 생각해보려고 한다(원문이 궁금하다면 https://papers.ssrn.com/sol3/papers.cfm?abstract_id=3791332 참고).


'현저성 편향'(saliency bias)은 가장 눈에 띄고 두드러지는 것에 집착하게 되는 인간의 심리현상이다. 우리는 무엇인가 다른 것에 비해 특출 난 자극이 주어지면 설사 그것이 합리적인 기준에서 궁극적으로 최선이 아닐지라도 클릭하고 선택하게 된다. 이러한 편향을 심어주는 것은 우리 주변에서 많이 찾아볼 수 있는데, 가장 대표이고도 일상적인 것으로서, 인터넷의 방대한 컨텐츠와 정보를 찾아주는 검색엔진과 같은 중개자(intermediary)이다. 검색엔진은 이용자가 원하는 정보를 찾는데 들여야 하는 시간과 노력을 줄여주고, 제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하는 사업자에게는 비즈니스에 있어 중요한 영업 기반이 된다.


그런데, 우리는 요즘 검색 결과의 진실성을 믿는 편인가? 적어도 검색엔진 등장 초기에는 그랬다. 검색창에 검색어를 넣으면, 가장 순수하게 관련성이 높은 편향되지 않은 유기적인(organic) 결과가 결과창 맨 위에 나타나거나 특히 강조되어 표시될 것이라고 믿어왔다. 1998년에 출시된 구글은 지금은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일반 검색엔진이 되었는데, 그들의 성공 비결은 편향성 없는 순수한 검색결과의 높은 품질에서 비롯되었다. 초기에 구글은 검색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자체 컨텐츠를 보여주지도 않았고, 어떤 수수료로 지급받지 않는다고 자랑하였다고 한다. 그러다가 2000년에 키워드 기반 광고에 대한 비용을 지불할 수 있도록 하는 Adwords를 출시하여 검색결과 오른쪽에 일부 광고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2004년 이후 시장이 본인들 쪽으로 기울어가자 구글은 오염되어 가기 시작한다. 그 해부터 순수한 검색결과 위에 배치된 광고의 수와 크기를 늘리고, 광고와 순수한 검색결과의 제시되는 목록의 차이를 모호하게 만들고, 상단의 광고와 하단의 순수한 검색결과 사이에 자체 컨텐츠를 배치했다. 구글이 편향없는 검색 목록 작성에 할애하는 공간을 줄인 결과, 상업적인 의도를 가진 검색어의 경우 이용자는 이제 검색결과 첫 페이지에서 순수한 검색결과를 거의 찾을 수 없으며, 검색어와 덜 관련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관련 광고나 구글 자체에서 제공하는 컨텐츠가 더 많이 표시되어 이용자의 클릭을 유도한다. 이 추세는 특히 모바일 기기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미국 통계에 따르면 2016년에서 2019년 6월 사이, 순수한 결과에 대한 클릭은 30% 감소한 반면, 같은 기간 동안 유료 검색광고의 클릭률을 3배 이상 증가했다고 한다. 이후에도 구글은 지속적으로 유료 검색결과에 대한 클릭을 더 많이 유도하기 위해 디자인을 계속 리뉴얼해나가고 있는 중이다.


이용자의 검색의 목적은 빠르게 관련 컨텐츠를 찾는 것이기 때문에, 익숙한 검색엔진의 알고리즘 판단을 맹목적으로 신뢰하고 상단의 결과를 클릭하는 경우가 많다. 대부분의 이용자는 플랫폼의 검색결과가 나오게 된 메커니즘을 알지 못하고 관심을 가질 시간도 없다. 이것이 유료광고인지 진실된 검색결과인지 구별하지 못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반대로 플랫폼을 이용하여 사업을 하는 이용사업자는 이용자의 관심을 가장 많이 끌 수 있는 결과창에 눈에 띄는 모습으로 보이기를 원한다. 잘 검색되지 않거나 노출이 되지 않는 경우에는 경쟁자에게 밀려나게 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결국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용하는 검색 플랫폼은 이용사업자의 관련시장에서 승자와 패자를 결정할 수 있는 중요한 위치에 있다. 특히 많은 이용자가 한 군데의 검색엔진만 이용하는 이른바 '싱글호밍'(single homing)을 할 경우에는 의존성이 더 커지기 때문에 해당 검색엔진 플랫폼은 '게이트키퍼'(gatekeeper)가 된다. 이러한 권한을 통해 검색엔진은 이용사업자를 경쟁시켜 최대의 이익을 뽑아내려고 한다.


검색엔진 게이트키퍼는 이익을 창출할 여러 가지 노하우를 가지고 있다. 대표적으로 매칭 결과를 이용사업자가 플랫폼에 지불한 중개 수수료를 기준으로 더 두드러지게 표시할 수 있고, 노출 순서도 정할 수도 있다. 즉, 편향되지 않은 이용자의 검색 행위와 유료 중개서비스와 직접적인 '교환'이 이루어진다. 순수한 검색결과를 편향된 유료 검색결과와 교환하는 이 과정에서, 이용사업자가 이용자에게 접근하려면 계속 증가하는 중개 수수료를 지불해야 한다. 게이트키퍼에 대한 수수료 지불이 검색순위에 영향을 미친다면 이용사업자는 자신이 플랫폼에서 두드러져 보일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다른 입찰자들에 비해 더 많은 수수료를 지불하는 것 외엔 다른 선택권이 없다. 여기에서 '죄수의 딜레마'(prisoner's dilemma) 상황이 벌어진다. 즉, 협동을 하면 모두에게 이익이 됨에도 불구하고 '공범'은 배반을 선택하게 되는데, 모두 자신의 이익만을 고려한 선택을 했다가 공멸하는 결과를 맞이하게 된다. 결국, 서비스나 상품의 품질이 아니라 게이트키퍼에게 지불하는 비용을 높여가며 이용사업자끼리 경쟁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높아진 비용을 부담한 결과 그들이 연구와 혁신에 투자할 수 있는 동기와 능력은 타격을 입게 됨으로써 경쟁력이 저하된다.


한편, 늘어난 광고와 노출순서와 형태의 왜곡으로 인해, 검색엔진 이용자는 본인이 찾고하자는 관련성 높은 정보를 찾기 위하여 스크롤을 내리는 수고를 하거나, 광고와 순수한 정보를 구별하여 걸러내야 하는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 한다. 예컨대, 소비자가 상표 브랜드를 입력하어 특정 비즈니스를 검색하는 경우, 플랫폼은 이 상표 용어에 입찰한 경쟁업체의 유료결과를 표시하게 되면 이용자는 원하는 것을 찾지 못하고 '오도'되어 버린다. 이용자는 관련성이 떨어지고 편향된 검색결과를 조작하는 데 사용되는 기술을 피하거나, 옥석을 구별해 내는 데에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 예를 들면, 맞춤광고 결과를 피하기 위해 개인데이터를 숨기거나, 여러 루트로 동일 상품의 권장가격을 확인하여 편향된 검색결과의 희생양이 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이러한 수고와 지출은 결국 서비스 품질이 저하로 이어진다. 전통적인 매체인 신문, TV, 라디오 광고는 소비자에게 새로운 제품과 사업에 대해 알리고 새로운 수요를 창출한다는 점에서 잠재적인 소비자의 상업적 관심을 유발하는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데 비해, 검색 광고의 경우 소비자는 이미 해당제품을 구입하려고 하거나 서비스를 이용하기로 결심한 후 검색하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에 전통적인 광고의 목적과 정당성과도 거리가 멀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요컨대, 검색엔진 게이트키퍼는 디지털 시장에 참여하기를 원하는 모든 기업으로부터 부당한 '통행료'(toll)를 받고 있다고 토마스 회프너는 주장한다. 인터넷 접속을 가능하게 하는 비용은 주로 납세자나 통신회사가 부담하는데(예컨대, 광섬유를 통한 통신 인프라 구축), 중개자인 게이트키퍼가 소비자를 이용사업자로부터 인위적으로 차단하고 있고, 중개료를 부과하는 방식으로 시장을 교란하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에 대한 규제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그 방안을 나름대로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규제 방안으로는 ▶전통적인 미디어가 제공하는 컨텐츠와 비교하여 광고의 양(量)과 관련된 기준을 제한하는 방법, ▶편향된 검색결과의 용량을 제한하는 방법, ▶순수한 검색결과가 유료결과에 비해 덜 호의적으로 표시되어서는 안 된다는 의무 부과, ▶상표에 대한 검색어의 유료 결과표시 금지, ▶상업적 검색결과를 비상업적인 것으로 포장하는 행위 금지 등이다.


검색엔진이 공공재는 아니다. 모든 상업적인 검색광고를 금지하거나 이익창출을 차단하는 것은 오히려 기업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디지털 시대에 많은 사람들이 디지털로 들어서는 통로가 되는 게이트키퍼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순수한(organic) 초심으로 돌아가라고는 못하겠지만, 주객이 전도되는 상황을 만들어 본질을 왜곡하는 것은 모든 시장참여자들에게 바람직하지 않은 결과를 가져온다. 이용자는 순수하게 검색을 했는데 과도하게 상업적이고 의도된 결과만 보여줘서 더 혼란을 야기한다든지, 공정성을 해치는 문어발식 확장에 자기 자신의 지위를 활용하는 '갑질'을 일삼는다면, 검색엔진으로 시작한 본인의 존재가치를 잃어버리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음을 유념해야 한다. 스스로 통제가 어렵다면 필경에는 규제가 칼을 뽑아야 할 수도 있는 상황이 도래할 수도 있음을 직시하여야 한다.

현저한 것을 클릭하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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