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이 근본적인 목적을 달성하려면 주권자를 구속해야 한다

법치주의의 씨앗(2) : 로크의 법에 대한 견해에 관하여

by 날개

아리스토텔레스가 법의 불완전성과 인간의 미덕 사이의 미묘한 균형을 탐구했다면, 수세기가 지난 뒤 영국 학자 '존 로크'(John Locke, 1632-1704)는 법을 권력으로부터 시민의 자유를 보호하는 구속력 있는 도구로 격상시키며 법치주의의 현대적 이해에 결정적인 발걸음을 내디뎠다.


17세기 영국은 내전과 정치적 혼란이 난무했던 '데빌랜드'(devil land)라는 비난을 들을 정도로 격동의 시기를 겪었으며, 이러한 배경은 로크의 법 사상에 폭압적인 통치자에 대한 경계심을 깊숙이 새겨 넣었다. 이 시대를 함께 살았던 '토머스 홉스'(Thomas Hobbes, 1588-1679)가 주권자의 명령으로서의 법을 상정하고 법이 시민만을 구속하며 주권자는 신에게만 책임진다고 본 것과는 달리, 로크는 법의 구속력이 주권자까지 포괄해야 한다는 사상을 발전시켰다.


로크는 홉스의 주장을 "단순하고 담담하게" 무시하는 방식을 택했다. 로크의 법에 대한 태도는 홉스의 냉정하고 비관적인 견해와 놀라운 대비를 이룬다. 그 역시 1683년 '라이 하우스 음모 사건'에 연루되어 네덜란드로 망명하는 등 법과 잠재적 폭력의 그림자 아래 놓여 있었기에, 그의 저술에는 잔인하고 폭압적인 통치자에 대한 깊은 경계가 녹아있다. 로크는 국가의 필요성에서 출발하지만, 홉스와 달리 주권자만 법의 구속에서 벗어난다면 사람들이 정치 이전의 상태를 벗어날 이유가 없다고 본다. 그는 시민들이 "여우"의 위험을 피하려고 애쓰다가 "사자에게 잡아먹히는 것"을 허용할 리 없다고 비판하며, 법이 주권자에 대한 구속력을 가져야만 국가가 정당화될 수 있음을 강조한다.


로크에게 국가 형태의 공식적인 정부 조직은 개인의 재산과 노동의 결실에 대한 권리를 옹호하기 위해 필요하다. 그의 법 사상은 바로 이 시민의 동의와 권리 보호라는 논리에서 비롯된다. 로크는 "임시적이고 자의적인 정도"의 통치와 "공표된 상설법, 알려진 공인된 판사"에 의한 통치를 명확히 구분한다. 법은 자의적 권력에 대한 거부이며, 시민의 합의적 전환이 성공적이기 위해서는 개인과 재산권이 효과적으로 보호되는 경우에 한해서만 이성적으로 동의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로크에게 법은 단순히 존재해야 한다는 것을 넘어, "공포"되고 "확립"되어야 한다. 그는 법이 "부자와 가난한 자를 위한 하나의 규칙"이어야 하며, 궁극적으로 "국민의 선" 외에는 어떠한 목적도 가질 수 없다고 선언한다. 특히, 로크는 재산권의 우위를 강조하며 법이 개인의 동의 없이 재산을 빼앗을 수 없다는 실체적 한계를 정부 권위에 주입했다.


비록 로크 자신이 "법의 지배"라는 표현을 명시적으로 사용하지는 않았으나, 그의 목표는 정의로운 국가가 시민들의 합리적 동의를 얻기 위해 갖춰야 할 특성이 무엇인지 묻는 것이었다. 로크의 법 사상은 아리스토텔레스가 강조했던 법의 일반성과 명확한 서면 형식의 중요성을 계승하면서도, 여기에 상호성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추가했다. 즉, 법이 근본적인 목적을 달성하려면 시민뿐만 아니라 주권자까지도 구속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리스토텔레스가 법의 내재적 완벽성을 부정하고 덕성에서 해답을 찾았다면, 로크는 외재적 조건인 합의와 구속력에서 해답을 찾았다. 이는 법의 지배가 통치자의 미덕을 넘어, 제도와 법의 형식 자체를 통해 시민의 자유와 재산을 보호해야 한다는 현대적 규범으로 진보했음을 의미한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현대 입헌국가에서 법치주의가 행정의 자의성을 배제하고 재산권을 보호하는 근간으로 작용하는 것은 바로 로크가 주권자에게까지 법의 굴레를 씌우고자 했던 철학적 유산의 직접적인 발현이라 할 수 있다.

작가의 이전글불완전한 법은 인간의 미덕으로 완성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