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S 반독점 소송을 통해 본 시카고학파의 유산
1980년대 미국 사법부는 법경제학의 발흥과 함께 유례없는 패러다임의 전환을 맞이했다. 윌리엄 허브스 렌퀴스트(William Hubbs Rehnquist, 1924-2005)가 제16대 연방대법원장으로 취임한 1986년 이후, 미국 법원은 이른바 '렌퀴스트 법원 시대'를 통과하며 보수적 색채를 짙게 띠기 시작했다. 이러한 변화의 중심에는 리처드 앨런 포스너(Richard Allen Posner, 1939-)와 로버트 헤론 보크(Robert Heron Bork, 1927-2012) 등으로 대표되는 시카고학파의 법경제학적 논리가 자리 잡고 있었다. 시카고학파는 시장의 효율성과 자율적 교정 능력을 신뢰하며, 반독점 규제의 유일한 목적은 소비자후생의 극대화에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기업의 규모가 크거나 시장 점유율이 높다는 이유만으로 제재를 가하던 과거의 엄격한 규제 관행을 효율성과 혁신이라는 잣대로 대체하는 규제 완화의 기조를 형성했다. 렌퀴스트 법원은 이러한 학문적 토양 위에서 정부의 과도한 시장 개입을 경계하고 기업의 결합이나 영업 행위를 경제적 합리성의 관점에서 재해석하는 사법적 태도를 견지했다.
이러한 시대적 흐름과 사법적 기조의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 바로 2001년의 마이크로소프트 반독점 소송이다{United States v. Microsoft Corp., 253 F.3d 34 (D.C. Cir. 2001)}. 이 사건은 흔히 대법원 판례로 오해받기도 하나, 실제로는 연방항소법원 단계에서 그 법리적 골자가 확정된 사건이다. 소송의 발단은 마이크로소프트가 자사의 운영체제인 윈도우에 웹 브라우저인 인터넷 익스플로러를 결합하여 판매함으로써 넷스케이프와 같은 경쟁업체를 배제하려 했다는 혐의에서 시작되었다. 1심 법원의 토마스 펜필드 잭슨(Thomas Penfield Jackson, 1937-2013) 판사는 마이크로소프트가 독점적 지위를 남용했다고 판단하여 기업 분할이라는 초강력 처분을 명령했다. 그러나 마이크로소프트의 항소로 이어진 D.C. 연방항소법원의 판결은 렌퀴스트 법원이 구축한 법경제학적 원칙을 반영하며 1심의 결론을 뒤집는 결정적 반전을 가져왔다.
항소심의 핵심 쟁점은 마이크로소프트의 행위가 셔먼법(Sherman Act) 제1조의 결합 판매 금지와 제2조의 독점 유지 금지를 위반했는지 여부였다. 법원은 우선 운영체제 시장에서 마이크로소프트의 독점적 지위를 인정했으나, 그 지위 자체가 위법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항소법원은 "독점 기업이라 할지라도 단순히 시장 점유율이 높다는 이유만으로 처벌받아서는 안 되며, 반경쟁적 행위가 소비자에게 실질적인 해악을 끼쳤음이 증명되어야 한다"는 논리를 전개했다. 이는 시카고학파가 강조해 온 소비자후생 중심의 사고방식을 법적으로 구체화한 것이다. 법원은 특히 하이테크 산업의 특수성에 주목하며, 급변하는 기술 시장에서는 전통적인 산업 시대의 잣대를 그대로 적용하기 어렵다는 점을 강조했다.
항소심 판결은 소위 '끼워팔기'(tying) 쟁점에 대해 기존의 '당연 위법'(per se illegality) 원칙 대신 '합리의 원칙'(rule of reason)을 적용해야 한다고 설파했다. 법원은 소프트웨어 플랫폼 시장에서 서로 다른 기능을 하나로 통합하는 행위가 기술적 혁신을 촉진하고 소비자에게 편리함을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플랫폼 소프트웨어 시장에서의 제품 통합은 소비자에게 상당한 이익을 줄 수 있는 잠재력이 있으므로, 이를 무조건적인 위법으로 간주하여 혁신을 저해해서는 안 된다"라는 취지의 판단은 규제 완화의 논리적 정당성을 부여했다. 즉, 독점 기업의 배타적 행위가 존재하더라도 그것이 경제적 효율성을 증대시키거나 소비자에게 혜택을 준다면 사법부가 개입하여 기업을 해체하는 등의 극단적 조치를 취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논리다.
법원은 또한 1심이 명령한 기업 분할 처분을 파기하면서, 독점 행위와 그 처분 사이에 명확한 인과관계가 부족함을 지적했는데, "구제책은 반드시 확인된 위법 행위의 성격과 범위에 비례해야 하며, 특히 네트워크 효과가 강한 산업에서 기업을 강제로 분할하는 것은 시장 전체에 예측 불가능한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라고 보았다. 이러한 신중론은 시장의 자율적 기능에 대한 신뢰와 정부 개입에 대한 회의론을 바탕으로 한 렌퀴스트 시대 사법부의 전형적인 모습이었다. 결국 이 사건은 법무부와 마이크로소프트 간의 화해 합의로 종결되었으며, 마이크로소프트는 해체 위기를 면하는 대신 기술 정보를 경쟁사에 일부 공개하는 수준에서 소송을 마무리 지을 수 있었다.
결론적으로 2001년 마이크로소프트 판결은 1980년대부터 이어진 시카고학파의 법경제학적 도그마와 렌퀴스트 법원의 보수적 기조가 하급심 법리에 완전히 체화되었음을 증명한 사례였다. 이 판결 이후 미국의 반독점 규제는 기업의 행위가 가격 인상이나 품질 저하 등 구체적인 소비자 피해로 이어지지 않는 한 기술적 통합이나 시장 지배력 확대를 폭넓게 용인하는 방향으로 나아갔다. 이러한 사법적 태도는 21세기 들어 구글, 애플, 아마존과 같은 거대 온라인 플랫폼 기업들이 비약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제도적 자양분이 되었다.
그러나 최근 온라인 플랫폼 시대의 심화는 렌퀴스트 법원과 시카고학파가 상정했던 소비자후생의 개념에 새로운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리나 칸(Lina Khan, 1989-)을 필두로 한 신브랜다이스(Neo-Brandeisian) 학파는 단순히 가격이 낮다는 이유로 독점을 방치해서는 안 되며, 민주주의적 가치와 공정한 경쟁 구조를 복원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규제 강화를 압박해 왔다. 비록 최근 트럼프의 재집권으로 인해 규제 기관의 수장이 교체되고 자국 기업 보호를 위한 규제 완화 기조가 다시 힘을 얻으며 신브랜다이스적 흐름이 주춤하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으나, 빅테크의 과도한 권력 집중에 대한 견제 심리는 보수 진영 내에서도 '표현의 자유'나 '검열 반대'의 논리와 결합하여 여전히 살아있다.
미국 사법부의 기조 변화는 이제 단순한 경제적 효율성을 넘어 국가 경쟁력과 정치적 영향력이라는 복합적인 차원으로 진화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 사건이 남긴 소비자후생의 유산이 인공지능과 빅데이터가 지배하는 새로운 경제 질서 속에서 어떻게 재해석되고 변모할지는 향후 미국 반독점 법집행의 향방을 결정지을 가장 중요한 변수가 될 전망이다. 규제 완화와 강화의 사이에서 균형을 찾으려는 사법부의 고민은 온라인 플랫폼이 일상이 된 현대 사회에서 공정의 의미를 다시 묻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