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완전한 법은 인간의 미덕으로 완성된다

법치주의의 씨앗(1) : 아리스토텔레스의 법에 대한 견해에 관하여

by 날개

'아리스토텔레스'(Aristoteles, BC 384년경 – BC 322년경)가 남긴 법에 대한 사유는 법치주의라는 이상향의 기원으로 종종 옹호되지만, 후크 교수의 텍스트를 통해 그의 저작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견해는 훨씬 더 미묘하고 복합적이며, 인간 철학에 기반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법에 의한 통치'와 '사람에 의한 통치' 사이의 어려운 선택의 틀을 제시함으로써, 법의 역할에 대한 단일한 답을 내리기보다는 본질적인 질문을 던진다.


아리스토텔레스 철학에서 법의 가장 중요한 역할에 대한 논의는 그의 저서 '정치학'(Politics)에서 심도 있게 다루어지는데, 그는 체제를 분류하며 법을 논의의 장으로 끌어들인다. 아리스토텔레스는 군주제, 귀족정, '폴리티아'(politeia, 입헌 체제)라는 세 가지 이상적인 체제 유형과 각각의 타락한 형태(폭정, 과두정치, 민주주의)를 대비하며, "최고의 사람에 의해 통치되는 것이 더 유리한지, 아니면 최고의 법에 의해 통치되는 것이 더 유리한지"라는 딜레마를 제기한다.


법에 의한 통치에 대한 아리스토텔레스의 입장은 양면적이다. 그는 미리 정해진 서면 규칙, 즉 '칼라 그라마타'(kala grammata)에 의한 엄격한 통치가 변화하는 조건과 새로운 배움을 무시한다는 점에서 어리석을 수 있다고 본다. 이는 법의 경직성과 유연성 부족을 경계하는 시각이다. 그러나 동시에 그는 법의 가치를 인정하는데, 규칙은 즉흥적인 판단을 왜곡할 수 있는 '열정적인 요소'를 배제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그는 한 명의 통치자는 열정에 쉽게 흔들릴 수 있지만, 집단은 한 사람보다 문제를 더 잘 판단할 수 있다는 통찰을 더한다. 결국, 일반법의 지배와 통치자의 특수주의적 판단 사이의 선택은 판단을 내리는 개별 정신의 수와 질에 달려 있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그러나 아리스토텔레스는 "숙고의 문제(matter of deliberation)에 대해 입법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라는 마지막 난제를 남기며, 법이 유용한 영역과 법의 적용이 "불가능한" 영역을 명확히 구분하지 않는다. 따라서 그의 사유는 법의 지배에 대한 명확한 정의나 확고한 지지가 아니라, 법의 효용성이 절대적이지 않고 상대적이며 이용 가능한 대안의 질에 달려 있음을 의미한다.


미국의 정치 이론가 '주디스 슈클러'(Judith Shklar, 1928-1992)가 지적한 바와 같이, 아리스토텔레스의 논의에서 핵심은 고정된 법과 변덕스러운 인간 사이의 선택이 아니라 인간 사이의 선택이다. 즉, 법의 규칙이 있든 없든 "공정하고 합법적으로 행동하려는 끊임없는 성향"이라는 미덕이 정의를 이끌어낸다는 것이다. 이는 제도적 설계보다 통치자의 자질이 더 근본적임을 시사한다.


아리스토텔레스에게 법은 '식욕이 없는 지성'으로서 특정인의 식욕과 열정에 지배되지 않는 공평성을 의미하지만, 인간에 의한 통치는 이러한 일반성과 공평성이 결여된 특수주의적 판단으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 이처럼 법의 지배와 인간에 의한 통치 사이의 이분법적 개념은 이후 미국의 제2대 대통령 '존 애덤스'(John Adams, 1735-1826)에게까지 영향을 미쳤으나, 이 구분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여전히 명확하지 않은 철학적 딜레마로 남아있다.


아리스토텔레스가 제시한 법과 재량 사이의 긴장 관계는 현대 사회, 특히 대한민국의 규제 환경에 깊은 시사점을 제공한다. 한국은 경제 성장과 행정 편의를 위해 수많은 칼라 그라마타, 즉 법규와 규제를 양산해 왔다. 이는 예측 가능성을 높이고 특정인의 '열정적인 요소'에 의한 자의적 판단을 배제한다는 법의 긍정적 측면을 구현한다. 그러나 법이 '오랜 숙고'의 산물이더라도, 급변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의 기술 발전과 사회 변화 속도에 비해 규제는 경직되기 쉽다.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한 "숙고의 문제"에 대한 입법의 한계는, 예측 불가능한 신산업 영역에서 법이 오히려 혁신을 저해하는 '새로운 배움'의 장애물이 될 수 있음을 경고한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규제 시스템은 아리스토텔레스의 사유를 거울삼아 미덕을 가진 인간과 법의 제도 사이의 균형점을 모색해야 한다. 법의 지배를 맹목적으로 추종하기보다는, 법이 가장 유용한 영역과 적용이 불가능한 영역을 분별하고, 대안인 인간의 판단력을 어떻게 최적의 질로 확보할 것인지에 대한 지속적인 질문과 성찰이 요구된다. 결국 아리스토텔레스의 법 사상은 법치주의가 제도의 완성을 넘어 인간의 지혜와 미덕이 끊임없이 개입해야 하는 과정임을 일깨워준다.

작가의 이전글프라이버시 보호에 응답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