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스포츠의 예외주의를 끝낸 사법적 엄정함

NCAA v. Alston 판결 평석

by 날개

1980년대 이후 미국 사법부를 지배해 온 시카고학파의 법경제학적 기조는 시장의 효율성과 소비자후생을 최우선 가치로 삼으며 정부의 과도한 개입을 경계해 왔다. 이러한 흐름은 20세기 초반부터 대학 스포츠의 '아마추어리즘'을 일종의 신성불가침한 영역으로 간주하여 반독점 규제의 예외로 취급하던 관행에도 깊은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2021년 미국 연방대법원이 내린 National Collegiate Athletic Association v. Alston, 141 S. Ct. 2141 (2021) 판결은 이러한 '대학 스포츠 예외주의'에 종지부를 찍었다. 대법원은 대학 스포츠 기구가 내세우는 아마추어리즘이라는 명분이 연방 반독점법 위에 군림할 수 없음을 명확히 함으로써, 현대 반독점 법리가 시장 지배적 사업자의 권한을 어떻게 제한해야 하는지에 대한 새로운 이정표를 제시했다.


본 사건의 발단은 전직 대학 미식축구 선수 쇼본 알스턴(Shawne Alston)을 포함한 학생 운동선수들이 전국대학체육협회(NCAA)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이었다. 원고들은 NCAA가 학생 선수들에게 지급되는 교육 관련 혜택(장학금, 노트북 구입비, 대학원 진학 비용 등)의 상한선을 일괄적으로 제한하는 것이 셔먼법(Sherman Act) 제1조가 금지하는 가격 담합 행위라고 주장했다. 1심 법원인 샌프란시스코 연방법원의 클라우디아 윌켄(Claudia Wilken, 1949-) 판사는 NCAA의 행위가 학생 선수라는 노동 시장에서의 구매자 독점(monopsony) 권력을 남용한 것이라 보았으며, 교육과 관련된 혜택에 한해서는 NCAA의 제한 조치를 폐지하라고 명령했다. 이에 NCAA는 대학 스포츠의 본질인 아마추어리즘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규제가 필수적이며, 법원이 경영 판단에 개입해서는 안 된다고 항소했으나 연방대법원은 만장일치로 원심을 확정했다.


주심 대법관인 닐 맥길 고서치(Neil McGill Gorsuch, 1967-)는 판결문을 통해 NCAA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고서치 대법관은 NCAA가 학생 선수들의 보상을 제한하는 행위에 대해 이른바 '약식 검토'(quick look)가 아닌 정밀한 '합리의 원칙'(rule of reason)을 적용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그는 NCAA가 비록 비영리 단체의 성격을 띠고 아마추어리즘이라는 공익적 가치를 내세우고 있으나, 실질적으로는 수십억 달러의 수익을 창출하는 거대 상업 기구임을 지적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교육 관련 혜택을 제한하는 행위가 소비자들의 대학 스포츠 수요를 유지하는 데 필수적이라는 NCAA의 주장은 객관적인 근거가 부족하며, 오히려 경쟁을 제한하여 선수의 후생을 저해하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것이다.


특히 이번 판결에서 주목해야 할 점은 보수 성향의 브렛 마이클 캐버너(Brett Michael Kavanaugh, 1965-) 대법관의 보충 의견이다. 캐버너 대법관은 강력한 어조로 "NCAA의 비즈니스 모델은 미국의 다른 어떤 산업에서도 명백히 불법으로 간주될 방식"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제품의 정의 자체가 노동자에게 시장 가격을 지불하지 않는 것이라는 이유로 임금을 지불하지 않는 행위가 허용되는 산업은 미국 어디에도 없다"라고 강조했다. 이는 과거 렌퀴스트 법원이나 로버츠 법원 초기에 나타났던 '기업의 자율성 중시' 경향이, 노동자의 권리를 침해하거나 시장의 공정성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독점적 행위에 대해서는 더 이상 관용을 베풀지 않을 것임을 시사하는 사법적 태도의 변화를 보여준다.


알스턴 판결은 형식적으로는 '교육 관련 혜택'에 국한된 좁은 판결처럼 보이지만, 그 파급력은 대학 스포츠 생태계 전체를 뒤흔들 만큼 광범위했다. 이 판결 이후 학생 선수들이 자신의 이름, 이미지, 초상권(Name, Image, and Likeness, 'NIL')을 활용해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길이 열렸으며, 이는 수십 년간 유지되어 온 대학 스포츠의 상업적 지형을 근본적으로 바꾸어 놓았다. 대법원은 시장 지배력을 가진 기구가 '전통'이나 '특수성'을 핑계로 경쟁을 제한하는 행위에 대해 사법부가 침묵하지 않겠다는 강력한 신호를 보낸 것이다.


이 사건이 한국 사법부와 정책 당국에 주는 시사점은 매우 중대하다. 한국 역시 프로 스포츠뿐만 아니라 교육, 문화, 온라인 플랫폼 등 다양한 영역에서 '특수성'을 이유로 반독점 규제의 예외를 인정받으려는 시도들이 존재한다. 알스턴 판결은 아무리 고결한 가치를 내세우는 조직일지라도 시장에서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약자의 경제적 이득을 가로채는 행위는 '합리의 원칙'이라는 엄격한 시험대를 통과해야 함을 가르쳐준다. 특히 선수나 창작자의 권익 보호가 화두가 되는 현대 사회에서, 공정거래법이 단순한 가격 규제를 넘어 '시장의 정의'를 바로 세우는 도구로 기능해야 한다는 점을 상기시킨다.


결론적으로 NCAA v. Alston 판결은 1980년대 이후 이어져 온 규제 완화의 흐름 속에서도 '독점적 지위 남용'에 대한 사법적 견제는 더욱 정교해지고 있음을 입증했다. 렌퀴스트 법원이 효율성을 위해 빗장을 풀었다면, 현대의 대법원은 그 풀린 빗장 사이로 들어온 거대 권력이 공정한 경쟁의 룰을 파괴하지 않도록 감시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대학 스포츠의 아마추어리즘이 무너지는 혼란 속에서도 사법부가 '경쟁의 원칙'을 선택한 것은, 결국 장기적인 시장의 발전은 특정 기구의 독점권 보장이 아닌 구성원들의 자유로운 경쟁과 정당한 보상에서 나온다는 법경제학적 확신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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